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동맹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하는 방식 좋지 않고 효과 없어”
  • ▲ 2017년 10월 방한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만난 크리스토퍼 힐 前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0월 방한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만난 크리스토퍼 힐 前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평양에 도착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거 북한과 협상을 했던 미국 전직 고위관료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크리스토퍼 힐 前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주장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6자 회담 당시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前 차관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美北대화 촉진을 남북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밝혔다”고 전했다.

    힐 前 차관보는 “최근 몇 달 동안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다른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한국이 우방국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마치 ‘등거리 외교’를 하듯 중재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좋은 방법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다자간 회담이었다. 힐 前차관보는 “북한은 미국, 한국, 중국과 별도로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각국에게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북한이 그런 잔꾀를 부리지 못하게 다자 회담을 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동맹국 미국과 적인 북한 사이에서 중재 역할 좋지 않아”

    힐 前 차관보는 이어 “저는 정상회담부터 시작하는 ‘톱 다운’ 방식에는 회의적이었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美北정상회담을 여는 것에도 회의적이었다”면서 “북한은 최근까지도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도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하려면 스티븐 비건 美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협상에 계속 나서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진두지휘를 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은 3차 남북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바라보는 다른 전문가들의 주장도 전했다.

    게리 새이모어 前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미국 정부는 현재 ‘종전선언’을 수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현재 美군축협회(ACA) 이사장을 맡고 있는 토머스 컨트리맨 前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협회 소식지를 통해 “전쟁으로 치닫는 것 같던 1년 전에 비하면 협상을 추구하는 지금이 훨씬 바람직하다”면서도 “북한이 협상을 하는 태도를 신뢰하지 못할 수십 가지 이유들이 있고, 트럼프 정부가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킬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