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커, 7일 윌리엄 페리 렉쳐 특별강연에 앞서 기자간담회"北,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더 추진 않고 중러로 눈 돌려"
  • ▲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윌리엄 페리 렉처' 특별강연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제공
    ▲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는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윌리엄 페리 렉처' 특별강연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제공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을 7차례 방문했고 2010년 영변 고농축 우라늄 시설의 실체를 전 세계에 공개했던 세계적인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는 7일 한국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독자 핵무장론'을 한반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매우 안 좋은 생각"(very bad idea)이라고 평가했다.

    헤커 박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에서 열린 '윌리엄 페리 렉처' 특별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북한과의 '핵균형'을 맞추려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북한이 대규모의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헤커 박사는 "한국이 이 방향(독자 핵무장)으로 가게 된다면 한국이 지금까지 경제발전에 할애해왔던 자금과 인력을 핵무장을 위해 쏟아부어야 한다"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지도자가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갖고 있다. 이 동맹은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한국이 혼자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통해서 함께 대응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헤커 박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원자력발전소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와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역량과 이것을 판매할 기회들을 핵무장을 위해 왜 버리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저는 핵무장론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이 지금 서로 이렇게 연결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고 더 위험하고 더 심각하다"며 "북한은 지난 30년 동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가 추구해왔던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하고 다시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진지하게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외교를 추진하면서 혹시 외교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핵개발을 추구하는 '이중 경로 정책'을 추진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은) 1990년도부터 2020년 정도 30년 동안의 진정성 있게 진지하게 대화를 통해서 끌어나가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개발도 추진하면서 '변곡점'(hinge points)이 생겼다. 이러한 변곡점에 도달할 때마다 내려진 결정으로 인해서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더 이상 개발하지 않도록 하는 그 기회를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꼽는 주요 변곡점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 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NPT 탈퇴 선언 등으로 인한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에 따른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 파기' ▲2009년 북한의 위성발사 시도 이후 계속된 오바마 정부의 강경 노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 외 추가로 발견된 대규모 우라늄 농축 핵시설에 대한 폐기를 거부하면서 결렬된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실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