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 '피해자-가해자' 분리 않고 징계 미뤄전입 부대에 허위사실 유포해 2차가해… 군檢 수사 안 해법원 "절박한 상황에 허위사실 유포… 대대장 직무유기는 불성립"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을 두고 피해자를 회유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한 김모 대대장이 증거불충분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5일 지휘관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 중대장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군검사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후 이를 군검찰에 신고했다. 이 중사는 같은 해 5월 사건 수사 단계에서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대대장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피해자 이 중사와 가해자 장 중사를 분리하지 않고 징계 의결을 미루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중대장은 피해 발생 이후 이 중사가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입하려 하자 해당 부대 소속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다'는 취지로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박 군검사는 이 중사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중 이 중사의 심리상태와 2차 가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조사를 미루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2022년 9월 이 중사 관련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와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판단해 관계자 총 15명을 기소했다. 이날 기소된 3명 외 피고인들은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날 김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군형법에 규정된 지휘관직무유기죄는 의식적으로 조치를 방임‧포기하는 경우에 성립한다"며 "부적절하거나 부족한 조치일 수 있지만,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법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제출된 증거만으로 직무유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중대장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고 2차 피해를 당한 뒤 갑작스럽게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을 가는 절박한 상황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피고인의 허위사실 전파는 피해자가 15비행단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데 큰 방해요인이 됐고 일반적인 명예훼손 범죄와는 죄질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군검사와 관련해서는 "강제추행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사실이 없다"며 "피해자의 사망 이후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군에 거짓 보고를 했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법정구속을 명령하지는 않았다.

    한편, 이날 이 중사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선고를 듣다 실신하기도 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법정에서 김 대대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네가 어떻게 무죄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