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법무부, 민혁당-통진당 관계 입증에 주력
  • ▲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뉴데일리DB
    ▲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뉴데일리DB

    1980년대 주체사상파(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51)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진보진영’ 인사들의 ‘민낯’을 공개했다.

    특히 김영환씨는, “주사파는 지금도 폐쇄적이고 고루한 옛날 이념과 노선에 집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보세력이라기보다는 수구세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김영환씨는, 통합진보당에 몸담고 있는 핵심 당직자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이들이 과거 민혁당과 그 산하 RO조직원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영환씨의 이같은 증언은 2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16차 공개변론에서 나왔다.

    이날 김영환씨의 증언 중 가장 눈길을 모은 부분은, 민혁당이 1995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구로와 경기도 성남에 각각 이상규, 김미희 의원을 출마시키고 이들에게 각각 500만원을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김영환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민혁당은 자체 자금으로 이상규, 김미희 의원의 선거비를 지원했으며, 민혁당의 자금에는 1991년 북한에서 받은 41만 달러도 포함돼 있다.

    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핵심활동가 중 한 명이었던 김씨는 1985년 ‘강철’이라는 필명으로, <한 노동운동가가 청년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자를 작성했다.

    이른바 ‘강철서신’으로 알려진 이 책자는, 김일성의 교리를 추종하는 주사파의 교본으로 불리며,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

    1992년 지하당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결성한 김씨는 199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뒤, 사상전향서를 쓰고 ‘공소보류’로 풀려났다.

    김씨는 현재 북한주민들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북한인권운동가로 일하고 있다.

    당시 함께 구속된 사람 가운데는 내란선동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진당 의원도 있다.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이석기 의원은 재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날 김씨는 “통진당 이상규 의원과 유선희 최고위원이 민혁당 조직원이었느냐”는 법무부 측 질문에, “이상규 의원은 민혁당원이 확실하고, 유선희 위원은 민혁당 해체 직전 가입 추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씨는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의 출신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씨는 “홍 대변인의 경우, 민혁당 산하 RO 조직원이었던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민혁당이 장학한 학생운동 조직 가운데 서울대 애국선봉대가 있었으며, 홍성규 대변인이 애국선봉대 대장을 맡았다고 진술했다.

    김영환씨는 TV토론과 세미나 등을 통한 과거 동지들의 발언 및 행태를 볼 때, 그들의 이념 성향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아직도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북한의 3대 세습, 북한 인권 탄압 등의 논의를 회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옛날 생각(주체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주사파 리더로 활동한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 김일성 부자 3대 세습, 정치범 수용소 등의 논의를 회피하는 사람들은 옛날식 생각(주체사상)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

       -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21일 통진당 해산심판 16차 공개변론에서


    법무부는 과거 주사파의 대부였던 김영환씨의 증언을 통해, 정당해산 심판을 받고 있는 통진당 주요 당직자들이 민혁당과 그 산하 RO조직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통진당의 위법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법무부는 민혁당과 통진당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데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통진당의 역사적 배경에 민혁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 통진당의 내재적 종북성을 간적접으로 입증하려 한 것이다.

    민혁당이 수령절대주의와 북한식 사회주의, 폭력혁명 등 김일성의 교리를 추종한 지하당이었다는 점에서, 통진당과 민혁당의 관계는 정당해산 심판 심리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부의 공세에 통진당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김영환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씨가 1997년 민혁당 해체를 결정한 뒤, 민혁당 잔류인사들과 교류를 끊어 김씨 진술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진당측 반론의 핵심이다.

    이날 오후에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제보자 이모씨가 나와, 통진당 진성 당원 중 상당수가, 민족해방계열(NL)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오병윤, 이상규 의원, 안동섭 사무총장, 김성교·민병렬·유선희·정희성·최형권 최고위원 등이 모두 NL 성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진당측은 십자가 밟기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영환씨로부터 RO조직원 출신으로 지목된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영환씨의 증언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대변인은 김영환씨를 위증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