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 기본은 검증 안 된 내용에 대한 보도 자제...크로스 체킹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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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석희ⓒJTBC
    ▲ 손석희ⓒJTBC


    JTBC의 손석희는 지난 18일 '다이빙벨' 이종인의 "20시간 연속 잠수 가능"이라는 거짓말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면서 첫 번째 오보를 냈다. 그리고 정확히 10일 후인 28일 두 번째 오보를 냈다. 세월호 현장에서 31년차 베테랑 기자가 큰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지른 것. 

손석희는 지난 28일 JTBC '뉴스9'에서 구조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8명의 진술을 통해 "언딘 측에서 시신 수습을 지연시킨 사실이 드러났다"며 "첫 번째 시신이 발견된 날, 언딘 관계자가 민간 잠수사들에게 ‘시신을 인양하지 말아 달라, 언딘이 한 것으로 해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언딘은 29일 오전 11시10분 진도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병수 언딘 기술이사는 "구조실적을 가로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첫 시신을 수습한 19일, 승객 구조 작업에 나선 선박에는 민간 잠수사 8명, 유가족 2명, 해경 1명, 언딘 측 잠수사 11명이 타고 있었기에 진실을 밝혀줄 사람이 많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이사는 "당시 모든 과정을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영상으로 촬영했다”며 “우리 관계자가 민간 잠수사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금방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 강대영 잠수사ⓒJTBC
    ▲ 강대영 잠수사ⓒJTBC


    29일 손석희 사장은 JTBC '뉴스9'를 통해 당시 8명의 민간 잠수사 중 한 사람인 강대영 잠수사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언딘에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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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 구조팀을 조직해서 사고해역에 나갔던 전북 부안군 위도 출신의 잠수사인 강대영 씨의 증언입니다. 강대영 씨에 따르면 언딘의 양보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당시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들보다 더 좋은 잠수 장비를 갖추고 있었던 언딘이 시신을 바로 인양하지 않고 지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석희 앵커 설명
    이번 보도의 핵심은 아래의 질문과 답변이다

    [앵커]그 이후에 언딘이나 해경 쪽에서 '시신 수습은 좀 미뤄야 된다'는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강대영/잠수부] 당시 그 김 이사라고 하시는 분이 현장의 작업장소에는 없었는데 언제 올라왔는지 자꾸 와서 "선배님, 이거 저희가 전체 맡아서 하는 일인데 제가 이런 일을 다른 업체에 뺏기게 되면 내가 회사 사장으로부터 굉장히 실망을 얻는다, 당신도 회사생활을 해봤는지 몰라도 이런 경우 내가 뺏기게 되면 얼마나 큰 손실이 있겠느냐." 이러면서 좀 더 미뤄줬으면, 그리고 또 뭐 원하는 게 있느냐.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JTBC는 29일 9시 뉴스에 강씨를 출연시켜 기존 보도(28일) 내용을 확인시킨 것이다.



  • 하지만 29일 밤 10시 57분, 팽목항에서 <뉴데일리> 기자와 만난 강대영 잠수사는 방송에서 한 말과 다른 말을 했다. '

    언딘 관계자와 직접 이야기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강대영 잠수사는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라고 말을 머뭇거렸다.

    ‘정확히 언딘 관계자가 강대영 잠수사에게 뭐라고 했느냐?’라는 질문에는 “언딘 관계자에게 직접 들은 건 없다”며 “제가 아는 다른 잠수사가 들었다고 주장해서 그 말을 대신 방송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방송에서는 자신이 직접 들은 것처럼 밝혔지만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얘기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JTBC는 최소한의 확인조차 없이 신빙성이 없는 증언을 사실처럼 방송한 꼴이 된다.
     
    강대영 잠수사는 17일 팽목항에 도착해 19일 오후 2시~3시에 사고 현장에서 한 차례 잠수를 했고 19일 오후에는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언딘이 공개한 19일 구조 일지에 따르면 민간 잠수사들이 실종자 3구를 발견한 시간은 19일 새벽 4시고 수습한 시간은 밤 11시다. 언딘 구조 일지에 따르면 강대영 잠수사가 물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2시에서 3시 사이에는 파도가 높아 잠수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JTBC는 언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민간 잠수사 8명과 모두 통화했고 사실 확인도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인터뷰를 했던 강대영 잠수사와는 단 한 번도 통화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대영 잠수사는 “오늘 방송사를 찾아간 건 바로 나다”라며 “28일 나간 보도는 몰랐고 그 전에  JTBC의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람은 누굴까?
     
    JTBC는 28일 보도로 시청률이 상승했다고 한다. 29일 보도로 인터넷은 '꾼' 들의 선동장이 되고 있다.

    편집된 테이프를 가지고 편집 의혹이 있다고 떠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원본이 공개돼 있는데도 편집본을 원본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다.

    MBN은 출연자 홍 모씨에 대한 검증에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오보를 막을 수 있었다.

    MBC는 민간 잠수사들이 구조 현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뉴데일리 윤희성·엄슬비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