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연 2회씩, 현재까지 5회만 조사… 전수조사 땐 부정 사례 폭증할 것행안부 적발 건수만 487건… 각 지자체 신고 건수 합치면 예상도 못해1만원짜리 9000원에 팔고, 1000원 세금 지원… 10% 노린 '상품권 깡' 난무 정부 지역화폐 지원 예산 7000억 삭감… 민주당 반발해 3525억 되살려내이재명 "지역화폐로 내수 회복" 증액 요구… 기재부 "사실상 현금 살포" 부정적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증액을 요청한 가운데, 다섯 번의 지역화폐 부정유통 단속에서 487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부과와 환수 조치를 합치면 3억3900만원이다.

    1년에 두 번, 보름에서 한 달가량 조사에서만 드러난 수치여서 지역화폐 부정사용을 전수조사할 경우 문제점이 더 발견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권은 지역화폐사업을 선심성으로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한 달 단속에도 지역화폐 부정사용 수십 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지자체(광역·기초)의 지역화폐 부정유통은 총 487건 적발됐다.

    지역화폐 부정유통 적발이 3년간 총 500건도 안 되는 것은, 매년 길어야 한 달가량만 단속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2021년 상반기 3월16~31일(112건 적발) △2021년 하반기 10월1~29일(90건 적발) △2022년 상반기 3월16~4월7일(80건 적발) △2022년 하반기 11월7~25일(104건 적발) △2023년 상반기 4월3일~28일(101건 적발)까지 광역·기초단체의 지역화폐 부정유통 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3년간 지역화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일 경우 불법 환전 등 부정유통 적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이 수치는 행안부 단속 적발 건수를 더한 것으로, 지자체별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형별 적발 현황은 가맹점주가 가족 등을 동원해 상품권을 대리(할인)구매한 후 자신의 가맹점에서 물품 판매 등 없이 불법 수취·환전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이 2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화폐는 1만원어치를 9000원에 살 수 있어 통상 10%의 이익을 본다. 그 차액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 세금으로 할인이 이뤄진다.

    행안부 단속에서 가맹점주가 가족을 동원해 상품권 345만원을 할인받아 구매한 후 목욕탕 등 자신 명의의 가맹점에서 사용한 것처럼 속여 지역화폐를 부정취득한 일이 적발됐다. 복권 판매점, 본사 직영점, 외국계 프랜차이즈 등 지역화폐 가맹점 등록이 불가한 곳이 지역화폐 사용점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유흥주점이나 대규모 입점 점포 등 가맹점 등록 불가업종임에도 가맹점으로 등록한 '제한업종'은 110건, 현금과 차별대우하거나 60% 이상 사용한 경우 전액 환급해줘야 하나 환급을 거부한 사례도 79건으로 나타났다. 상품권 결제 거부는 29건이다.

    행안부는 부정유통 적발 건을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총 41건(2억3800만원), 환수 171건(1억100만원), 등록취소 307건의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 지역화폐 생활예산 주장하며 증액 요구

    정부는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나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여야 대립 끝에 3525억원의 예산을 되살려냈다. 올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으나, 지역화폐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 "소득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중지원 효과가 증명된 지역화폐로 신속하게 내수를 회복해야 한다"며 "지역화폐 예산을 증액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역화폐 발행과 지원 사항을 의무화해서 계속사업으로 진행해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다수가 정부에 지역화폐 예산을 7052억원, 3525억원, 877억원 증액을 각각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책정한 지역화폐 예산 '0원'에서 최대 7052억원, 최소 877억원 증액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6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 예산안 심사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역화폐사업을 생활예산으로 주장하며 증액을 촉구했다. 

    지역화폐사업에 투입된 중앙정부 예산은 △2019년 884억원 △2020년 6689억원 △2021년 1조2522억원 △2022년 7000억원 △2023년 상반기 3522억원으로 총 3조617억원이다.

    정부는 지역화폐사업은 중앙의 선심성 지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기획재정부는 김희곤 의원에게 "지역화폐는 할인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고 지자체가 발행규모·할인율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지자체 사무이나, 그간 코로나 대응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국고 지원했다"며 "지역 간 형평성, 자체 발행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지방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0월20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지역화폐 관련 "국가가 현금 살포식으로 보조금 주듯이 전방위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역화폐와 관련해 "투자 대비 효과와 국고 지원의 적절성 등 지난 대선 때부터 수많은 논쟁을 낳은 사안"이라며 "이런 정치적 목적의 예산조차 민생예산으로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희곤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은 2019년부터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 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현재 1000조원 이상의 누적된 국가채무로 재정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위한 국비 지원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