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착해요. 나쁜 애였으면 제가 연락을 하겠습니까?"고재형 대표 "4년간 충분히 자숙..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올 때"

  • 고마해라. 마이 묵따, 아이가...

    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 분)는 출국하는 상택이를 보기 위해
    준석이의 카바레를 나서다 괴한의 칼침을 맞고 쓰러진다.
    동수보다도 더 겁에 질린 괴한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동수의 배에 연신 칼날을 들이민다.
    참다못한 동수가 건넨 한 마디.

    "고마해라. 마이 묵따, 아이가..."
    그제서야 동수의 명이 다했음을 알아챈 괴한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뜬다.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동수에게 칼날을 겨눈 괴한은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 잡혀 상대방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분간을 못할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보인다.

    상대방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
    이쯤에서 손을 떼야 정상이다.
    그러나 상대편이 뻔히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칼자루를 움켜쥔 이들이 있으니….



    TV를 보세요. 마약 사범도 2년 만에 복귀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MC몽은 4년을 쉬었어요. 이런 사람이 연예계에 있습니까? 게다가 MC몽은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죄가 없다고 법원에서 판결을 내렸지만 본인 스스로 자숙을 하겠다고 들어간 친구예요. 그동안 변변한 외출도 한 번 안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몽이는 그런 친구입니다.

          - 고재형 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


    10일 오후 'MC몽'이란 이름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실로 오랜 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본명은 신동현.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MC몽은 98년 피플크루로 데뷔,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타고난 입담으로 방송 초기 '하하'와 함께 다수의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비쳤지만, 소위 '뜨는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때 '1박2일'이란 버라이어티 예능에 출연하면서 운수가 트이기 시작했다. 개그맨 뺨치는 예능감이 빛을 발하면서 MC몽은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 '1박2일'로 얻어진 대중적 인지도는 가수로서의 '입지'마저 끌어올렸다. 발매하는 음반마다 빅히트를 치면서 MC몽은 연예인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에 완성도 높은 음악이 더해지면서 MC몽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당시 그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MC몽이 '고의 발치'로 군입대를 기피했다는 괴소문이 떠돌았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급기야 MC몽은 병역기피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말았다. 기나긴 법정 공방, 일진일퇴를 거듭한 끝에 MC몽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전해졌다. 2012년 5월 대법원이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린 것.

    고의로 치아를 뺐다는 누명은 벗었지만 입대 연기를 위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는 피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MC몽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가장 무거운 혐의는 벗었지만 어쨌든 일부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MC몽은 그 길로 칩거에 들어갔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앞서 이미 대중의 심판을 받아버린 MC몽은 이렇다할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단절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르고 2년이 흐렀다. 최초로 '고의 발치' 의혹을 받게 된 201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MC몽은 무려 4년이란 시간 동안 대중과 괴리된 채로 살아왔다.

    전성기 시절 폭발적인 흥행파워를 보여준 그였기에 다수의 연예기획사들은 잠행에 들어간 MC몽에게 매년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완전히 용서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MC몽의 복귀설은 지난해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이단옆차기'와 음악 작업을 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곡 작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에서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복귀 움직임'을 전하는 소리는 없었다. MC몽의 지인들은 "계속해서 컴백을 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만 보였다.

  • 시간은 흘러흘러 2014년이 됐다. 대중의 관심은 이제 흘러간 '옛 가수'에게로 향하지 않았다. 수많은 스타들이 생겨났고 힙합신에도 선배들의 명성을 위협하는 걸출한 신예들이 속속 등장했다. 더 이상 원로(?)들의 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대중과의 단절은 골이 깊어 보였다. 적어도 평론가들의 눈엔 그렇게 비쳤다. 그런데 10일 오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MC몽'의 이름이 대번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 상위를 점령하고 만 것. 그것도 단발 현상이 아닌, 수시간째 지속됐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도 아니고, 누군가의 언론플레이도 아니었다. 그 자체로 순수한 대중의 관심이 반영된 현상이었다.

