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 활동한 ‘여성동아 문우회’ 후배 작가들의 작품 수록
  • ▲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 표지.ⓒ 사진 문학세계사 제공
    ▲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 표지.ⓒ 사진 문학세계사 제공

    ‘여성동아 문우회’가 박완서 선생 작고 4주기를 추모하며 신작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출판사 문학세계사)을 펴냈다. ‘여성동아 문우회’는 잡지 <여성동아>가 1968년부터 시작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여성작가들의 모임이다.

    1974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계기로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에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자 결성된 ‘여성동아 문우회’는, 40여 년 간 박완서 선생을 비롯, 수많은 여성작가들이 참여해 꾸준히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 박완서 선생과 ‘여성동아 문우회’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주인공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관념의 갈등 등에 천착한 소설에서 벗어나, 개인과 사회의 부조리와 몰염치를 신랄하게 고발함으로써, “사회성과 역사성을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은 박완서 선생이 작고한 지 4년이 지났다.

  • ▲ 고 박완서 선생.ⓒ 네이버 화면 캡처
    ▲ 고 박완서 선생.ⓒ 네이버 화면 캡처



    1970년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에서 당선된 박완서 선생은, 당선 당시부터 작고하던 해까지 꾸준히 ‘여성동아 문우회’ 활동을 이끌어 왔고, 동인지 소설집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신작을 발표했다. 그 덕분에 ‘여성동아 문우회’ 소설집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박완서 선생의 4주기를 맞아, ‘여성동아 문우회’ 후배 작가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한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을  펴냈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쳐온 여성작가 15인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과  박완서 선생의 단편 ‘저물녘의 황홀’이 함께 실려 있다.


    박완서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단편 ‘저물녘의 황홀’ 등 15인 작품 수록

    소설집 <저물녘의 황홀>에는 여성 소설가 14명의 신작소설과 박완서 선생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손소희 문학상 ‧ 동리문학상 ‧ 가톨릭 문학상 등을 수상한 노순자 작가의 ‘웃음’, 영화 <여자 정혜>의 원작자인 우애령 작가의 ‘장승포에서’, <도시락 편지>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조양희 작가의 ‘황금 반지’,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의 원작가인 박재희 작가의 ‘춘향’ 등 여성작가 15명의 개성 있는 문체와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제40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장정옥 작가의 ‘제7일의 밤’은 ,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 죽은 날 밤의 기록으로, 죽음에 직면한 사도세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냈는데, 단편소설 특유의 미학적 문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완서 선생의 ‘저물녘의 황홀’은, 그의 딸 호원숙씨의 추천에 의해 이번 책에 특별히 실렸다.

    자식들이 모두 이민을 떠나고 홀로 살아가는 60대 노인의 고독을 그린 이 작품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노인 문제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노인의 고독, 죽음에 대한 갈망, 자식들에 대한 원망과 애정 등이 박완서 특유의 우아하고 세밀한 문체로 그려지고 있는데, 소설 말미에서 죽음에 대한 갈망을 삶의 희망으로 전환시키는 대반전은 거장의 힘을 느끼게 한다.

    자칫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인 문제를, 곳곳에 배치된 풍자적 요소를 통해 유쾌하게 끌고 가는 것도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박완서 선생님이 돌아올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나시고(2011년 1월 22일) 네 번째 정월을 맞습니다. 엄마 닭을 잃은 병아리들 모양 너무나 휑한 선생님의 빈자리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우리는 이제야 제가끔 애틋한 정을 나름의 신작으로 영글려서 4주기 영전에 드립니다.

    1975년 1월 동아일보 광고 사태 때 후배들을 불러 모은 것도 선생님이었고 해마다 한 명씩 보태지면서 인원이 늘자 동인지 성격의 작품집을 내는 게 어떠냐고 하신 것도 선생님이었습니다.

    도서출판 전예원에서 비정기 간행물 <여성문학> 1호라는 제호로 여성동아 문우들만의 첫 신작집을 낸 것이 1984년이며 1977년 당선자 김향숙의 ‘겨울의 빛’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잡지 느낌의 제호를 없애고 열 명이 참가해 376쪽의 두툼한 책을, 수록 소설 중 하나인 <분노의 메아리>라는 제목으로 간행한 것이 1987년입니다.

    『불의 터널』,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활 쏘는 여자』, 『십삼월의 사랑』이 3년쯤의 간격으로 계속 간행되었습니다. (중략)

    그 후 『피스타치오 나무 아래서 잠들다』, 『로맨스 소설 읽는 아내』, 『촛불 밝힌 식탁』, 『피크닉』, 『소설가의 집』, 『오후의 빛깔』등 신작집을 줄기차게 간행했고, 우리들의 참여는 지극히 자유로웠습니다.

    그런데 2010년을 끝으로 여성동아 장편공모는 중단되었고, 해마다 탄생하던 새 식구에 대한 기다림이 사라졌습니다. 여성동아  문우회에 더 이상 회원이 늘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어쩌겠느냐고 우리끼리 꾸려 가자고 그 해맑은 웃음을 지으실 듯합니다.

    존경보다는 사랑을 원하시던 박완서 선생님. 사랑으로 기억하며 묵묵히 우리 모두 문학의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 후배 작가들이 박완서 선생에게 보내는 존경의 메시지 (책 머리말 중에서)



    수록 작가와 작품

    ▲ 저물녘의 황홀 / 박완서

    ▲ 고장난 컴퓨터 / 오세아

    ▲ 제7일의 밤 / 장정옥

    ▲ 춘향 / 박재희

    ▲ 고장난 엄마 기계 / 김정희

    ▲ 우리 동네 금옥 씨 / 이근미

    ▲ 햇빛 환한 창 / 권혜수

    ▲ 장승포에서 / 우애령

    ▲ 낮은 울타리 / 한수경

    ▲ 만종 / 최순희

    ▲ 황금 반지 / 조양희

    ▲ 웃음 / 노순자

    ▲ 너무도 슬픈 당신 / 유춘강

    ▲ 런던의 파리 하우스 / 이경숙

    ▲ 엄마의 청춘 / 신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