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과 ‘나영이 주치의’의 상반된 증언
  • ▲ ▲지난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 공개검진 모습. ⓒ 연합뉴스
    ▲ ▲지난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 공개검진 모습. ⓒ 연합뉴스

    [편집자 주]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을 계기로 불거진 병역비리 의혹 재판이 속도를 내고 있다.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씨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지난 5월 1회 공판을 시작으로 이제 두 번째 기일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모두 5회에 걸쳐 열린 공판준비기일을 더한다면, 지금까지 법정이 열린 횟수만 7차례에 이른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재판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과 이달 열린 두 차례의 공판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두 차례의 공판에서 재판부는 병역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박주신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나아가 지난 3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주신씨의 증인 소환 및 신체검증에 필요한 준비를 언급하면서, ‘공개 검증’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뉴데일리는 법정을 취재한 기자의 눈으로, 지난 3일 공판을 재구성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날 이뤄진 증인신문 상황과 당시 법정 분위기를, 최대한 자세하게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때문에 본 기사에는 본지가 출고한 4일 기사 <박원순 아들, 판사 주관 MRI재촬영-치아검사 한다!>에서 다룬 내용도 포함돼 있음을 밝힌다.


    지난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재판장 심규홍)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2012년 2월부터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해 온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심리 2차 공판이 열린 이날, 변호인들은 준비해온 서류를 검토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인물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와 이 병원 홍보팀 직원 이모씨였다. 이들은 2012년 2월 22일 박원순 시장 측이 박주신씨의 신체검사 장소로 이 병원을 선택하면서, 의혹 당사자인 주신씨를 신검 당일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먼저 홍보팀 직원 이모씨가 증인석에 섰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잔뜩 긴장된 표정과 목소리로 증언을 이어갔다. 이씨는 공개검진 당일 박주신씨를 연세대 동문회관 앞까지 마중나간 인물이다.

    주신씨의 신검 당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내부를 촬영한 채널A의 영상을 보면, 신검이 이뤄진 MRI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사람이 보인다.

    문제는 이 사람이 박주신씨 본인이냐에 대한 확증이 없다는 것이었고,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검사 당일 주신씨를 의전한 병원 홍보팀 직원들에 대한 증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김기수 변호사가 이씨에게 박주신을 마중 나가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 등을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수 변호사: 증인이 2012년 2월 22일 공개검진이 있던 날 박주신을 병원 밖에서부터 장소를 안내했나? 박주신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인가? 누구의 지시로 데려왔나?

    이OO: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장 최OO의 지시로 제가 데려왔다. 박주신은 그날 처음 봤다.

    김기수 변호사: 박주신을 처음 만난 장소는 어디인가?

    이OO: 병원 옆 동문회관 1층 음식점 부근에 운전기사가 탄 소렌토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런진 모르나 박주신은 5분 후에야 나타났다.

    김기수 변호사: 박주신을 기다리는 동안 운전기사와 말을 나눴나?

    이OO: 아니다. 운전기사와는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때, 차기환 변호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증인 이씨가 한 말의 허점을 찔렀다.

    차기환 변호사: 증인은 박주신을 당일에야 처음 봤다면서 어떻게 한번에 박주신을 알아볼 수 있었나? 더구나 약속된 장소에 박주신이 5분 후에야 나타났다면, 당연히 증인은 당시 차에 있던 운전기사가 박주신일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

    이OO: (당황하며)...그냥 알았다. 나중에 오는 청년을 보고 박주신이겠거니 했다.


    이씨는 뒤늦게야 자신의 말에 논리적 모순이 있음을 깨달은듯, 내뱉은 말을 수습하느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후 증언에서 상당부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면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방청석에서도 이씨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할 때마다 ‘하-!’하는 헛웃음과 함께 야유가 쏟아졌다.

