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위원회 권고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국회의원 아들 봐주기' 논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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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경기도 양평 펜션 특수절도 피의자 3명이 검찰에서 기소유예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절도가 아닌 특수절도 사건임에도 처벌을 하지 않았다는 점, 현직 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된 국회의원 아들 '봐주기 수사' 의혹이 검찰까지 미친 것이다.
13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의 아들 노모 씨(30)를 포함한 특수절도 피의자 3명에게 모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처분 일자는 지난달 14일이다. 경찰이 지난 3월 13일 특수절도 혐의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한 것을 감안하면, 검찰은 한 달만에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이다.
'기소유예'란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범인의 연령이나 범행 동기, 이후 정황 등(형법 제51조)을 감안해 검사가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나 초범자, 기타 경미한 죄를 범한 자에게 선처를 베풀어 다시 한 번 성실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검사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검찰의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은 처분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수사경력자료에서 삭제(형의 실효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돼 소위 전과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야당 의원의 아들이 포함된 3명의 특수절도 피의자들은 어떻게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일까.
이번 기소유예 결정의 배경엔 검찰의 시민위원회의 제도 활용이라는 뒷배경이 있었다.이날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지난달 14일 노 모씨 등에 대한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주지청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피의자들이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을 기소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해 시민위원회에 회부를 했다"며 "시민위원 9명 전원이 기소유예 권고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당시 검찰시민위원회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합의했고, 피해보상이 끝난다는 점, 피의자들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원 <기소유예 처분의 적정성>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결론적으로 담당 검사가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인데, 검찰이 '국회의원 아들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검찰시민위원회란 기소독점주의(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오직 검사만이 가진다고 하는 주의)의 폐해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 검찰심사회를 참고해 2010년에 우리나라 검찰에 신설한 위원회를 말한다.일반적으로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건전한 상식과 균형감을 갖춘 일반 시민들로 위원으로 직업, 연령, 거주지 등을 고려해 각급 청장이 위촉한다(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 제4조).여주지청은 이번에 시민위원회 제도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 "민감한 사건이라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을 시민위원회의 제도를 활용한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의 의문이 제기된다.검찰시민위원회 운영지침 제6조는 검사의 위원회에 심의절차 요청 사항으로, 1.고위 공직자의 금품·향응 수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권력형 비리, 지역 토착 비리 등 부정부패 사건 2.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사기·횡령·배임 등 금융·경제 범죄 사건 3.조직폭력, 마약, 살인, 성폭력 등 중요 강력 사건 4.지역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5.기타 각급 청의 장이 위원회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정하는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한 정치권 관계자는 "시민위원회 심의를 활용할 이유가 특별히 없어 보이는데, 검찰은 어쩌면 국회의원 아들이 포함된 사건이라 눈치가 보여 시민위원회로 넘긴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고 말했다.검찰시민위원회 심의절차는 담당 검사의 판단으로 시민위원회 개최를 위원장에게 통보하면, 시민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기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이에 대해 여주지청은 "회부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시민위원회로 넘기는 경우가 자주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저희 청에서는 한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 요즘 다른 검찰청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시민위원회로 회부한 뒤 그 결정 대부분을 받아 들여왔던 것으로 알려진다.지난해 11월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광주고등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병원치료를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각에선 이 제도를 이용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제기했다.지난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역시 검찰시민위원회의 불기소 의견을 받아들인 것도 마찬가지다. 당시 검찰은 특수 강간 혐의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의혹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고, 특수강간 피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이 무혐의 처분의 이유로 판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피의자인 김학의 전 차관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시민위원회를 방패막이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됐다.이번 국회의원 아들이 연루된 특수절도 사건에 있어서도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검찰이 일종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검찰은 시민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 피해 금액이 많지 않고, 피의자들이 전과가 없다는 점,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정당한 처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정계 일각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과 피의자들이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서른 살의 성인들이 야간에 합동으로 특수절도 범죄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 기소를 유예한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 처분이 아니냐는 것이다.
단순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형법 제329조)돼 있는 반면, 특수절도죄는 야간에 문호(門戶)를 손괴하고 흉기를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해 절도행각을 벌였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법 제331조)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특수절도죄에는 벌금형의 규정도 없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벌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법조인 출신인 한 국회의원은 검찰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불가능한 처분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특수절도죄에 벌금형이 없다는 점에서 기소를 하면 최소 집행유예를 받게 된다. 초범의 경우 전과기록이 남게 된다는 점에서 가혹한 처벌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특수절도라도 피의자가 정신질환 경력이 있다거나 생계형 범죄의 경우라면 피해자와의 합의, 초범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를 내릴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으로 죄질이 나쁜 무거운 범죄의 경우엔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건에 기소유예를 내릴 가능성은 높진 않다"고 밝혔다.
형사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도 "미성년자도 아닌 특수절도 피의자들이 피의자와 합의했고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집행유예도 아닌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판결은 아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주지청 관계자는 "이런 사건의 경우 저희도 기소하는 게 훨씬 편하지만,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줄 수 없지 않느냐. 저희는 원칙에 따라 일반인의 사건처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검찰이 시민위원회에 회부한 것 자체가 일종의 '책임 미루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다.
더 큰 문제는 검찰시민위원회에서는 수사의 기밀성 등의 이유로 비공개 진행이 원칙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을 기초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방대한 수사기록을 읽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검사가 제시한 자료와 의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검찰시민위원회 구조 자체가 본래의 목적인 검사의 기소권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장치로 작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검찰시민위원회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도구로 자주 활용되다 보니 시민위원회를 책임 떠넘기 혹은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회의원 아들 특수절도 사건도 마찬가지다.이에 대해 여주지청 부장검사는 "국회의원의 아들이 연루돼 민감한 사건이긴 했지만, 시민위원회에 책임을 넘긴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적 관심도 큰 사안이니 지침에 따라 국민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 처분과 관련해 "피의자 중에 국회의원의 아들이 포함돼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 검찰의 입장이 곤란했을 것"이라면서 "어쨌든 시민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한 덕분에 '국회의원 아들 봐주기' 등의 의혹을 비켜간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 아들의 친구인 최모 씨 등은 지난해 11월2일 오전2시 50분쯤 경기 양평군 서종면 소재 한 펜션에 침입, 주인 A씨의 16만원이 든 지갑을 훔친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묵었던 펜션에서 1Km 떨어진 A씨의 펜션으로 이동해 방안으로 침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들은 잠에서 깬 주인 A씨와 맞닥뜨리자 황급히 도주했다.
사건 발생 넉 달 만인 지난 3월, 이들은 서울 인근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고, 관할서인 경기 양평경찰서로 이송됐다. 당시 노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들렸다가 우발적으로 펜션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의 불구속 수사 진행을 두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특수절도 피의자의 아버지가 경찰청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안행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무언의 압력을 받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