무소속으로 재선한 民薦 의원… 그 누구에게도 苦言 서슴지 않아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전북정치권의 위상을 되살릴 차기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행보가 정치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 관련 기사

    박주선, 광주 3천명 앞에서 신당 당위성 역설
    박주선 신당추진위 출범에 전현직 의원 몰려… 왜?
    신당추진위에 축사 유성엽, 당당한 행보에 눈길


    유성엽 의원은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는 "앞에서 인사말을 한 정대철 고문이나 조경태 의원 두 분 다 소속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데도 저렇게 당당하고 힘찬 축사를 보내는 것을 보니 역시 거물은 거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이고 전라북도 도당위원장이라는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야, 이거 당에서 짜르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 위축돼 있는데 이 유성엽이는 아직 좀팽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농담은 그야말로 농담일 뿐이었다. 유성엽 의원은 위축되기는 커녕 그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해가며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모인 3000여 군중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성엽 의원은 "호남 인사 차별, 호남 예산 차별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지금 현재 이 정부에서 (호남 출신) 장관 하나 제대로 찾기 어렵고, 차관 하나 제대로 찾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이어 "내일이면 예산(안)이 거의 마무리돼가는 시점인데 호남은 지역에서 요구한 예산을 부처에서 삭감하고, 다시 기재부에서 삭감해서 쥐꼬리만하게 편성하고 있다"며 "반대로 영남은 지역에서 요구한 예산보다 부처에서 증액해서 편성을 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기재부에서는 각 부처에서 요구한 예산보다 더 예산을 세워서 현격한 지역 편중 예산을 세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 하나 우리 야권에서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야당의 무기력한 현실"이라며 "제대로 싸워야 할 때에는 싸우지 못하고, 계파패권주의에 사로잡혀서 계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당을 엉망진창으로 이끌고 있다"고 문재인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인사·예산의 호남 소외·차별에 대해 영남 출신 문재인 대표가 전혀 무관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최근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으로부터도 알 수 있듯이 새정치연합 내에서 호남 고립이 만연된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유성엽 의원은 "호남 고립, 영남 위주의 문안박 (연대) 제의는 얼마나 잘못된 것이냐"며 "다행히도 안철수 대표가 문안박 제의 수용을 거절했지만, 문재인 대표가 참여하는 혁신 전당대회의 제의도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 이유를 "문재인 대표가 백의종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찾으며 "끝내는 문재인 대표가 깨끗하게 사퇴하고 대혁신의 세대교체형 조기 전당대회를 반드시 열어서 이 야권을 크게 하나로 반드시 묶어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친노(親盧)가 아니기 때문에 비노(非盧)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유성엽 의원은 특정한 비노 계파, 예를 들면 김한길계·박지원계·손학규계 등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선의 국회의원 경력 모두를 무소속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누구의 연줄로 공천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민천(民薦)으로 선출된 상향식 정치 지도자이기 때문에 평소 유권자인 정읍 주민의 눈치만 볼 뿐,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원칙의 정치인으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평가해 왔다. 2·8 전당대회 이후 당내에 친노패권주의가 강화되면서 점차 당 지도부의 미움을 사고 눈밖에 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문재인 대표가 '당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을 포함한 4곳의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모두 지고도 다음날 "굴하지 않겠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여 책임론으로 시끄럽던 지난 5월 13일.

    닷새 전인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이 나오면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전격 사퇴 선언을 한데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부르면서 당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됐기에, 문재인 대표는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며 수습책을 수렴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유성엽 의원은 "계파 간의 분열과 갈등상을 극복하고 통합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공천 방식이 필요하다"며 "공천혁신특별위원회를 만들되 주승용 최고위원 같은 분을 책임자로 앉히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표는 다음날 갑자기 뜬금없이 '당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을 작성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서한에서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과거정치"라며 "공천권을 탐해 당을 분열로 몰아가는 자가 있다면 기득권정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혹여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공천 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고 화를 냈다.

    그야말로 '허수아비 때리기'가 아닐 수 없었다. 공천혁신특별위원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공천 제도에 대해서 논의해보자는 것일 뿐, 지금 문재인 대표가 우격다짐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처럼 누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기구도 아닐텐데, 이 자리에 주승용 최고위원을 천거한들 그게 무슨 기득권이며 공천 지분 요구가 되는지 알 길이 없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많았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표의 광주 조선대 강연은 마치 이 때의 일의 데자뷰 현상처럼 느껴진다.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친노패권주의와 비노 공천 학살을 염두에 둔 자신만의 '혁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면 용납하지 못하고 "공천권을 노리는 자들"이라고 펄펄 뛰는 모습이 한결 같다. 말로는 "공천권은 당원과 국민의 것"이라고 하면서, 기실 내심은 자신만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음에야 이렇게 예민한 이유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천권이라는 문재인 대표의 역린(逆鱗)을 건드려 진노를 산 유성엽 의원이었지만 굴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거짓 혁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21일, 유성엽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제안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이 2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중앙선관위가 선정한 선거인단이 분임 토론 등 숙의(熟議) 절차를 거쳐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이 제도는, 혁신안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으면서도 달리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당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던 '혁신 경쟁'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로가 백가쟁명식으로 혁신안을 내놓아 그 중에서 가장 좋은 혁신안을 채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숙의선거인단 제도는 친노 성향의 당 지도부나 혁신위에 의해 진지하게 검토되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전략공천 등 인위적 물갈이 수단을 모두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전략공천, 인위적 물갈이, 공천 배제 등 온갖 구태를 그대로 살려놓은 공천안이 '혁신안'이라는 미명 하에 발표됐다.

    유성엽 의원은 29일 통합신당추진위 출범식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점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잘못된 제도들은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며 "(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일괄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는) 그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계파를 타파하는 제도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히려 당대표의 기득권을 더 강화한 것이고, 계파 간의 갈등을 더 조장한 것"이라며 "정교하지도 않은 평가를 밀실에서 한 뒤 밀봉해서 하위 20%를 탈락시킨다는 것은 반민주적이고 위험한 장난"이라고 성토했다.

    나아가 "정확하게 평가해서 떳떳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이나 당원들의 (공천) 참고 자료로 쓰게 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대표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계파 간의 갈등만 조장할 수 있는 이런 제도는 대통합 과정에서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성엽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계파적인 시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며 비주류를 결집시키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도 유성엽 의원의 회의적인 시각으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이날 역(逆)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안에 대해서도 "언제 또 새로운 지도부를 만들어 외부와 통합해 나가느냐"며 "시간적인 여유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비대위를 꾸려서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원샷으로 한 번에 (통합)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새 지도부를 만들어놨는데 오늘 (박주선 의원이 주도하는) 통합신당과 천정배 신당 등과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면 또 시간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정치연합과 통합신당, 천정배 신당, 신민당, 민주당 등을) 다 원점에 놓고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해서 하나로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제3지대 통합신당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해도, 그래도 원샷으로 통합 전당대회를 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