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에서도 동조론, 김무성 "국민 생명 소중! 무조건 해제 안돼" 일침
  • ▲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는 황병서 총 정치국장(왼쪽부터),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 오크우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는 황병서 총 정치국장(왼쪽부터),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4일 오전 인천 오크우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남한 방문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에 '5.24 조치 해제'가 핵심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며 정부의 대북제재 일환인 5.24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빗장부터 풀어야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며 "5.24조치를 과감하게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길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이정희 대표도 이날 대방동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의 고위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남을 방문했다. 이런 파격 행보의 이유는 남북관계에 걸리는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겠다는 의지"라며 "이 기회에 우리 정부가 통 큰 행보를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남북 간에 해결되어야 할 우선과제는 상호비방을 멈추고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의 길을 열고 개성공단의 문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와 대화의지를 밝힌 만큼 우리 정부도 5.24조치 해제 등 이에 상응하는 분명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 ▲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뉴데일리 DB
    ▲ 통진당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뉴데일리 DB


    새누리당 내에서도 5.24 조치 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이 굉장히 어렵다. 5.24조치로 인한 남북경협 교착상태를 풀어야 한다"며 우리도 통크게 답해야 된다고 본다. 통큰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실질적인 측면에서 북한 최고위급인사들의 방한이 있었고 또 남북 간에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그(5.24조치의) 효력은 반 이상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치 해제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유 의원은 다만 "5.24 조치의 발단이 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우리가 잊을 순 없는 일이고 북한에 대해서 계속해서 책임을 추궁해야 되는 것은 맞다"면서 "이전의 일들을 우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이 지나갈 순 없으니까 사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 등이 관철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에 요구를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연합뉴스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연합뉴스


    하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핵심 의원들은 '5.24조치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천안함 만행 등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사과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대화의 불씨가 밝게 켜졌는데,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정부와 우리 새누리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 크게 노력하는 제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남북 간의 그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에서는 확실히 매듭을 짓고 각 현안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남북 간의 화해, 교류 협력은 확대해 나가돼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국가의 안보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의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5.24조치 해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서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5.24조치는 무조건 중단하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기 전에 북한의 진정성 있는 공식적인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이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북한측 대표단과 만나 얘기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들이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북한측 대표단과 만나 얘기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윤상현 전 사무총장도 최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은 원칙의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취하는 현재의 스탠스(입장)가 옳은 입장이라고 본다"며 당내의 5.24 조치 해제 주장을 비판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윤조 의원 역시,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는데 5.24 조치를 전면 해제하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는 남북관계와 국익이라는 입장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고 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북한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새누리당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는 천안함 폭침 만행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남북의 사회, 문화, 체육 분야는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경제적 교류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면서 북한의 천안함 사과를 받아내는 등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 2013년 3월, 천안함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북한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측에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뉴데일리
    ▲ 2013년 3월, 천안함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북한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측에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뉴데일리


    '5.24조치'는, 북한 인민군이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하던 대한민국 국민인 故박왕자 씨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의 만행을 저지르자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제재조치다.

    폭침을 저지른 북한이  재발방지 및 신변보장 약속 등 '책임있는 조치'를 선행해야만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살해사건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및 신변보장을 거절했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측에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8월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8·15를 계기로 북남관계에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주한미군 철수와 5·24 조치 무조건 해제 등을 주장했다.  

    5.24조치 해제를 놓고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향후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5·24 조치 해제, 북핵, 북한 인권,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주제를 놓고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