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자신 캐릭터 구현한 소셜게임을 만들어 선거운동 했다면 달라졌을 것
  • 안철수와 강남스타일.
     
    유튜브는 월 평균 순방문자만 8억 명에 이르는 동영상 포털의 지존이다.

    한국에서도 1천만명 이상이 매달 유튜브를 방문한다. 유튜브의 동영상 하루 조회수는 40억뷰가 넘고 모바일을 통한 조회도 6억뷰에 이른다. 우리나라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월 UV가 3,20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가히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규모다.
     
    오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최다 조회수 1위에 올랐다. 지난 7월 15일에 업로드한 지 불과 133일 만에 이룩한 유튜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난공불락일 것 같던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 뮤직비디오 썸네일이 강남스타일 뒤에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전율까지 느껴진다. 실로 즐거운 날이다.
     
    반면 안타까운 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국한해서 본다면 강남스타일 현상을 능가하는 현상을 낳았던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대선출마를 국민으로부터 호출받은 케이스라고 자평했다. 호출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정치에 기대를 접은 국민들이 새로운 개념의 정치를 바라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적절한 비유이고 의미있는 분석이다.
     
    그런 희망과 신념을 가지고 출마한 안철수후보가 불과 두 달 만에 꿈을 접었다. 그의 사퇴를 두고 여러 형태의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공통된 인식은 '안철수 현상'이 이전보다 많이 사그라진 것에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안철수 지지층을 보면 유독 2030세대가 많다. 새로운 개념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이 이 세대에 가장 많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라는 자화상은 가정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연인과의 데이트 등에서 떳떳함이다. 그런데 이들은 근본적으로 떳떳한 모습이 될 수가 없다. 이들 대부분은 백수다.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줄어든다. 사람이 차지했던 자리를 기계가 차지하고 로봇이 대체한다. 그러니 경제규모는 커져도 고용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준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보편적 현상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미국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미국의 자존심인 GM까지 나가 자빠졌다. 그때 미국 젊은이들에게 메시아로 다가온 사람이 아이폰을 들고 나온 스티브 잡스다.
     
    2030세대는 안철수로부터 스티브 잡스같은 메시아를 그렸던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의 생각’이 액면 그대로 투영될 때까지였다.
     
    대선출마 이후 안철수 후보가 보여준 모습에서는 새로운 것이 없었다. 기존 정치인들과 차이도 없었다. 선거운동 방식 역시 구태의연함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가장 큰 원인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디테일을 가진 인물이라는 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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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는 양극화를 해결 해 줄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자리 창출이 유일하다. 빌게이츠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같이 패러다임의 완전한 파괴가 없는 시도로는 획기적인 고용시장의 확대는 공염불에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기대를 안철수가 받았기에 호출 받은 것이다. 안철수에게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디테일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 시장 확대에 대한 디테일은 보여 주지 못했고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조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가령 안철수가 강남스타일 현상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시도라도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불행이 있었을까.
     
    선거운동 방법도 안철 수 자신이 구시대 정치인이라 평가하는 여타 후보와 다르지 않았다. 언젠가 안철수는 소셜 게임에 흥취해 있다고 했다. 가끔 앵그리버드를 들고 다니면서 한국 사회를 비유하기도 했다. 만약 선과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에 자신과 상대를 투영한 소셜게임을 만들어 선거운동을 했다면, 그것이 만약 애니팡과 같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면, 그가 사퇴 할 이유를 찾으려 했을까.
     
    어제 싸이가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해 방청석을 가득 메운 미군들과 강남스타일 군무를 추었다. 제이 레노 쇼는 어느 정도의 레벨을 가진 프로그램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대단한 쇼다. 더구나 제이 레노 쇼는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추수감사절에 싸이를 출연시켰다. 강남스타일의 입지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다.
     
    강남스타일 현상은 한류 특히 K-POP과 연결된다. 한류의 영향으로 문화, 관광 분야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고용 효과가 높다. 강남스타일현상과 그런 현상이 일어난 메커니즘을 분석하면 미래 성장 동력과 양질의 고용시장 확대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다.
     
    안철수는 국민에 자신을 호출한 이유는 알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는 세계 주요 언론이 앞 다투어 모셔가고, 지구촌 모든 이들이 열광하는 강남스타일이 자신의 이미지와 가장 근접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안철수의 사퇴를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바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