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품격 문제...굴욕...분노"
  •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全文을
    읽은 사람들의 기록과 기억

    “남한엔 아직도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趙甲濟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은 6월20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은 물론이고 수시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드린다'거나 '앞서 보고드렸듯이'라는 식의 말을 썼다"며 "정상 간 회담이나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듯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 盧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했던 말을 알아야 한다. 내 말이 조금이라도 과장됐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하였다.
       


  • 서상기 의원은 구체적인 발췌본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세한 내용까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작년 대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들은 대부분 거짓이 아니었다"고 했다.

    여당 정보위원들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NLL 문제, 그것이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선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 문제라고 나오는데,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나는 지난 5년 동안 北核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 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왔다"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간조선이 올해 2월호에서 소개하였던 대화록 요약본에 나온 내용이다.
     
    요약본엔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 지대에 대해선 "이를 만드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반대하면 하루아침에 인터넷에서 바보가 된다. 이제 기업 하는 사람들이 북측과 같이 손잡고 가야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하거나, "이종석(통일부 장관) 보고 '우리가 경수로 짓자. 미국 제치고…'라고 얘기했다. '안 된다'고 해서 보고서를 써내라고 지시했다"고 말하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 요약본에 따르면, 盧 전 대통령은 북한 급변사태 대응을 위한 '작전계획 5029'에 대해 "미국 측이 만들어서 우리한테 거는데…. 그거 지금 못한다. 이렇게 해서 없애버리지 않았느냐. 우리는 전쟁 상황 자체를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건 뭐 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서 미국의 對北제재(BDA 계좌 동결)를 "실책"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을 비판한다.
     
    "제일 큰 문제가 미국입니다. 나도 제국주의 국가들이 사실 세계 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있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서울 밖으로) 보냈지 않습니까. 2011년 되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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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해 10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國政)감사를 하였다. 정문헌(鄭文憲)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폭로한 노무현(盧武鉉)-김정일(金正日) 회담록 내용에 대한 문답이 계속되었다. 국회속기록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서용교 위원: 지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이 NLL 문제로 난리법석을 치는데 정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몸을 사린다고 하면 이것은 계속 더 문제가 커집니다. 어떻게 하면 공개해서 정리를 할 것인지 방안을 찾아야 되는데, 그동안 뭘 했습니까?
      
    대통령실외교안보수석비서관 천영우: 그러나 이것이 지금 일단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비밀로 국정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고, 또 이것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우선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뜻이 있고, 또 어떤 대한민국의 품격이라든지 이런 것하고도 관련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은 지금 공개를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어떤 대한민국의 품격이라든지 이런 것하고도 관련되는 일이기 때문에’는 무슨 뜻일까? 청와대 측의 설명에 따르면, 회담록에 적혀 있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말이 너무나 수준 이하라 공개되면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국정원에 보관 중인 노무현-김정일 단독회담 대화록(2007년 10월 3일 오후, 평양 백화원 초대소, 배석자를 둔 회담)은 남측이 녹음한 것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어서 표현이 적나라하다. 이 기록을 읽은 이들의 공통된 감상을 점잖게 요약한 것이 천 수석의 ‘대한민국의 품격에 관련된다’는 말이다. ‘속이 뒤틀려, 학생이 선생한테 보고하듯 하는 녹취록을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는 이도 있었다.
      

  • 필자는 대화록을 읽어본 이들을 만나 독후감(讀後感)과 내용을 파악해 보았다.
      
    네 시간 정도 이어진 (2007년) 노무현-김정일 회담에서 주된 발언자는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회담록의 약 3분의 2가 그의 발언이라고 한다. 국가정보원은 일단 보존 중인 회담록의 공개를 거부하였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여야(與野) 공동으로 열람하자고 압박했으나 민주당은 응하지 않았다. 우파 단체들은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이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역적모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서 독자(讀者)들은 대체로 “보호해야 할 국가기밀이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 남북 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북이 차기 정부에 노-김 밀약을 근거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였다.
      


