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3일 사설 '비극의 한복판에서 국민 갈등 부추기는 DJ'입니다. 네티즌의 토론과 사색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충격적인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났다. 거듭 강조하건대 관련자·정치권·시민단체 등 모두가 검찰의 진상조사를 기다리면서 감정이나 정략을 자제해야 한다. 그런 성숙한 자세가 철거민이나 경찰관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일 게다. 그럼에도 사태를 감정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있어 심히 우려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어제 민주당 지도부에 강력한 대 정부 투쟁을 독려했다. 그는 경찰의 조기 진압을 비난하면서 “민주당이 용산 사고에서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큰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월, 3월 싸움에서도 몸을 던져 열심히 싸워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4월 재선거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니 참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전직 대통령 같은 국가원로는 나라에 큰일이 생겼을 때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면서 중심을 잡고 신중한 언행을 보여야 한다. 철거민 5명의 희생은 그의 표현대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희생자에 대한 위로와 함께 점거 투쟁의 극단적인 폭력성, 전체 공동체의 안전 등이 종합적으로 언급됐다면 사태 수습에 큰 도움이 됐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DJ는 ‘서민의 죽음’에만 초점을 맞춰 감정을 자극한 뒤 비극적인 사건을 선거에까지 연결시키며 야당이 정치싸움의 소재로 활용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2, 3월 싸움’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는 지난해 11월 말에도 야당과 시민세력이 연대하는 반MB(이명박) 민주연합을 역설한 바 있다. DJ의 주문이 야당을 자극했으며, 야당의 연말 국회 점거 투쟁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DJ가 ‘사랑한다는’ 서민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야와 여러 세력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 통합 정치에 힘을 보태야 할 전직 대통령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다니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