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폭발탄, 얼마나 쓸모 없는 물건이 길래?…美 레인저도 사용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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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명품소총이라고 불리던 K-11 복합형 소총이 잇따른 결함과 불량으로, 생산물량 대부분이 군 무기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K-11 복합소총을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4,2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만정이상 군에 보급할 예정이었다.그러나 현재 시범운용을 위해 생산된 900여정 대부분이 군 무기고에 보관돼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군이 보유한) K-11 복합소총은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고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K-11 복합소총의 1정당 단가는 1,537만원으로, 이를 900정으로 환산하면 약 138억원 가량의 예산이 창고에 묶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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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11, 호주군에 자랑하려다 되레 망신살

    K-11 복합소총은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시도하다가 포기한 무기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실전 배치하고 있다.이들 국가가 복합소총 개발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중량과 고가의 구입비용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총유탄발사기에 비해 유력도, 신속성도 떨어져 전술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 공중폭발탄만 발사하는 XM 25 IAWS(공중폭발탄발사기)도 지난해 개발을 완전히 취소했다.  K-11 복합소총은 지난 1998년 개념연구를 시작해 2008년 체계개발을 마치고, 무기체계 소총의 몸체는 S&T 모티브, 사격통제(사통)장치는 이오시스템, 공중폭발탄은 풍산과 한화가 각각 나누어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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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초도양산이 시작되자마자, 2011년 격발센서 이상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군은 이를 수습(생산재계)하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당시 문제는 K-11 복합소총 격발센서 이상이 주요 원인이었다. 폭발사고는 그 뒤에도 이어져 지난해 3월에는 약실에서 전용탄이 폭발해 3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특히 당시 사고는 호주군 참모총장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일어나, 한국군의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K-11 복합소총의 오작동과 총기 이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사격통제장치 균열이 발견됐다. 이 문제는 플라스틱 사출공정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 나사풀림 현상은, 사격통제장치와 총기를 결합해주는 삼각 홈나사의 풀림이 원인인 것으로 결론이 났다.

    K-11 복합소총의 20mm 공중폭발탄도 문제가 됐다. 공중폭발탄이 고출력 전자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존에 생산된 물량이 전량 폐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 “먼지만 쌓이고 있는 1,500만원 짜리 무용지물 대신, 전군에 ‘신형 방탄헬멧’ 보급하지..”

    20mm 공중폭발탄은 총 18만발을 양산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만발이 생산됐다.1발당 양산단가는 155,000원이다. 공중폭발탄의 폐기가 결정되면 240억원에 달하는 양산비용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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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면, 정부는 복합소총 무기체계에 4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놓고,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11 복합소총 개발을 계속 추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보급률이 절반도 안되는 신형 방탄헬멧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만개의 방탄헬멧을 보급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5억원 안팎이다.


    ◇공중폭발탄, 얼마나 쓸모 없는 물건이길래?…美 레인저도 거부

    당초, 군 당국은 K-11 복합소총을 소총탄과 공중폭발탄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개인화기라고 선전하면서, 명품무기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우리보다 먼저 공중폭발탄 개발에 뛰어든 미군은 2013년 20mm 공중폭발탄보다 더 위력이 강한 25mm 공중폭발탄과 XM-25 전용발사기를 아프간 주둔 특수부대 제75 레인저에게 보급하고 실전에 사용토록 권고했다.
     

  • ▲ XM-25 전용발사기를 사용하는 미 레인저 대원.ⓒ미육군
    ▲ XM-25 전용발사기를 사용하는 미 레인저 대원.ⓒ미육군


    하지만 총기 폭발사고를 경험한 레인저는 사용을 거부했다. 명목상 이유는 총기가 무거워 실전에 사용하기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으나, 25mm 공중폭발탄의 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도 레인저가 사용을 거부한 주된 이유였다. 당시 레인저는 25mm 공중폭발탄이 없어도, 숙련된 유탄발사기 사수가 있다면, 벽이나 참호에 숨은 적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11이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면서, 방위사업청은 지속적인 설계보완과 추가 안전대책을 강구했으나, 현재 K-11의 전력화는 중단된 상태다. K-11이 명품무기가 아닌 불량무기라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