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국무위원들과 처음으로 가진 티타임, 국무회의에선 "조직개편으로 심기일전"
  • ▲ 청와대에서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청와대에서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요지는 국정운영 안정이었다.

    집권 3년차에 진입하자마자 위기상황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쇄신안의 핵심인 조직개편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각종 파문 이후 '콘트리트 지지층'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 50~60대 장년층마저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대통령이 보수 진영의 쇄신 요구를 수용하고 내부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의 조직을 일부 개편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심기일전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주요 분야 특보단을 구성하고 경제혁신3년 계획에 박차를 가해 당정관계와 국정업무에 협업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각과 관련해서는 "지금 공석으로 있는 해수부 장관 등 꼭 필요한 소폭 개각을 통해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집권 후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특보단 신설을 비롯한 조직개편을 서둘러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청와대 인적쇄신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다음달 설 이전에 전반적인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정무특보, 언론특보, 정책특보 등 3대 특보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구상을 뒷받침할 특보단 운영이 논의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윤회 문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3인과 관련해선 이들이 각각 맡고 있는 하부 조직을 단일화하거나 한 쪽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실장이 교체될 경우 청와대의 내부 권력이 3인방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쇄도함에 따라, 권력구조를 분산해 향후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중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으로 일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현재 장관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김영석 현 차관과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사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자리에서 공직기강 확립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부분 공직자들은 투철한 사명감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방산비리 비롯해서 최근 사건에서 보듯이 일부 공직자들이 공직기강을 무너뜨리는 그래서 공직자 전체에 먹칠하는 불미스러운 사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소속공무원과 산하기관 종사자들의 근무자세 확립위한 교육에 힘써주기 바라고 국무조정실과 감사원 관련기관들은 상시적인 점검활동으로 공직기강을 확립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 청와대에서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청와대에서 각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각료들과 티타임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국무회의가 시작되기 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리 회의장에 도착해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할 때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서 있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라며 농담을 던졌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티타임이 '서타임'으로..."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직후 박 대통령은 논란이 일고 있는 '연말 정산' 개선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도착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오늘 잘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최경환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소득층한테 더 걷어서 저소득층한테, 금년 낸에 약 1조4,000억 원 정도 더 걷어서 EITC(근로소득장려세제) 형태로 돌려주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해가 잘 되시는 게 중요하죠"라고 말했고, 최경환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어 장관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 차는 드셨어요? 티타임이니까 차를 마시면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은 "대통령님께서 먼저 차를 드셔야 되는데..."라고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어디 있어요? 줘야 먹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금연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주고 받은 농담도 화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금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환 부총리와 문형표 복지부장관의 금연 결심을 확인하자, 최 부총리는 "저도 이번 시도가 삼세판"이라며 웃었고, 박 대통령은 "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는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받아쳐 또 한번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이후에도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은 약 10분여 간 현안을 놓고 편하게 환담을 나눈 뒤 10시에 맞춰 회의장인 세종실로 입장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티타임과 관련해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소통 문제가 지적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