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인사 상 불이익 줘...강금실 前 장관 증인 신청할 수도”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사진 뉴시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사진 뉴시스

    “...여러분은, 설마 대한민국이 실제로 적화되겠느냐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제 경험을 통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에 있을 때, 부림사건의 수사검사를 맡았습니다.  
    이 사건 변호인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도 있었으며, 그는 나중에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에 눈을 떴다’고 해서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사건 내용을 축약하면, 부림사건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공산주의운동이었습니다.

    부림사건을 공산주의운동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사건 피의자가 제게 한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피의자 중 한명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검사님한테 조사를 받고 있지만 곧 공산주의 사회가 옵니다. 그러면 역사가 바뀌고 기록도 바뀝니다. 곧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텐데, 그때가 되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할 것입니다.’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라는 사실, 이 이상 어떻게 더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문재인 변호사는 모두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란 걸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사건 변호인으로서 기록을 다 봤는데, 어떻게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란 걸 몰랐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은 (부림사건이) 공산주의운동이란 걸 알고 변호를 한 것입니다.

    그 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5년 내내 핍박을 받고, 검사장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개업을 했습니다. 당시 청와대에 있으면서 저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한 자가 바로 문재인 비서실장 입니다.

    노무현 정부에는 부림사건 관련 인맥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가 공산주의운동을 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되면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합니다.“

    - 2013년 1월4일,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 고영주 전 검사장 발언 全文.

    검찰 재임 당시 ‘선비검사’로 이름을 떨쳤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前 서울남부지검장)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7월20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영주 이사장은 이날 열린 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 검찰의 기소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특히 고영주 이사장은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고영주 이사장은 위 신년하례회 발언이 문제가 돼, 2015년 9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부터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고영주 이사장의 이른바 ‘공산주의자 발언’ 사건은 한 동안 일반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으나, 올해 7월 검찰이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검찰은 고소혐의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발언의 시기 및 경위 등에 비춰 볼 때, 올해 5월 치러진 19대 대선과는 관계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신분 변화 때문에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소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5월 치러진 19대 대선을 통해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피소 당시 중견 로펌 대표변호사이자 시민활동가였던 고영주 이사장은, 현재 MBC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나왔다.

    시민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 위원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 수사검사로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을 소개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위 발언의 핵심 요지는, ‘한국 사회에는 대한민국의 적화를 꿈꾸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진영은 언제나 깨어 있는 자세로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고 이사장은 발언 도중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도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며, 두 사람의 실명을 거론했다.

    고 이사장의 이 발언은 2년여가 지난 뒤 갑자기 논란이 됐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고 이사장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사실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 이사장은 본인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뒤에도, “내가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제 발언은 허위가 아닌 진실”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신은 이 사건 1심 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날도 그대로 드러났다.

    고 이사장은 재판장(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이 발언기회를 주자, ‘피고인 모두진술’이란 제목이 붙은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이미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고소인이 북한의 주장을 지지·추종한 발언 및 활동을 자세하게 설명했고, 관련 정황 자료를 수십 건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고소인의 북한 추종 사례로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연방제 통일 주장, 국정원 해체 주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반대” 등이 있다며, “(고소인의) 언동은 공산당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공산주의자가 보이는 공통된 특징 11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소인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 표현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고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인사 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발언도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이를 입증키 위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법정을 나온 고 이사장은, 박영수 특검의 발언을 인용해 “(고소인이) 공산주의자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 이사장의 다음 공판은, 10월17일 오전 11시2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