    최초의 讀者는 李明博 대통령


    국가정보원 바깥에서 이 녹취록을 읽은 최초의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으로서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 사이였다. 그는 요약본이 아니라 100페이지가 넘는 회담록 전체를 국정원에서 가져와서 읽었다고 한다. 집무실에서 읽다가 사저(私邸)로 가져가서도 읽은 듯하다. 안보 참모들도 이때 회담록을 읽었다.
      
    당시에는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 이후 남북 대화가 단절되어 있었다. 북은 이명박 정부 쪽에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10·4 선언’ 이행을 집요하게 요구하였다. 대통령은 노무현-김정일 회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고 싶어 대화록을 가져오게 하였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회담록을 읽고 경악하였다고 한다. 참모들에게 “너무 창피하다. 이 정도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고 한다. 복수(複數)의 인사들이 털어놓은 독후감은 “노무현은 교사한테 보고하는 학생 같았다”, “노 대통령이 너무나 굴욕적이라 도저히 다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반(反)국가단체 수괴인 김정일한테 칭찬받으려고 애쓰는 형국이었다”, “노 대통령은 두서가 없고 김정일이 오히려 신중했다”, “노무현은 국익을 갖다바치려 애쓰고 김정일이 오히려 말리는 편이다. 거의 매국노(賣國奴) 수준이다” 등이다.
      


  • ✽서해 NLL(북방한계선) 관련 언급: 노-김 대화록을 읽고 난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이 10·4 선언 이행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이 김정일에게 NLL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NLL은 미군이 땅 따먹기 하기 위하여 그은 선’이란 표현을 써가면서 ‘앞으로는 NLL을 주장하지 않을 테니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정문헌 의원의 폭로 내용).
         


    “남한에선 아직도 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는 “남한엔 아직도 NLL을 영토선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라고 빈정대는 투의 말을 하고, “안보지도로서의 NLL 대신 경제지도를 긋자”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노 당시 대통령은 NLL 수호 의지가 없음을 확실히 한 바탕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 듣고 난 김정일은 “그렇다면 (NLL) 관련법을 폐기하시오”라고 명령조로 이야기했다.
      
    지난 9월 29일 북한의 소위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말한 아래 내용이 노-김 대화록 요지의 정확한 전달이다.
      
    “10·4 선언에 명기된 조선 서해에서의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문제는 철두철미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 합의 조치의 하나이다. 북방한계선 존중을 전제로 10·4 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박근혜 년의 떠벌림이나 다른 괴뢰 당국자들의 북방한계선 고수 주장은 그 어느 것이나 예외 없이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다.”
      
    NLL이란 선(線)을 놓고도 자주 충돌이 일어나는데 NLL을 대체하는 공동어로수역이란 면(面)을 설정한다면 관리가 더 복잡해져 항구적(恒久的)인 분쟁수역이 될 것이 뻔하다. 북한은 어 선도 무장을 하는데, 피아(彼我) 선박이 섞이다 자주 충돌이 발생하면 결국은 수도권 방어의 생명선인 NLL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2005년부터 북한선박에 대해 부산~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였더니 그들은 우리의 검문 요구를 수시로 무시하였다.
      

  • 김정일과 만나고 돌아온 노무현은 NLL의 성격을 바꿔보려고 애쓴다.
    그는 2007년 11월 1일 이런 발언을 하였다. 《조선일보》를 인용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지켜야 한다는 국내 일부 주장을 어렸을 적 ‘땅 따먹기 놀이’에 비유하면서 이해관계가 걸린 실질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노 대통령은 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그림까지 딱 넣고 합의 도장을 찍어버려야 하는데 조금 더 북쪽으로 밀어붙이자, 남쪽으로 내려오자 옥신각신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를 놓고 괜히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땅에 줄 그어놓고 니 땅 내 땅 그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땅 따먹기 놀이’


         
    노 대통령은 “어릴 때 책상 가운데 줄 그어놓고 칼 들고 넘어오기만 하면 찍어버린다, 꼭 그것과 비슷한 싸움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다시 긋는다고 우리나라에 뭐 큰일이 나고 당장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의 북쪽에 대한 정서가 아직 양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지대 설치로 우회적으로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NLL이 ▲합의되지 않은 선이다 ▲국제법상 영토선 획정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그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내 마음대로 줄 긋고 내려오면 아마 판문점 어디에서 ‘좌파 친북 대통령 노무현은 돌아오지 말라, 북한에서 살아라’ 이렇게 플래카드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무현의 연설 속에는 당시 김정일에게 한 약속이 들어 있다. 즉 ‘NLL은 꼭 지켜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영토선이 아니란 북한 주장이 맞다’, ‘NLL의 성격을 우회적으로 변질시키자’ 등등.
      
