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영화제 기점으로 北영화 범람할 듯… 내년 6월엔 평창서 '남북 영화제'한국 문화·사상 담긴 영화가 평양 한복판에서 상영돼야 진정한 '교류'
  • ▲ 지난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가 무료 상영됐다. 주최측은 이날 관람객을 약 950명으로 추산했다. ⓒ정호영
    ▲ 지난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가 무료 상영됐다. 주최측은 이날 관람객을 약 950명으로 추산했다. ⓒ정호영
    바야흐로 '남북 교류'의 시대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계기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북한' 열풍이다. 북한과의 교류가 시대 정신, 절대 선(善)이 돼버렸다.      

    북한과의 교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문화'다. 그 중에서도 영화 부문은 최근 급속도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2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는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영화 편지'라는 이름으로 북한 영화 9편을 일반에 공개했다.

    BIFAN은 이미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단편·14일)' '우리집 이야기(15일)' '불가사리(18일)' 상영을 마쳤고,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20일 공개할 예정이다. 15일 무료 상영한 '우리집 이야기'는 폐막식 전날인 22일 재상영한다.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작인 '우리집 이야기'는 북한의 대표적 체제 선전 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김정은과 노동당을 노골적으로 찬양·미화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주인공 동생이 주인공에게 난데없이 '마음 속에 꽉 차 있는 것을 쓰라'더니 주인공이 '우리의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쓰는 식이다.

    북한 헌법에는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주체적·혁명적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평양 영화제 최우수작이란 것은 '우리집 이야기'가 북한 체제 선전 영화의 이른바 '끝판왕'이란 것을 북한이 인증한 셈이다.

    이러한 '우리집 이야기'는 지난 15일 관객 1,000명이 관람했다. 더구나 BIFAN이 북한 영화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북한에 사실상 '저작권료'를 지불한 정황도 확인됐다. 영화제 운영 예산에 경기도비와 부천시비가 포함되는 만큼, 국민 세금이 북한 선전 영화를 들여오는 데 활용된 것이다.

    지난 5일 영화진흥위원회는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배우 문성근이 공동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밖에 영화감독 이준익,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배우 정우성, 이진숙 하얼빈 대표, 이주익 보람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 조선희 작가, 김소영 한예종 교수,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문성근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강원영상위원회가 출범한 '평창남북평화영화제조직위원회'의 위원장도 맡았다. 문성근 위원장이 이끄는 조직위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를 내년 6월로 계획하고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제는 단순 교류를 넘어 '평화'의 이름을 내걸고 공식적인 남북 영화제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가 사상 따위가 서로 통함'이라는 교류(交流)의 사전적 정의를 고려할 때, 과연 이들이 말하는 '교류'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남북문화교류 차원에서 '북한의 문화와 사상이 담긴' 영화를 한국에 들여오려는 것은 잘 알겠지만, 이들이 '한국의 문화와 사상이 담긴' 영화 역시 북한에 전할 마음이 있는 걸까.

    BIFAN에서도 그랬듯, 또다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통해 저작권료를 기탁하는 방식으로 다수 북한 영화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북한은? 한국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북한이 한국에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북한이 한국과 '문화 교류'할 자세, 다시말해 '한국의 문화와 사상이 담긴 영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처럼 인위적·작위적인 체제 선전용 영화가 아니다. 김정은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빛나는 발전을 거듭한 한국 본연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개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북한과의 영화 교류란 허상에 불과하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모습을 평양 한복판에서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의 존재 의미이자 의무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북한 영화가 한국에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정한 '교류'란 무엇인지, 영화계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교류를 계획·추진하고 있는 단체들 모두 다시 한번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