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지대 침수예방 위해 ‘독일식 빗물세’ 도입 본격 논의 빗물세 도입 관련 대규모 정책토론회 열어 전문가 “빗물세 도입 앞서 침수지역 빗물저장시설 설치 등 먼저 고려”
  • ▲ 2010년 9월 폭우로 물에 잠긴 서울 광화문사거리.ⓒ 사진 연합뉴스
    ▲ 2010년 9월 폭우로 물에 잠긴 서울 광화문사거리.ⓒ 사진 연합뉴스

    “집중호우가 내릴 때 빗물처리에 한계가 있다. 수방시설과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빗물세 도입이 필요하다”
     - 서울시 관계자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층 확대가 시민 책임이냐? 시가 책임을 서민들에게 덮어씌우고 있다”
     - 시민단체

    서울시가 ‘독일식 빗물세’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우군’인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시가 불투수층을 줄여 침수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빗물세 도입이 사실상의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침수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해결키 위해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본격 논의한다고 4일 밝혔다.

    시는 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관계 전문가와 공무원, 시민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보내지 않고 대신 땅속에 스며들게 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하기 위한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연다

    독일식 빗물세는 지표면으로 빗물이 흡수되지 않는 불투수 면적을 기준으로 시민들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불투수 면적이 많으면 그 만큼 요금을 더 내고, 반대로 불투수 면적이 적으면 요금을 덜 내는 방식이다.

    현재 시의 하수도요금 산정은 공공하수도로 유입되는 오수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빗물세가 도입되면 하수도요금 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시는 5일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의견수렴작업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빗물세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경우, 정부에 관계 법령의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빗물세 도입에 앞서 빗물처리비용 부담주체와 규모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빗물세’ 도입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길 기대한다”
     - 김학진 서울시 물재생계획과장

    "빗물세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으면 중앙부처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도 빗물세 도입 추진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 서울시 관계자

    그러나 시의 바람대로 빗물세 도입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시민단체들은 시의 책임을 힘없는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가 지난 수십년간 도심개발 정책을 펴면서 불투수층의 확대를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불투수층이 늘어난 원인을 제공한 자가 오히려 시민에게 세금을 물리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시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빗물이 더 잘 스며들 수 있도록 우수관을 지표면 아래로 연결하거나 빗물 저장시설을 만들어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를 위해 시민들에게 세금을 걷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빗물세 도입 논의에 앞서)신축건물이나 상습침수구역에 빗물저류시설이나 침투시설을 우선 만들고, 비용은 시와 개발주체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서민 증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더 세금을 내야 하는지 면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빗물세 도입이 서민의 세액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 시민단체

    현재 서울의 불투수 면적(빗물이 지표로 스며들지 않는 면적)은 2010년 기준 47.7%에 달한다.

    독일은 지난 2000년부터 불투수 면적을 기준으로 빗물처리 비용을 추가로 걷어,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보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들게 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