    북한은 10·4 선언 후속조치로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을 NLL 남쪽에 설정하는 안을 내어놓았고(명백한 영해 침범), 한국은 NLL을 중심으로 남북 등거리 설정안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 또한 김장수 국방장관을 압박하지 못했다. 대선(大選)정국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졌고 여론과 언론도 NLL 포기에 반대하여 추진동력을 잃었다.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김정일 회담 직후인 2007년 10월 17일 국정감사 때 이화영 의원과 이런 문답을 나눴다.
      
    <이화영 의원: 그 다음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공동어로수역을 정하도록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NLL을 기준으로 해서 등거리, 등면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통일부장관 이재정: 아직 이 문제는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아까 이야기가 잠시 나왔습니다만, 남북 관계는 꼭 상호주의라는 그런 원칙 아래 등거리, 등면적 원칙을 정해서 논의한다는 것은 저는 적절치 않다고 그렇게 판단을 합니다.>
      
    NLL이란 군사경계선을 포기하고 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드는 것도 문제인데, 등거리-등면적 원칙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건 사실상 NLL의 성격을 본질적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심을 비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노-김 회담록에 담겨 있는 NLL 관련 발언을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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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核 포기 요구 없고, 反美的 발언


      
    ✽‘북 대변 열심히 한다’: 정문헌 의원은 <북핵 문제와 관련, 대통령은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북한이 핵 보유를 하려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논리로 북한 대변인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북한이 나 좀 도와달라”고 했다>고 주장하였다. 대화록을 읽은 한 사람은, ‘핵개발을 비호한 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북한 입장을 변호하고 다닌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노무현은 ‘우호적인’ 언론인들 앞에서 “인도 핵은 되는데 북한 핵은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방언(放言)을 했다고 하니 ‘북 대변인 노릇’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美國 비난: 노무현은 “미국의 BDA (방코델타아시아) 조치는 잘못되었다”고 말하였다. 북한이 위조달러를 만드는 등 국제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이 북의 거래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취한 금융제재 조치를 비방한 것이다. 형사가 범인 앞에서 동료 형사를 욕한 격이다.
      
    ✽북핵(北核) 폐기 요구 실종: 회담록에는 노무현이 회담의 가장 중요한 문제여야 할 북핵 폐기에 대한 의미 있는 요구를 한 대목이 없다고 한다. 특히 북핵 문제의 핵심인 고농축우라늄 문제 등에 대해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10·4 선언은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만 했다. ‘한반도 핵문제’란 용어는 북한식이다. 문제가 된 것은 북핵이지 ‘한반도 핵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한반도에 핵을 도입, 보유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만든 용어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트집 잡기 위한 용어혼란 전술에 노무현이 동조한 셈이다.
      
    평화협정 종용: 노무현은 김정일에게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종전(終戰) 선언을 위한 회담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읍시다”라는 요지의 말도 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한 다음에라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였는데도 노무현은 북핵 폐기 요구 없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꺼냈다. 김정일은 이에 관심을 보인다. 그는 핵무기를 보유한 채 평화협정을 통하여 한미(韓美)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숙원(宿願)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반미(反美)여론을 자랑?: 노무현은 김정일에게 이런 요지의 말도 했다.
      
    “위원장께선 너희가 뭘 하고 있느냐고 하시지만 우리도 열심히 합니다. 주한미군이 수도권에서 나가게 되어 있고 전시(戰時)작전권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미국이 꼽혔고, 두 번째가 일본, 세 번째가 북한입니다. 10년 전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노 당시 대통령은 “이렇게 바뀐 것은 자주외교와 민족공조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입니다”라는 요지의 해설을 덧붙였다. 그는 “그래도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므로 내가 가끔 친미(親美)할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말도 했다. 반미가 당연하지만 친미도 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였다. 2006년 우호적인 신문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추진과정을 설명하면서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나를 친미파(親美派)라 부를 것”이라고 농담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좌파언론과 김정일 등 ‘이념적 동지들’ 앞에선 ‘친미적’ 정책을 취한 게 무슨 죄나 짓는 일인 양 어색해 한 듯하다.
         