    이씨의 신문이 끝난 뒤, 다음 증인은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장 최모씨였다. 잔뜩 굳은 얼굴로 법정에 출석한 그는, 증언 중 수시로 자신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호소하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증인 최씨는 공개검진 준비과정에서 자신이 MRI실 예약을 잡았고, 공개검진 이후 사과기자회견을 한 한석주 교수에게는 이메일로 자신이 작성한 사과문 초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차기환 변호사: MRI실 예약을 하기 위해선 손명세 교수(당시 연세대 보건대학원장/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가 세브란스병원 기획조정실장인 김모 교수에게 직접 얘기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증인에게 지시한 이유가 있나?

    최OO: 제가 기자담당이고…

    차기환 변호사: 기자담당은 사회적 이슈에 관해 기자들에게 보도하도록 하는 단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고, MRI실 촬영예약이 밀려있는데 누구를 참관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려면, 손 교수가 김모 교수에게 직접 전달하면 될 것을 왜 증인에게 얘기하나?

    최OO: 제게 지시하는 것이 김OO 교수에게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제 권한으로 가능하다.

    차기환 변호사: 공개검진이 끝나고 사과문을 한석주 교수에게 직접 전달했나?

    최OO: 아니다. 이메일로 전달하고 본인이 보시고 수정했다. 사과문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제가 초안을 작성했다. 한석주 교수는 기자회견 이전에 만난 적이 없다.

    차기환 변호사: 한석주 교수가 사과한다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사과문을 써서 갖고 있었나?

    최OO: 이OO 교수로부터 기자회견 사실을 전달받았다.


    최씨는 MRI실의 예약을, 의사가 아닌 행정직 직원이 할 수 있느냐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흥분하며, ‘그 정도 권한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방청석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와 앉아 있었다. ‘나영의 주치의’로 유명한 한석주 교수는 조용히 공판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청석에서 최씨의 증언을 유심히 듣던 한 교수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교수는 비교적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짙은 눈썹과 굳게 다문 입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강단이 느껴졌다.

    차기환 변호사는 한 교수를 한눈에 알아보고 즉석에서 재판부에 증인신문을 요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석주 교수가 예정에 없이, 증인석에 앉게 됐다.

    한석주 교수의 등장에 증인 최씨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석주 교수는 최씨의 당황한 기색에도 아랑곳없이 그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석주 교수: 제가 수술을 하고 있는데 2시가 가 될 때 쯤, 손명세 교수가 복도에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중이었기 때문에 20분 후에 나가서 손 교수와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이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서클 선배인데, '박시장 아들의 공개검진 MRI가 맞다고 한다면 당신이 공식 사과하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저는 박 시장 본인이 아니라 그 아들을 의심했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있었고, 저도 그 이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다음 수술을 마치고 두 개의 MRI를 들여다 봤다.

    그랬더니 동일인이어서 ‘아 사과를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당시 연세대 병원장이 전화가 와서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렸지만, 사과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기자회견장 뒤에 있는 준비실로 갔다.

    거기에는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직원 최씨와 엄상익 변호사, 김재춘 서울시 비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씨가 저에게 기자회견문을 줬고, 거기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가 수정해 발표했다.

    차기환 변호사: 최씨는 홍보팀장이 MRI 촬영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병원 시스템이 정말 그런가?

    한석주 교수: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아프셔서 MRI를 찍어야 했다. 어머니가 오전에 쓰러졌는데 의사인 제가 처방을 했지만 오후 2시에 촬영할 수 없었다.

    홍보팀장은 행정직이고, 홍보실 자체가 MRI처방을 놓고 어레인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그럴 수 없다. 마치 소장(訴狀) 없이 재판하는 것과 같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 ‘나영이’ 주치의로 잘 알려진 한석주 교수가,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2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의 신체검사가 이뤄지기 직전이었다.

