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서 컷오프 후 생환 권성동, 단수공천현역 컷오프보다 경쟁력 조사 후 지역조정 단행한동훈 "아비규환에 살아남은 우리 현역들"
-
국민의힘이 당내 중진 현역 의원이나 컷오프(공천 배제)된 후보들에 대해 직접 지역구를 재배치하거나 조정을 권고하는 등 당내 인물 '불씨'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역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며 탈당 등 내분이 일어난 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이런 배경에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컷오프된 인사들이 당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생환한 경험을 답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중진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등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다.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6일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을 단수공천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2009년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강릉에서만 내리 4선을 지낸 중진이다. 권 의원은 공천 확정 발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맡겨보니 확실한 권성동"이라며 "초선의 초심과 중진의 추진력으로 강릉의 힘이 되겠다"고 강조했다.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관위는 권 의원을 컷오프하고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단수공천했다.당시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시대의 강을 건너려고 하면 밟고 지나가야 할 다리가 필요하다"고 말해 특별한 지표가 없는 '중진 자르기'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권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를 모두 누르고 4선 고지에 올랐다.강릉은 김한근 전 강릉시장 등 권 의원을 포함해 3명이 공천을 신청했는데, 결국 권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이다. 중진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시각에도 4년 간 지역 민심을 잘 다져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공관위는 당내 경쟁력 조사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면 단수공천 지역으로 선정한다. 이처럼 공관위는 시스템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중진 의원들에 대해 일률적인 컷오프를 하지 않고 있다.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의 공천 파동으로 인한 참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권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의원 등 당내 중량급 인사들이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모두 미래통합당 후보들을 꺾고 당선됐다.당시 당 안팎으론 중진들의 경쟁력과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공관위 결정으로 초래된 내부 갈등이 총선 참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서 지역 조직 관리, 현역 성과 등이 중요한데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가서 알아서 싸워서 오라는 것이 지난 총선 방식"이라고 지적했다.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강원 강릉(권성동), 인천 동·미추홀을(윤상현) 등은 단수공천으로 중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당의 양지인 대구 수성갑(주호영) 등에선 경선으로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이미 공관위가 PK(부산·경남) 5선 서병수, 3선 김태호·조해진 의원, 서울 강남을 박진 의원에게 각각 부산 북강서갑, 경남 양산을, 경남 김해을, 서울 서대문을로 지역구 변경을 요청했는데 당사자들이 모두 수용했다.한동훈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공천에서 '현역 불패'가 이어진다는 지적에 "우리 당은 지난 선거에서 너무나 심하게 졌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우리의 현역들"이라며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현역의 경선 득표율에서 최대) 30%를 깎았는데, 거기서 이기지 못하는 신인이라면 본선에서 경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경쟁력 있는 후보들에 대한 재배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공관위는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경기 용인갑에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이 전 비서관은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서울 강남을 공천을 신청했지만, 대통령실 출신이 당 양지로 가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공관위가 일찌감치 재배치를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용인갑이 다른 경기도 선거구에 비해 당의 양지로 꼽힌다. 앞서 정찬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뇌물공여죄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해당 지역구는 공석이 됐다.한편, 부산 부산진갑 경선에서 탈락한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당초 거론되던 부산이 아닌 수도권 재배치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