      

    5029 계획 막았다고 자랑


         
    작전계획 5029: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8월 13일 《한겨레》 등 ‘우호적’ 신문사 간부들을 초청, 저녁식사를 같이하면서, 한미 간의 북한급변 대책인 5029 계획을 비판하였다. 그는 김정일 앞에서도 “5029 계획은 미군이 북한으로 쳐들어가려는 계획인데, 내가 무산시켰다”는 요지의 말을 하였다고 한다. 최근 《조선일보》 장일현 기자는 이렇게 정리하였다.
      
    <한미 당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부터 북한급변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게 ‘개념계획(CONPLAN) 5029’다. 개념계획은 병력 동원이나 부대 배치 등이 담겨 있지 않은 추상적인 시나리오다. 한미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작전계획 5029’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노 전 대통령과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임 두 정권은 한미가 북한급변 사태를 상정한 군사작전 계획을 짠다는 발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여름 북한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5029를 언제든 실행 가능한 작전계획으로 바꿔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다. 그리고 1년여의 협의 끝에 작계(作計) 5029가 완성됐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 담당 핵심 간부는 “노무현 세력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도 이를 통일로 가져갈 생각을 않는다. 북한정권을 살려서 연방제 통일을 하려고 한다. 5029의 완성으로 한미는 북한급변 사태를 통일의 계기로 삼기로 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5029 계획을 둘러싼 대북관 및 통일관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쐐기박기: 《문화일보》는 지난 10월 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4 선언’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수십조(兆)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북협력사업을 제안하면서, 김정일에게 “(내년에 정권이 바뀌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못질을 해야 한다”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두 달 후가 되면 (남한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내년에는 정권이 바뀌는데 이렇게 해도 되겠는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노무현은 ‘대못질’이 아니라 ‘그러니까 쐐기를 박자는 것 아닙니까’란 요지의 표현을 썼다.
         
      

    “한국군의 존재목적은 북한군에 대응하려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과 김정일 사이에 오간 대화를 남북공동선언문으로 정리한 것이 10·4 선언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심장과 뇌수에 박아놓은 대못이다.
    요약하면 ‘우회적인 방법으로 NLL 무력화, 북핵 사실상 용인, 핵포기 안 된 상태에서 종전(終戰)선언 추진 등 한미동맹 해체로 갈 조건 조성, 조선(造船)공단 건설과 철도 및 고속도로 개보수 등 막대한 대북 퍼주기 식 지원 약속’ 등이다. 노무현은 반국가 집단에 수십조가 들어갈 지원은 약속하면서도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달라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노-김 밀약을 이행하진 않았으나 대못을 뽑지도 못한 채 10·4 선언이란 부담을 차기 정부에 넘겨줄 태세이다. 가장 확실하게 대못을 뽑는 방법은 노-김 대화록을 전문 공개, 국민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노-김 대화록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흡사한 자료를 구했다.
    독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고(思考)구조와 화법(話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이다.
      

  • 2006년 8월 19일 주한미국 대사관 부(副)대사 조셉 Y. 윤이 본국으로 보고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공식 논평: 전작권(戰作權), 북한, 미국정부, 그리고 국내 정치에 대하여’라는 전문(電文)은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하여 공개된 문서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노무현의 안보 및 대북관(對北觀)은 충격적이다. 상당부분은 1년 뒤 김정일을 만났을 때 말하는 내용과 같다. 전문의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8월 13일, ‘우호적’이라고 평가되는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 등 몇 개 신문사 초청 만찬을 가졌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노무현은 전작권, 한미(韓美)동맹, 북한, 한미FTA 등의 주제들에 대하여 솔직한 논평을 하였다. 한국에선 ‘오프 레코드’(off the record·비공개 약속) 같은 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언론인들이 관련되면. 대화록은 그 만찬에 참석하였던 한 편집 간부가 우리에게 준 것이다.
      

