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아이.조2>로 돌아온 한류스타 이병헌전편보다 비중 높아져‥주연급 캐릭터 급부상
  • "그의 액션 연기는 내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그런 연기를 보여줬다, 그와 비교하면 나는 액션배우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는 정말 너무 멋지다. 기회가 되면 그와 다른 영화도 함께 출연 하고 싶다. 정말 그는 대단하다."

    '겸손과 칭찬'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말은 헐리우드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MTV와의 인터뷰에서 한 멘트다. '그'가 대체 누구이길래 브루스 윌리스가 이처럼 겸양(謙讓)의 모습을 보이는 걸까? 얼핏 봐선 숀 코네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원로급 액션스타에게 헌정하는 찬사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는 브루스 윌리스의 선배 배우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이나 영국 출신도 아니다. 낯 뜨거운 칭찬의 대상은 바로 '뵨사마' 이병헌.

    브루스 윌리스는 내년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영화 <지.아이.조2>에서 콜튼 대령 역할을 맡아, 전편에 이어 또다시 스톰 쉐도우로 출연한 이병헌과 수개월간 호흡을 맞췄다. 최근 영화 홍보 차 이뤄진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이병헌에 대해 "매우 훌륭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그는 심지어 "이병헌은 나만의 영웅이고, 이병헌과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립서비스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과찬이지만, 만약 이병헌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칭찬이 헐리우드 대배우의 입에서 나올리는 만무하다.

  • 브루스 윌리스 "이병헌, 그는 나의 영웅이다"
    영화 제작자 "이병헌 영어 연기는 완벽" 극찬

    영화 <지.아이.조2>의 제작 프로듀서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는 "이병헌에게는 남과 다른 존재감이 있다"며 "그것이 그를 캐스팅한 이유이고, 이번 영화를 통해 이병헌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렌조는 "이병헌은 그동안 영화와 TV에 출연해오며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 했고 액션은 물론, 드라마, 코미디까지 다방면에 걸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렌조는 트렌스포머, 콘스탄틴, 스타더스트 등 다수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 프로듀서로 나서 흥행을 주도한 유명 인사. 전 세계 영화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헐리우드에서 '흥행마술사'라 불리는 로렌조까지 '칭찬릴레이'에 가세한 것을 보면 이병헌의 활약상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이 같은 영화계 인사들의 립서비스에 대해 이병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난달 25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지.아이.조2> 프레스데이에서 그는 "감사한 일이기는 하나, 원래 미국 배우들은 타인에 대한 칭찬이 후한 편"이라며 되레 냉정한 분석을 내렸다.

    "브루스 윌리스처럼 훌륭한 대배우가 내 이름을 거론하고 칭찬해 준 것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약간은 영화 홍보성 발언이라고 보시면 돼요. 설마 제가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를 뛰어넘는 액션 연기를 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죠(웃음)."

  • 톱스타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거릴 법도 하지만 이병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의 '자만'이나 '여유'도 허용치 않는 듯 했다. 마치 영화계에 갓 데뷔한 신인처럼….

    "영어로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타국의 언어를 사용해서 연기를 하려면 자다가 툭 쳐도 대사가 나올 정도로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스태프 중 누군가 제 영어 발음이 틀렸다는 지적을 하면 그 순간 외웠던 모든 대사가 머리 속에서 하얗게 지워져요. 그 때 만큼은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이병헌의 실제 영어 실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이미 오래전 독학으로 영어를 체득한 이병헌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에 올라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엠넷 아시안뮤직 어워즈(MAMA)에 참석, 1분 30초가량 정도 되는 긴 오프닝 멘트를 유창한 영어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던 이병헌은 후지TV에서 방송된 일본 드라마 '외교관 쿠로다코사쿠'에선 아예 한국계 미국인으로 출연, 전 대사를 영어로 연기한 경험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쓰고, 오로지 영어로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환경은 이병헌에게 고역으로 다가왔다. 이날 프레스데이에서 "다시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이병헌의 말 속에는 그동안 타지에서 고군분투했던 남모를 고충과 애환이 담겨 있었다.

    "역시 한국말을 할 때가 제일 편해요. 미국 문화가 담긴 영어로 연기를 펼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아직도 제가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됐죠."

  • 전편에선 칼만 휘두르다 속편서 대사량 2배 늘어
    이병헌 인기·흥행성 확인‥제작진 대우 달라져

    <지.아이.조2> 1편에서 칼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하는 게 전부였던 이병헌의 연기분량은 2편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편에서 선보인 이병헌의 연기와 흥행파워에 고무된 제작진은 속편에서 이병헌에게 메인 줄거리를 이끄는 주연급 역할을 맡겼다. 이병헌이 연기한 스톰 쉐도우의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자연히 대사량도 늘었고 내면 연기를 선보일 기회도 주어졌다.

    "미국 팬들이 기대하는 스톰 쉐도우의 몸을 만들기 위해 근육의 덩어리를 키우는 작업도 힘들었지만 영어로 감정을 드러내고 연기를 하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액션만 하던 배우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연기자로 발전한 느낌이 들어 뿌듯했죠."

    영화의 본 고장 헐리우드에서 '제 2의 전성기'를 꿈꾸는 이병헌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높은 계단을 한발한발 오르고 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톱스타에서 '신인배우'로 몸을 낮춘 그의 도전은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지.아이.조2>의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는 "이병헌의 영어가 완벽해짐에 따라 스톰 쉐도우의 비중과 스토리 라인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병헌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과 겸손함이 스스로의 연기폭을 넓힌 셈이다.

    <지.아이.조>를 통해 언어와 액션이 검증된 이상, 속편에서 또 한번 '흥행몰이'에 성공할 경우 이병헌에게 주어질 차기 배역은 스톰 쉐도우 이상의 것이 될 수 있다.

    지난 1편 개봉시 이병헌의 범아시아적 인기와 엄청난 흥행력을 눈으로 확인한 파라마운트사는 이병헌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아이.조2> 공식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트레일러 상단에 이병헌의 이름이 제일 먼저 쓰여저 있을 정도로, 이병헌의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정도로 높아졌다. 

    뵨사마 이병헌이 과연 이들의 기대에 부응, 흥행대박을 터뜨리고 헐리우드에 조기 안착할 수 있을지 내년에 개봉될 <지.아이.조2>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양호상 기자 n2cf@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