    같은해 2월 18일 한석주 교수는 감사원 토론게시판에,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를 확실하게 규명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면서, 박주신씨의 병무청 병역처분 변경과정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한석주 교수는 이 글에서, “강용석 의원이 제시한 MRI 사진을 보고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병무청에 제출된 박주신의 MRI는 등(背部, dorsal site) 피하지방층의 두께를 볼 때, 상당한 비만체의 사진이다. 제가 보기에는 MRI가 바꿔치기 된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석주 교수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의혹을) 규명해 건강한 국가,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며 감사원이 사실을 전 국민에게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한석주 교수는 2012년 2월22일, 박주신씨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촬영한 당일,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자신이 제기한 병역의혹과 관련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석주 교수는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이 김기백 민족신문 대표를 상대로 낸 ‘허위사실유포 금지 가처분’ 사건과 관련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통해 “지금도 자생병원 MRI의 피사체가 젊은 나이의 청년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원래의 의학적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실체적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석주 교수는 서면진술을 통해, 2012년 2월22일 있었던 신체검사 당시 병원을 방문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고, 신체검사 현장이 서울시 직원에 의해 통제된 상태였음을 지적하면서, 당시 검사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한석주 교수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검찰은 물론 피고인이나 변호인 측도 한석주 교수가 이날 재판 방청을 위해 직접 법정을 찾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의사의 지시가 없어도, 병원 홍보팀장이 직원으로 MRI 촬영 오더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증인 최씨가, 한석주 교수의 등장에 크게 당황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한석주 교수의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증인 최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판은 매 회 새로운 증거와 쟁점이 등장하고 있다. 변호인들의 증거목록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변호인들은 양승오 박사의 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박주신씨가 공군 입대 당시 찍은 ‘공군훈련소 X-Ray’와 자생병원의 X-Ray가 적어도 10여군데 이상의 차이점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공판에서 밝혀진 두 엑스레이의 차이점은 ‘석회화’와 ‘극상돌기’의 차이점이다.

  • ▲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왼쪽)과 공군 X-Ray(오른쪽). 자생병원의 엑스레이에서는 오른쪽 제1늑골부위에 '석회화'현상이 보이지만 공군엑스레이에선 보이지 않는다. ⓒ 뉴데일리DB
    ▲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왼쪽)과 공군 X-Ray(오른쪽). 자생병원의 엑스레이에서는 오른쪽 제1늑골부위에 '석회화'현상이 보이지만 공군엑스레이에선 보이지 않는다. ⓒ 뉴데일리DB


    ‘석회화’란 나이가 들어 뼈에 발생하는 퇴행성 증상의 하나로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 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으며, X-Ra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신의 자생병원 X-Ray를 보면, 오른쪽 제1 늑골부위에 ‘석회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주신씨가 공군 입대 당시 찍은 X-Ray에는 이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변호인들은 이 같은 차이에 대해 "각각의 X-Ray를 찍은 사람이 동일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밝혔다.

    ‘극상돌기’의 경우에도 차이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변호인측은 “공군에서 찍은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을 위해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피사체의 제 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있지만, 자생병원에서 찍은 영상에서는 정방향으로 돼 있다”며, “박주신이 공군에 입대해 찍은 엑스레이와 세브란스 공개신검에서 나타난 피사체의 의학적 차이가 명확해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시작된 공판 초기만 해도 박주신씨의 증인채택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실관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기본적 태도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입장은 공판을 거듭하면서 바뀌었다. 변호인들이 매회 새로운 증거 혹은 기존 증거에 대한 새로운 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재판부도 ‘공개검증이 필요하다’는 피고인 측 변론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박주신씨가 출석을 하는 것을 전제로 증인신문과 신체검증, 신체검사, MRI촬영, 치아부분 확인 등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박주신씨의 증인소환 통보와 관련해서도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서울시에 협조요청을 하고, 재판을 통해 신문과 신체검사 등을 하겠다는 취지”라며 “답변이 없다면 기일을 정해 소환을 하고 불응하면 그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혀, 박주신씨의 증인 소환을 기정사실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