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예산통과 직후 정치후진국 놀러가며 돈 펑펑, 1억5천만원은 국민혈세!
  • “참 염치 없다. 국민 볼 낯도 없는 사람들이….”
       - 페이스북 사용자 (lasi****@)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국회의원 9명이 단체로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외유를 떠났다. 
    명목은 해외출장이다. 주제는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긴 것은 물론, 새해예산을 회계연도가 바뀐 뒤에 처리하는 사상 초유의 늑장처리 사태를 만들고도 단 몇 시간 뒤 외유성 비행기에 몸을 실은 국회의원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나란히 정치개혁과 의원특권 폐지를 외쳤던 여야가 아직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용여권으로 진행되는 이들의 외유는 출발부터 공항 의전실 이용 등 특별대우에 이어 현지에서는 대사관으로부터 각종 예우를 받게 된다.


    ◈ 지역구 예산 챙기고, 외유도 떠나고 1석 2조?


  • ▲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 외유에 나선 9명의 의원들. (왼쪽부터) 첫줄은 민주당 최재성 간사, 새누리당 장윤석 위원장, 새누리당 김학용 간사. 가운데 줄 새누리당 김성태·권성동·김재경, 마지막 줄 민주당 홍영표·민홍철·안규백 의원. ⓒ 뉴데일리
    ▲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 외유에 나선 9명의 의원들. (왼쪽부터) 첫줄은 민주당 최재성 간사, 새누리당 장윤석 위원장, 새누리당 김학용 간사. 가운데 줄 새누리당 김성태·권성동·김재경, 마지막 줄 민주당 홍영표·민홍철·안규백 의원. ⓒ 뉴데일리

    3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외유에는 예결위원장․간사도 모두 가세했다. 
    새누리당 소속 장윤석 국회 예결위원장(경북 영주)과 간사인 새누리당 김학용(경기 안성)-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경기 남양주갑)이다.

    양당 간사인 두 의원은 호텔방을 오가는 ‘밀실 쪽지’ 계수조정으로 올해 예산을 확정했다는 비판을 받는 처지이다.

    나머지 6명 의원은 모두 계수조정소위 소속이다.
    새누리당 김성태(서울 강서을)·권성동(강원 강릉)·김재경(경남 진주), 민주통합당 홍영표(인천 부평을)·민홍철(경남 김해갑)·안규백(동대문갑)의원이다.
    이들이 내년 예산에서 증액한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은 무려 517억원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 의원은 배우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결위원들은 ‘외유’를 위해 조를 3개로 나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지역이다.

    중남미팀은 1일 오전 6시께 새해예산안을 처리한 뒤 불과 9시간 뒤인 오후 3시께 비행기를 탔다. 아프리카팀은 이튿날 비슷한 일정으로 출발했다. 

    중남미팀인 장 위원장은 김재경·권성동·안규백·민홍철 의원과 함께 11일까지 10박11일 일정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3개국을 둘러본다.

    아프리카팀인 김학용·최재성 간사는 김성태·홍영표 의원과 함께 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찾는다.

    마지막 아태팀은 의원 네댓 명으로 구성돼 오는 20일부터 아․태 지역 4개국 시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외유성 출장 논란이 비판여론으로 번지자 출장 계획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 "내몸이 먼저" 회의 중 말라리아 예방접종

    4일에는 이들의 출장비용이 지난해 예산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당초 사용키로 한 에정된 기간에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회계년도를 넘겨서 예산을 쓰고 있다.
    이번 외국 출장이 불가피한 경우였는지 여부에 따라 불법으로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사용했다는 평가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들은 당초 작년 12월 31일까지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예산으로 이번 출장에 나선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감사원이 이러한 국회의원의 관행에 대해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들의 해외출장에 드는 1억 5천여 만원의 경비는 모두 국회 예결위 예산에서 충당된다. 

    이뿐 만이 아니다.
    출장을 떠난 일부 의원은 예결위 회의 도중 말라리아 예방 접종을 맞으러 갔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예결위 회의 도중 해외 출장에 필수적인 예방 접종을 위해 자리를 비운 의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 ‘철권통치’ 짐바브웨, 예산 심사 시스템 배우겠다?


    이들의 출장은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를 위해 계획됐다.
    그러나 방문국이 ‘예산심사 시스템’의 선진국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짐바브웨는 독립 후 34년 간 집권한 89세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법을 바꿔 올해 다시 대선에 나오기 위해 채비에 나서고 있다.

    케냐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07년에는 부정선거로 인한 폭동․인종차별 등으로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방문국들을 살펴보면 모두 정치문화나, 시스템적으로도 한국보다 뒤쳐진 국가다. 어떤 ‘예산심사 시스템’을 배워오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 상임위들이 불용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외유성 논란을 감안하면서도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이 사실상 국회 겨울방학기간 아니냐.”
       -한 상임위 관계자

  • ▲ 지난 31일 예결위에서 (왼쪽부터)장윤석 위원장과 김학용·최재성 간사가 막판 예산 조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31일 예결위에서 (왼쪽부터)장윤석 위원장과 김학용·최재성 간사가 막판 예산 조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누리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당선인과 정당은 쇄신을 이야기 하는데, 소속 의원들은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누가 연구하러 간다고 보겠느냐. 놀러 가는 거지”라고 비판했다.

    과거 예결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도 “예결위 상설화와 계수조정소위 인력 확대 등 제도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연일 계속되자 예결위원들은 조기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멕시코에 머물고 있는 장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공식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서라도 조기 귀국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까지 조기 귀국 계획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다른 상임위의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데 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도 2일 신학용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이 8박9일 일정으로 유럽으로 떠났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와 국토해양위 소속 위원들도 모두 해외 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