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국적·이름 바꾸고 운항… '이상하다' 군산항-한국선급, 엔진번호 식별해 '위장' 확인
  • ▲ 中리버티 쉬핑이 멋대로 이름과 선적, 국제해사기구 등록번호를 달았던 '탤런트 에이스' 호의 정보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원래 이름은 '신성 하이' 호의 정보는 찾을 수 있다. 마린 트래픽에 수록된 '신성 하이' 호의 모습. ⓒ마린 트래픽 관련정보 캡쳐.
    ▲ 中리버티 쉬핑이 멋대로 이름과 선적, 국제해사기구 등록번호를 달았던 '탤런트 에이스' 호의 정보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원래 이름은 '신성 하이' 호의 정보는 찾을 수 있다. 마린 트래픽에 수록된 '신성 하이' 호의 모습. ⓒ마린 트래픽 관련정보 캡쳐.
    한국 외교부가 지난 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억류·조사 중인 화물선이 2017년 상반기까지는 한국 배였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 배에 문제가 있음을 밝혀낸 것은 ‘한국선급’ 관계자들이었다.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억류된 ‘탤런트 에이스’ 호는 2017년 6월까지 국내 해운업체인 ‘동친해운’ 소유였다. 이 배를 中다롄 소재 ‘리버티 쉬핑’이 2017년 7월 인수했다. 그리고 7월 18일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명과 선적, 선주사 변경에 따른 임시 검사를 받은 뒤 배 이름을 ‘신성 하이(XIN SHENG HAI)’로 고쳤다. 이때 받은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는 ‘9485617’이었다. 선적은 한국에서 ‘벨리즈’로 바꿨다. ‘한국선급’이 ‘신성 하이’ 호와 만난 것은 2017년 11월 10일 메인 엔진 수리와 관련한 임시검사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

    2018년 1월 20일 전북 군산 항만청 관계자가 ‘한국선급’에 연락을 해온다. “지금 입항한 배가 아무리 봐도 ‘신성 하이’ 호 같은데 배 이름이 다르니 한 번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국선급’ 측은 인원을 급파해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선급’ 관계자가 군산항에 도착해 보니 배의 선수와 선미에 ‘탤런트 에이스’라는 이름이 덧칠돼 있었다. 뭔가 수상함을 느낀 ‘한국선급’ 관계자는 IMO 식별번호가 ‘8793873’라는 ‘탤런트 에이스’ 호의 등록 내용을 확인함과 동시에 배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단서를 찾아 헤매던 한국선급 관계자는 배의 메인 엔진에 있는 식별번호를 확인했다. 그러자 ‘한국선급’에 등록한 ‘신성 하이’ 호임이 밝혀졌다. 

    메인 엔진 식별번호로 확인

    ‘한국선급’은 ‘탤런트 에이스’ 호가 유럽 쪽에서 2018년 1월 국제선급연합회(ICAS)의 규정에 속하지 않는 배라며 다른 나라에서 드라이 독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신성 하이’ 호는 배의 이름과 선적을 바꾸면서 배의 검사를 받은 ‘한국선급’에 연락하지 않은 것은 물론, 토고와 벨리즈 정부에도 연락하지 않은 채 선적을 바꾸고, IMO 측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멋대로 등록번호를 붙이고 운항했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개인이 멋대로 번호판과 자동차 등록증을 위조해 운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 2017년 12월 美재무부가 공개한 사진. 中화물선이 야밤에 北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모습을 美정찰위성이 촬영했다. ⓒ美재무부 공개사진.
    ▲ 2017년 12월 美재무부가 공개한 사진. 中화물선이 야밤에 北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모습을 美정찰위성이 촬영했다. ⓒ美재무부 공개사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한국선급’ 측은 벨리즈 정부에 “탤런트 에이스 호가 자기들 멋대로 선적을 바꿨다”고 알리는 한편, 2018년 1월 26일 긴급 선급위원회를 열어 ‘신성 하이(탤런트 에이스) 호의 선급 취소를 결정하고 1월 29일 ’한국선급‘에 등록된 정보를 삭제했다.

    ‘신성 하이(탤런트 에이스)’ 호는 2017년 8월 31일 북한 남포항에 들어가 석탄을 실은 뒤, 이를 베트남으로 가져가 하역한 바 있다. 이 모습은 美정찰위성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美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결의할 때 해당 자료를 공개했다. 만약 ‘한국선급’과 군산 항만청이 ‘신성 하이(탤런트 에이스)’ 호의 수상함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 배는 한국 정부에 억류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이라고 속이며 세계 곳곳으로 운반하고 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