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고 혼수상태 빠졌다" 北 주장 거짓 가능성…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 분석
  • ▲ 혼수상태로 귀국한 故오토 웜비어의 생전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혼수상태로 귀국한 故오토 웜비어의 생전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에 감금됐다 풀려난 직후 숨진 故오토 웜비어 씨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가 현재 방한 중이라고 한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지난 23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도 면담을 했다. 외교부가 면담 일정을 잡은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면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美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 프레드 웜비어 씨는 현재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故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왔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4일 “웜비어 씨를 진료했던 치과의사들이 그의 아랫니 2개의 위치가 방북 전과 비교해 물리적인 힘에 의해 크게 바뀌었으며, 그를 부검한 의사들은 뇌손상이 저산소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하이오州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타드 윌리엄스 박사가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과 웜비어의 엑스레이 사진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웜비어를 부검할 당시 그의 아래 앞니 2개가 치조골 중심에 자리 잡지 않고 뒤쪽으로 밀려 들어가 있는데 과거에는 이 이빨들이 정상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윌리엄스 박사는 “(아래 앞니들에)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며 “엑스레이를 보면 치조골이 손실됐다는 증거도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고 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웜비어를 진료했던 치과 주치의 머레이 도크 박사 역시 부검 때 찍은 치아 엑스레이 사진과 자신이 진료했을 당시 치아 사진을 비교하면 아래 앞니 4개의 위치가 북한 여행을 전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소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도크 박사 역시 “이런 변화는 어떤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담당 의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러한 사실은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을 당시 폭력이나 고문 등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웜비어 사망 직후 “그는 식중독의 일종인 ‘보톨리눅스 독소(보톡스)’에 감염돼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던 북한의 주장도 거짓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서 석방된 웜비어를 진료했던 신시네티大 의료센터 데니얼 캔터 박사는 법원에 제출한 소견서를 통해 “웜비어에게는 보톨리눅스 중독 환자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없었다”면서 “그는 뇌손상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캔터 박사는 “웜비어의 젊은 나이, 과거 병력, 사망 전 진료 당시 상황을 토대로 볼 때 그의 사인이 된 뇌손상은 저산소성 허혈성”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심근경색 등으로도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20대 초반의 웜비어에게서 그런 증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고, 자신이 진료할 때 상황을 보면, 웜비어의 뇌 혈액 공급이 최소 5분, 최장 20분 동안 멈추거나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뇌손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이 당시 보내온 자료를 보면 웜비어의 뇌손상이 뚜렷히 나타난 것은 2016년 4월 촬영한 사진이었고, 이후 사진에서는 뇌손상이 악화되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덧붙였다.

    의사들이 이번에 소견서를 법정에 제출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웜비어의 부모인 신디 웜비어 씨와 프레드 웜비어 씨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워싱턴 D.C.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