    이날 다수의 매체는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MC몽의 복귀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몇몇 기획사들이 방송 출연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 한 관계자는 "MC몽의 컴백을 기다리고 있는 관계자는 당연히 많다"며 "여러 소속사에서 MC몽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고 자못 구체적인 근황까지 전했다.

    그렇다면 MC몽에게 러브콜을 보낸 기획사들은 과연 어디일까?

    의문은 금세 풀렸다. 다수의 언론사는 MC몽에게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보낸 곳으로 '웰메이드 예당'을 지목했다.

    '월메이드 예당'은 얼마 전까지 '월메이드 스타엠'으로 불렸던 대형 연예기획사. 산하에 '월메이드 이엔티', '월메이드 필름', '예당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엔터 그룹이다. 

    이중에서 MC몽에게 콜사인을 보낸 곳은 예당엔터테인먼트였다. 현재 예당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고재형 전 MBC 예능국 책임프로듀서(CP)는 MC몽과 각별한 인연을 지닌 인물. MC몽의 데뷔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지내온 고 대표는 MC몽의 복귀를 위해 수개월 전 부터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고 대표가 MC몽과 손을 잡은 것은 아니다. 전 소속사 아이에스엔터미디어그룹과 매니지먼트 계약이 남아 있는 MC몽으로선 자신의 거취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

    관계가 얽혀 있는 당사자끼리 실타래를 풀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MC몽의 속내도 불확실하다. 워낙 마음이 여린데다가 오랫동안 상처를 받아온 탓에 연예계 복귀를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병역법 위반 혐의도 벗었고 자숙의 시간도 충분히 거쳤건만 대중의 '냉혹한 시선'은 아직까지도 MC몽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대상이다. '팬들이 과연 나를 용서해 줄까? 내가 충분히 자숙한 걸까? 본의 아니게 팬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뒤흔든다. 

    고 대표는 그런 그에게 '생명의 동아줄'을 내밀고 있다. 다만 강제하는 것이 아닌, MC몽 스스로 동아줄을 잡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활활 타올랐을 때에만 MC몽의 '완벽한 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 대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착해요. 나쁜 애였으면 제가 연락을 하겠습니까? 요즘은 마약 사범들도 금세 복귀를 하잖아요? 이 친구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4년을 쉬었어요. 이런 사람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제 욕심 같지만 이제는 음지에 있는 그를 양지로 끌어내고 싶었어요. 


    고 대표는 "한 1월부터 MC몽을 쫓아다녔던 것 같다"며 "함께 일해보자고 계속 권유는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전 소속사와 계약 문제도 걸려있고, 무엇보다 사람의 속마음까지는 제가 속속들이 알 수는 없잖아요? 겉으로는 저와의 친분 때문에 예예하더라도 속마음은 여전히 상처투성이 일수도 있고요. 워낙 여리고 상처가 많은 친구라…, 지금도 저는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스스로 깨어날 때까지.


    고 대표는 'MC몽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체 어떻게 삶을 영위해 왔는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줄곧 방안에만 틀어박혀 곡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밝혔다.

    저라고 왜 돌아다니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MC몽은 계속 방안에만 틀어박혀 곡 작업만 했어요. 밖에 거의 나오질 않았죠. 사람들도 안 만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볼때마다 너무 안쓰럽고, 또 복귀를 너무도 쉽게 하는 연예인들과 비교되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했어요. 이런 친구 정말 없습니다. 제가 예뻐할 수밖에 없는 친구죠.


    고 대표는 "오래 전 MBC '쇼! 음악중심' CP를 할때, 가수 신지와 MC몽을 MC로 기용하면서 친분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정말 착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의도 바르고 예능감도 충만하고…. 착하다는 말을 제가 몇 번이나 했는지는 모르지만 진짜 마음이 여린 친구예요. 그래서 이 친구가 꼭 재기를 했으면 합니다.


    고 대표는 "만약 자기가 아니더라도 MC몽이 꼭 컴백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가 아니어도 좋아요. 다른 소속사에 가더라도 꼭 재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꼭 올해였으면 좋겠어요.


    취재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영화 '친구' 스틸 컷 / 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