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오래 전에 어느 시골에 사는 어린이가 교회당을 다니게 됐다. 한학 공부한 할아버지는 “조상을 버리고 외래 종교를 믿는다”고 강력히 반대했다. (이 말도 말이 안된다. 어디 부터가 외래종교인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불교도 외래 유교도 외래, 외래 아닌 게 어디 있나?)

    그러던 어느 날 손자가 성경책을 들고 교회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를 딱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명령했다. 그 책에 무슨 이야기가 적혀있는지 읽어보라고. 겁먹은 손자는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읽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이런 구절이 나타났다.

    “너는 자부의 하체를 범치 말라. 그는 네 아들의 아내니 그 하체를 범치 말찌니라.” 자부(子婦)는 아들의 부인, 며느리를 말한다. 한글번역 성경은 점잖게 자부의 하체를 범치 말라고 했지만, 영어성경 NIV번역본은 이렇게 표현했다.

    “Do not have sexual relations with your daughter-in-law. She is your son's wife; do not have relations with her.”
    “네 며느리와 성적인 관계를 갖지 마라. 그녀는 네 아들의 부인이 아니냐. 며느리와 관계를 갖지 말라.”

    손자는 야동을 보다 들킨 어린아이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 책에 그런 내용도 있느냐?”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성경을 탐독했다고 한다.
    혹시 이 할아버지 남모르게 젊고 예쁜 며느리에게 음심이 생겨 혼자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부분에서 걸려들었는가 말이다.

    성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룸살롱에 가서 성매수했다는 폭로에 불교계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룹 '룰라' 출신 방송인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폭행혐의도 점입가경이다. 18세 된 미성년 여자를 연예인이 되게 해주겠다고 속여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가, 하도 발뺌을 하니까 다른 두 명의 여성이 고영욱을 추가로 고소했다. 그중 한 명은 중학생때부터 성폭행 당했는데, 혼자만 묻어두고 가려다가 고영욱이 하도 발뺌을 하니까 분개해서 추가로 고소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32세 된 한 여자는 딸의 16세 된 남자친구와 6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법정에 섰다. 심지어는 딸의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다섯 번째 아이까지 낳았다고 한다. 전직 CIA요원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북한 외교관을 포섭할 때 포르노를 이용하면 다 넘어왔다는 사실도 미국 CBS 방송에서 털어놓았다.

    인간의 3대 욕망은 섹스와 돈과 권력이다. 사실상 모든 범죄는 이 3가지를 잘못된 방법으로 추구하는데서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다 배타적이다. 내가 돈을 가져가면 상대방은 가질 수 없다. 한 자리뿐인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백 명이 달려든다. 섹스의 경우 깨끗하게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배타적인 욕망은 도덕과 규범과 질서와 공평과 정의로 다스려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성적 욕망을 자기 힘으로 다스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성적 욕망을 다스리는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신을 할 수 있는 모든 남녀가 이런 가이드라인을 알아야 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더 건강해지고 성적 욕구가 많아질 뿐 더러 남녀간의 사회적 접촉이 잦아질 수록, 이런 가이드라인을 숙지해야 한다.

    종교마다 나름대로 섹스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있다. 며느리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는 내용은 구약성경(舊約聖經)에 나온 것이다. 구약성경이 무슨 뜻인지 모를 사람은 없겠지만, 굳이 설명하면, 구약(舊約)은 오래전에 창조주와 인간이 맺은 약속이란 뜻이다. 성경(聖經)은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이후에 기록된 신약(新約)과  그 전에 기록된 구약(舊約)으로 나뉜다.

    구약성경은 한 두 명의 천재적인 저술가가 쓴 것이 아니다. 1,5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쓴 글을 모아놓은 일종의 전집이다. 며느리와 자지 말라는 내용은 성적 가이드라인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 앞뒤로 이런 구절이 붙어있다.

    ◯ 너희는 골육지친을 가까이하여 성관계를 갖지 말라 나는 여호와니라
    ◯ 어머니와 성관계를 가짐으로 아버지를 욕되게 만들지 마라 그녀는 어머니이니 너희 어머니와 관계하지 마라
    ◯ 계모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그것은 네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라
    ◯ 누이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이복 누이나 아버지가 다른 누이와도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친손녀든 외손녀든 손녀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그것은 너를 욕되게 하는 일이다
    ◯ 계모가 낳은 딸과 성관계를 갖지 마라
    ◯ 고모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이모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숙모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며느리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그녀는 아들의 부인이나 그녀와 관계를 갖지 마라
    ◯ 형제의 아내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어느 여자와 그 여자의 딸과 모두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아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처제를 아내로 맞아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월경하고 있는 여자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이웃의 아내와 성관계를 갖지 마라
    ◯ 여자와 함께 눕듯이 남자와 함께 눕지 말라 그것은 역겨운 죄이다
    ◯ 짐승과 성관계를 갖지 마라 여자도 짐승과 성관계를 갖지 마라 그것은 역겨운 죄이다

    왜 그런 기준이 문자로 기록되어 있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많은 기준을 다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누구나 안다. 기준을 다 지킨 것처럼 포장하다 들통 난 위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기준대로 세워둬야 한다. 기준은 모든 사람의 평등한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추잡한 전쟁을 막아주는 가장 경제적인 장치이다. 구약성경의 그 다양한 이야기들은 인류가 가진 가장 정확한 기준점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머리칼이 쭈뼛하게 하는 이야기가 도처에 깔려있다. 막장드라마? 성경만큼 막장 드라마가 골고루 종류별로 들어있는 책이 또 있을까?

    기독교 비판하고 싶은 사람들 꼭 한 번 ‘19禁 구약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워들은 단편적인 싸구려 지식가지고 개독교 운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기준점이 없어서 헷갈리는 청소년들에게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