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건국’, 대한민국은 ‘정부수립’..교과서, 반헌법적 기술 심각
  • ▲ 정경희 박사가 13일 오후 한글회관 3층에서 '대한민국 건국, 왜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정경희 박사가 13일 오후 한글회관 3층에서 '대한민국 건국, 왜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좌파사학자들의 ‘민중민주주의’ 사관이 대한민국 역사학계를 장악하면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된 설명이 금기시 되고 있다는 분석이 학계로부터 나왔다.

    특히 ‘대한민국 건국’에는 [적대적] 태도를 취하면서,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는 ‘조선민주주의민민공화국 수립’이라는 [반헌법적] 표현을 사용한 교과서도 있어, 어린 학생들이 왜곡된 국가관에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포럼>은 12일 한글회관 3층에서 각 시민사회단체장 및 실무자, 일반시민 등을 대상으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대한민국 건국, 왜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를 주제로 정경희 박사(전 탐라대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포럼에 참석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기조발언에서 “올해 광복 65주년을 맞이했지만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하지 않고, [대한민국 건국]이란 말도 공식문서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갑제 대표는 “대한민국 건국이란 말을 지우도록, 교육부가 지시하는 범죄적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국가관 교육에 무관심한 교육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 ▲ '대한민국 건국, 왜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강연 하고 있는 정경희 박사
    ▲ '대한민국 건국, 왜 한국사 교과서에서 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강연 하고 있는 정경희 박사

    정경희 박사는 “지난 2년 반 동안 50년대 나온 1차 교과서부터 현행 8종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역대 국사교과서를 모아 분석했다”며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건국한 대한민국과 북한정권 어느 쪽에 [정통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희 박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정부수립은, 제2차 유엔총회가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의 감시 아래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결의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당시 북한을 점령한 김일성이,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의 38선 이북행을 막아서면서 남한에서만 총선거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한에서는 국가과정의 4단계인 자유총선거-국회구성-헌법제정-정부수립을 거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을 공식 선포다.

    정경희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 바탕 자료로, 고(故) 이기백 교수가 집필한 ‘한국사신론’을 인용했다.

    ‘한국사신론’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1961년 초판이 인쇄된 뒤 2012년까지 22쇄가 발행됐다. 판매부수만 100만권 이상에 달하는 초(超) 밀리언셀러다.

    ‘한국사신론’은 대한민국의 성립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1948년 5월 10일 남한에서는 드디어 총선거가 실시됐다.

    남북협상파가 불참했고 북한에 배정된 100석을 제외한 것이었으나. 198명이 국민의 대표로 선출됐다.

    5월 31일 국회가 열렸고 즉시 헌법의 제정에 착수해 7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뒤 17일 공포했다.

    헌법절차에 따라 20일 대통령선거가 실시됐고 그 결과 이승만이 당선됐다.
    이어 행정부가 조직되고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국내외에 선포됐다.

    그해 12월 대한민국은 유엔총회의 승인을 얻어 한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가 됐고 뒤이어 미국을 위시한 50여개국의 개별적 승인도 받게 됐다.

       - <한국사신론> 이기백 교수, ‘대한민국의 성립’ 中


    정경희 박사는 “역사학계 일각에서 ‘건국’을 부정하고, ‘정부수립’에 지나지 않는다고 격하하는 등의 움직임이 최근의 국사 교과서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대한민국의 정통성 시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이것이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역사분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의 지적대로, 국정교과서 체제였던 1974년 3차 국사 교과서부터 1996년 6차 교과서까지는 [건국]에 대해, ‘대한민국의 수립’ 또는 ‘성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2년부터 발행된 7차 교과서부터 현재에 이르러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혹은 ‘대한민국 정부가 닻을 올렸다’ 등의 표현이 쓰이면서, [건국]을 사실상 부정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은 건국과정 서술을 비교해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사신론’에 나온 기술과 거의 흡사한 6차 국정 국사교과서와 달리, 7차 금성 ‘한국근현대사’는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적으로 기술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닻을 올렸다.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유엔 총회에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남한만의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 민족 국가의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했다.

       - 금성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건국과정 서술 中

     

    특히 정경희 박사는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교육부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현재 발간된 한국사교과서 중 ‘건국’이란 표현은 교학사교과서만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건국’을 ‘정부수립’ 등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교육부의 지시는 곧 ‘대한민국을 국가로 볼 수 없다는 뜻’과 같다”고 꼬집었다.

    서남수 장관 당시 교육부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설(說)’로 규정하면서, “헌법적 근거가 타당하지 않고, 당시에도 건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기존의 ‘정부수립’을 유지한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입장에 정경희 박사는, 조갑제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대한민국 공무원으로부터 들어본 최악의 망언”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헌법 제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교육부의 주장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정 박사는 1948년 12월 발표된 <유엔 총회결의 제195호>를 왜곡 날조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유엔총회 결의문은 “and that this is the only such government in korea” 즉,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故 리영희 교수는 ‘국가보안법 논리의 위대한 허구’라는 글에서, 위 영문을 “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에서의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라고 번역했다. 원문에 없는 ‘그 지역에서의’를 넣어 혼란을 야기한 것이다.

    리영희 교수의 그릇된 해석은 곧 국사교과서에 반영됐다.

    <두산동아 한국사 검정본>이 대한민국 수립 과정에 대해 “국제연합총회에서 대한민국정부를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다”고 서술한 것은 좋은 예다.

    이에 대해 정경희 박사는 “헌법과 배치되는 잘못된 서술”이라고 평가했다.

    헌법은 제3조, [영토조항]에서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두산동아 교과서의 기술을 풀이하면,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가 아니다. 이는 북한의 대남전략전술과 사실상 같은 주장이다.

    속칭 [좌편향 교과서]들의 북한 서술 실태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

    헌법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거한 반(反)국가단체]로 보고, 국가성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국사 교과서의 남북한 서술변화를 살펴보면, 7차 금성의 ‘근현대사 교과서’와 현행 두산동아의 ‘한국사 교과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을 정부라고 인정하지 않은 90년 5차 국사교과서 및 96년 6차 교과서와 달리, 7차 금성 교과서와 현행 두산동아 교과서는 “북한에 또 다른 정부가 들어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한민국의 건국을 폄훼하는 것을 넘어서, 헌법의 근간을 위협하는 반국가적 서술이 버젓이 고등학생용 한국사교과서에 실린 것이다.

    이들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에 대해 ‘정부의 수립’이란 표현을 써,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국가의 건국’이란 반헌법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 정경희 박사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세워진 두 개의 정부 가운데 하나일 뿐, 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분단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에 차라리 세워지지 말았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통일지상주의’에 매몰된 역사서술의 전형”이라며 “‘민중사관’에 입각해 교과서를 서술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건국을 폄훼하고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속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산동아 ‘한국사’ 교과서가 <5.10 총선거>를 ‘남한만의 총선거’로 규정하고, 북한의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남북한 전체의 선거]로 기술한 것에 대해서는,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강연이 마무리 된 뒤, 정경희 박사는 “한국사 중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이 현대사인데, 이념적으로 편향된 연구자들이 많아 교과서가 뒤집어졌다”며 “국정교과서를 만들거나 검정교과서 체제 안에서, (좌편향 교과서를)올바르게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