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의원이 대리기사 옷 잡아당기고 '너 어디가'라고 말해"
  • 김현 의원과 술을 마시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관련 영상. ⓒTV조선 뉴스화면 캡처
    ▲ 김현 의원과 술을 마시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관련 영상. ⓒTV조선 뉴스화면 캡처


    어찌된 영문인지 차주인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위치를 정확히 몰랐던 대리기사 이 모(52)씨는 차주인과 일행들이 가다 서다 얘기하며 시간을 지체하자, 결국 차주인에게 자동차키를 돌려줬다.
    경기도 부천이 집인 이씨는 시간이 더 지체되면 목적지인 경기도 안산까지 갈 경우 다시 돌아올 길이 막막했기 때문.

    자동차키를 공손하게 돌려주지 않아서였을까.
    차주인은 대뜸 이씨의 옷을 잡아당기면서 "이러면 안되지, 너 어디 가" 나무랐다.
    이씨가 "제 얘기좀 들어보세요"라며 사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차주인은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입장만을 반복해서 강요할 뿐이었다.
    대화 도중 차주인의 일행 중 한 사람이 "의원님 앞에서 공손하지 못하느냐"며 거들기 시작했다.
    차주인의 일행 중 한 사람은 "의원님, 우리가 할게요"라며 차주인을 말리기도 했다.

    화가 난 이씨는 "의원님, 의원님 하시는데 국회의원이라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차주인은 "그래, 나 국회의원이야"라며 자신의 명함을 이씨에게 건넸다.
    이씨는 명함을 보고서야 차주인이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아니, 김현 의원이 차주인인지 여부 역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자동차 키]를 건네줬으니 그저 차주인으로 안 것이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강경파 김현 의원. ⓒ 뉴데일리DB
    ▲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강경파 김현 의원. ⓒ 뉴데일리DB


    명함을 건넨 김현 의원은 대리기사에게 "당신 소속이 어디야? 당신 명함도 줘봐!"라고 했다.
    "명함이 없다"고 하니, "신분증을 달라" 했다.
    "신분증도 없다"고 하자,
    김현 의원의 수행원은 "당신 국정원 직원이지?"라고 따져 물었다.

    175cm 정도의 키인 이씨는 당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멘 정장 차림이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이씨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의심을 받게 된 이유는 이게 전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간의 다툼을 본 지나가던 한 시민 A씨는 이씨에게 "무슨 일이냐"며 상황을 물었다.
    이씨는 "국회의원이 대리기사한테 굽신거리지 않는다고 이러네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A씨에게 김 의원이 준 명함을 보여줬다.

    그러자 김 의원의 수행원이 명함을 낚아챘다.
    그러면서 "너도 국정원이냐"며 이씨와 A씨가 움직일 수 없게 붙잡았다.
    몸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소속 B씨가 다짜고짜 대리기사 이씨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소속인 C씨의 주먹을 맞고 이씨는 쓰러졌다.
    이씨가 맞고 있을 때 김현 의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술에 취한 B씨가 이씨를 때리다가 쓰러지자,
    그제서야 김현 의원은 "사람이 쓰러졌다!"고 뒤늦게 외쳤다.


  •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 피해자가 18일 대리기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 ⓒ 해당커뮤니티 화면캡처
    ▲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 피해자가 18일 대리기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 ⓒ 해당커뮤니티 화면캡처

    여기까지는,
    대리기사 이 모(52)씨가 지난 18일 오후 한 포털의 대리기사 커뮤니티에 <여의도 대리기사 폭행사건 피해기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과,
    이씨의 무료변론을 맡은 김기수 변호사의 사건 설명을 종합해 정리한 것이다.

    이씨는 해당글에서 "일반 시민들이 제지하거나 말리지 않았으면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집단폭행 피해)로,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썼다.

    김기수 변호사는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씨는 뒤통수를 포함, 머리를 수차례 맞았다"며 "두통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초기에 김현 의원이 대리기사에게 다가가 옷을 잡는 등 흥분해서 달려드는 모습이 CCTV에 있다"면서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김현 의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