    ✽요약 및(조셉 윤의) 논평: 노무현의 솔직한 화법은 여러 번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군의 목적은 북한군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무현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건 놀랍다. 언론을 상대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노무현이 자신은 레임덕이라고 사실상 인정한 것도, 아직 임기가 17개월이나 남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정부 인사들에겐 암울한 것이다. 이런 발언에서 패배의식에 젖어 있고 자신이 억울하다고 느끼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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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의 발언 요약


      
    � 문제: 전작권(전환) 문제는 미국과의 논의에 기초하여 추진 중이다. 보수언론은 이 문제에 대하여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 10년 전엔 그들이 요구하였던 일이다. (노무현은 보수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많은 비판자들은 한국군의 능력을 의심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군사력을 증강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국방부는 시급히 일본이 보유한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대북(對北)억지력에 대한 이야기는 주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그는 북한의 낙후성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방어에 틈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군사주권(軍事主權)의 본질은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작전계획 5029의 세부 사항은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계획은 미군이 북한으로 진격하여 상황을 통제하는 데 주로 집중되어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중국은 미군이 중·북(中北) 국경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미국과 중국이 (한국과 의논도 하지 않고) 북한을 놓고 경쟁할까 걱정이다.
      
    ✽북한 핵문제와 6자 회담: 현재로선 우리가 할 일이 없다. 이 문제를 다음 정부에 넘기는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나는 지금 곤혹스럽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려 하므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한편 북한은 완고하다. 한국은 중간에 끼였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데 대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북의 핵 기술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의 경우는 인도의 경우와 비슷한데도, 나는 (북한은 안 되고) 인도는 핵무기를 가져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한국인이 불안해하나?
      
    참석자 질문: 미국과 중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협상하도록 위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노무현 답변: 미국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은 북과 직접 교섭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야만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야만인들에게 문명(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을 강요하던 식으로 나올 것이다. 미국은 북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미국정부: 안보문제에 관하여 부시 정부와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정동영-김정일 회담부터 9·19 공동합의까지는 상황이 괜찮았으나 미국이 BDA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바뀌었다. 이상하게도 부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하나의 자산이라고 믿는다. 국방개혁은 매우 어렵다. 윤광웅 장관이 아니었더라면 국방개혁을 생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한국군: 내가 취임한 뒤 국방부에 처음 갔을 때 나는 국방부 간부들이 나를 조롱한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내 앞에서) 한국군과 북한군의 능력을 단순 비교하는 것을 보고는 이들이 국방부를 방문한 보통사람 취급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군의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보수언론: 나는 지금 퇴임하기 전에 상황을 개선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까, 아니면 포기해 버릴까 생각이 왔다갔다한다. 그렇다고 국정운영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니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모두 나를 끌어내리려 한다. 세 신문은 정치권력화되었다. 나는 내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이 세 신문의 영향력이 떨어지도록 하고 싶다. 이는 내 후임자를 위하여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FTA: 한미FTA보다 전작권 전환이 더 쟁점이 되어 나는 덜 부담스럽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1000명이 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건 1만명의 보수가 시위하는 것보다 더 나를 괴롭게 한다. (중략) 우리가 강대국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는가가 중요하다. 미국은 미국과 FTA를 맺으려 한 25개 국가 중 한국을 FTA 상대자로 선택하였다. (노무현은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자기를 친미파라 부를 것이라고 농담을 하였다.)>


      

  •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우호적인’ 언론인들 앞에서 긴장을 풀고 공개되면 큰 문제가 될 만한 발언들을 쏟아내었다. 북한급변 사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군사적 대비계획인 5029에 대한 거부감, 한국군의 존재 목적이 북한군의 남침 억지가 아니라는 발언, 북핵 옹호성 발언, 친북반미적(親北反美的) 화법은 1년 뒤 김정일 앞에서 그가 털어놓는 말들과 맥락이 닿아 있다.
    두 경우 다 ‘이념적 동지’ 앞에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 말이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