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란은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 하는 이론 아냐…좌파에게 무상보육은 먹을 것이 없는 매력 없는 정책"
  • ▲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공무원연금 개악 및 무상보육, 무상급식 후퇴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4.11.17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17일 국회 정문 앞에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공무원연금 개악 및 무상보육, 무상급식 후퇴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4.11.17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학교식당 급식조리종사원들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오는 20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한다. 2006년 이후 정부가 원칙으로 정한 학교식당학교장 직영운영이 초래한 우려스러운 사태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되던 전국 1만 여개의 학교식당이 학교장의 직영체제로 바뀌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 학교식당 직영체제였다.

    첫째는 1만여 명의 영양사가 정년을 보장받는 교사 신분을 가지게 되고 15만여 명의 조리종사원이 비정규직으로 학교장 직접고용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학교현장의 새로운 비주류세력으로 등장한 이들 대부분이 신분상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교육현장이 노동운동의 볼모가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둘째는 전문성이 없는 학교장이 학교식당 운영자가 되면서 식재료공급체계의 허실을 제대로 지적하고 개선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사업을 공공화하여 농민단체 중심의 좌파 지지세력 기반을 다지려는 전교조의 거대한 로드맵이 가동될 여건이 성숙되었던 것이다.

    학교식당 직영운영 및 친환경 학교식재료 공급이라는 쌍두마차로 진행된 친환경무상급식사업의 최전선은 박원순 시장의 책임 하에 있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였다. 지난 수년간 공룡처럼 거대해진 센터의 부조리와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가 야5당의 승리로 끝난 이후 성역처럼 여겨진 이 사업에 대해 어느 누구도 비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13년 서울시의회에서 센터가 산지공급업체 4곳에 수의계약으로 수천억의 특혜를 주는 등 좌파의 지지세력 먹여 살리기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박원순 시장 주변의 시민단체 인사들의 전횡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상급식사업 전반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는 여론이 환기되었다.

    서울시의회의 문제제기는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고 종래에는 검찰수사로 번졌다. 최근 검찰은 센터와 거래한 업체대표 등 10여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회부했다. 센터를 이용하던 학교 수는 급감했고 금년 들어 적자가 9억 원이라 한다. 지난 4년 여간 축적된 구조적인 부조리와 비리가 뒤늦게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반전에 힘입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 지원중단을 선언했고 이에 지자체장들이 가세하면서 학교 무상급식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1년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 비정규직 조리종사원들의 파업사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번 조리종사원 파업시도가 무상급식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형성 시점에서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무상급식 사업이 후퇴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학교식당 직영운영체제의 문제점들이 이슈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좌파 세력들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학교현장을 노동운동의 투쟁도구로 삼는다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무엇인가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상급식사업이 후퇴하더라도 학교식당 직영체제 만큼은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온 나라의 교육현장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전교조와 좌파 노동단체로서는 15만여 명의 조리종사원을 세력화할 수 있는 학교식당 직영체제를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학교식당 조리종사원들의 전국적인 파업시도는 범상치 않아 보인다. 학부모들과 정부에 대해 경고음을 보내고 싶은 그들의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교장들은 조리종사원들의 고용승계를 전제조건으로 학교식당을 위탁운영하기를 바라는 것이 학교현장의 분위기이다. 교육자가 밥장사가 되었다고 하소연하는 학교장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우파의 예봉을 꺾으려는 좌파의 각오도 단단한 듯하다. 이번 복지논란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