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3월 28일 경기 오산에 나타난 B-2 스텔스 폭격기와 호위하는 F-16C 전투기들.
    ▲ 지난 3월 28일 경기 오산에 나타난 B-2 스텔스 폭격기와 호위하는 F-16C 전투기들.

    지난 3월 28일 경기 오산에서는 시민과 미군 관계자들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직접 보고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난리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기자 또한 운 좋게 오산기지 인근에서 B-2를 기다리다 사진을 찍었다.

    오산 상공을 나는 B-2 스텔스 폭격기는 옆에 군산 울프팩 소속으로 보이는
    美공군 F-16 전투기 4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일반인과 주한미군들이 찍은 B-2 스텔스 폭격기 사진은 지금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다.

    스텔스 폭격기는 원래 야밤에 기습폭격을 한다. 때문에 색상도 검은 빛이 도는 회색이다.
    그런데 28일에는 왜 벌건 대낮에 우리나라 상공에 나타났을까.

    우리 국민 대부분은 한미 동맹에 따라 우리나라를 지키겠다는 미군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한다.
    맞다.
    미군도 여기에 동의한다.

    이번에 우리나라로 날아와 군산 앞바다에서 폭격 훈련을 한 B-2 폭격기는 미군에도 단 한 대 뿐인 여성 조종사들이 모는 폭격기다.
    이들은 20시간 동안 공중급유 2번을 받으며, 쉬지 않고 날아왔다고 한다.
    美본토에서 우리나라로 왔다가 돌아가는 비용만 63억 원.

  • ▲ 지난 3월 28일 <연합뉴스>가 경기 오산 美공군기지 인근에서 대기하다 찍은 B-2 스텔스 폭격기.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지난 3월 28일 <연합뉴스>가 경기 오산 美공군기지 인근에서 대기하다 찍은 B-2 스텔스 폭격기.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들리는 소문에는 美본토에서 알래스카를 거쳐 [평양 상공]을 지나 군산까지 왔다고 한다.
    김정은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측근들을 불러 지하벙커에서 작전회의를 벌이고 미사일 발사대기 명령을 내린 것도 이 B-2 폭격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그럴 법도 하다.

    2005년 6월 김정일은 뇌경색 수술을 받은 뒤 모처에 있는 [특각(김정일의 휴양소)]에서 쉬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최정예 부대]라는 호위총국이 지키고 있었다.

    이때 美공군 소속 F-117 나이트 호크 스텔스 전폭기 15대가 특각 상공에 차례대로 나타났다. F-117 스텔스 전폭기가 머리 위에 나타날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밀집한 방공망]을 가졌다는 북한군 방공부대와 호위총국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F-117 전폭기들은 김정일의 특각 위에서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며 ‘폭격훈련’을 벌였다.

    북한에서는 난리가 났다.

    90년대 후반 러시아의 FAPSI(러시아연방정부통신국. 미국 NSA, 영국 GCHQ와 같은 정보기관)가 북한에서 철수할 때 빼앗은 [라모나 레이더]로 스텔스 전폭기를 포착한 뒤 S-300 대공미사일로 요격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특각 상공에 올 때까지 전혀 낌새를 못 챘던 것이다.

  • ▲ 지난 3월 28일 <연합뉴스>가 경기 오산 美공군기지 인근에서 대기하다 찍은 B-2 스텔스 폭격기.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 사실은 석 달 뒤 일본 잡지 <사피오>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가 2008년 4월 F-117 스텔스 전폭기 대대의 [퇴역식] 때 파일럿과의 인터뷰로 공식확인 됐다.

    재미있는 것은 심심하면 “남조선 괴뢰와 미제의 훈련은 북침훈련”이라고 욕하던 김정일 정권이 ‘찍 소리’도 못했다는 것이다.
    공개되면 대망신이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미군은 한미연합훈련 때 종종 주석궁을 포함, 북한 상공을 마음대로 휘저으며 김정은을 마음껏 조롱했고 한다.
    F-117 전폭기가 퇴역한 뒤에는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알려져 있다.

    F-22 랩터가 머리 위에 나타나면, 김정일과 김정은은 지하 벙커에 들어가 한미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B-2 폭격기는, F-117나 F-22와는 수준이 다르다.
    B767만 한 크기임에도 레이더에는 [비둘기]로 보일 만큼 스텔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 ▲ 보통 폭탄들을 떨어뜨리는 B-2 스텔스 폭격기. 폭탄 탑재량이 18톤에 달한다.
    ▲ 보통 폭탄들을 떨어뜨리는 B-2 스텔스 폭격기. 폭탄 탑재량이 18톤에 달한다.



    2,000파운드(약 1톤)급 정밀유도폭탄 2발을 탑재하는 F-117과 달리 내부 무장창에 2,000파운드 급 정밀유도 폭탄 18발을 탑재할 수 있다.
    W61 핵폭탄은 16발을 탑재할 수 있다.

    최대 상승한도가 15,200m로 최고 13,000m까지 요격할 수 있는 북한 대공포가 닿지 않는 하늘을 날면서 정밀 폭격을 한다.   

    이런 [사상 최강의 폭격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났으니, 김정은 입장에서는 벌벌 떨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B-2 스텔스 폭격기가 대낮에 우리나라 상공에 나타나자 북한 3차 핵실험과 이어지는 협박에 불안해하던 주한 미국인과 한국 국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 2011년 12월 25일 김정은이 김정일 장례식에서 울고 있다. 김정은은 B-2 폭격기가 나타났을 때 울고 싶었을 것이다.
    ▲ 2011년 12월 25일 김정은이 김정일 장례식에서 울고 있다. 김정은은 B-2 폭격기가 나타났을 때 울고 싶었을 것이다.



    2015년 12월 한미연합사 해체 계획을 들으며 “과연 한미동맹은 튼튼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던 언론들도 B-2 스텔스 폭격기를 눈으로 본 뒤 고개를 김정일에게로 돌리고 있다.

    “김정은, 정말 싸울 수 있겠냐?
    너 그러다 후세인이나 카다피 따라가는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