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투표 찬성 73% '가결'사측 "누적 적자 줄여야"… 노조 측 "서비스 저하 우려"이중고 겪는 시민들… 지하철 요금 인상, 파업 예고까지불만 잇달아… "왜 피해 보는 건 항상 시민이어야 하나"
  • ▲ 시민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시민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출퇴근 대란이 우려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73.4%로 가결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요금을 올리자마자 파업하는 것은 대체 무슨 심보냐"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이 지난 12일부터 16일 오후 2시까지 진행한 2023년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 결과 73.4%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연합교섭단에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노총 공공연맹이 참여하고 있다. 공사 측과 연합교섭단은 지금까지 총 10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제3차 본교섭에서도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감축' 문제가 양측의 충돌 이유로 꼽힌다. 공사 측은 누적 적자를 줄이고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전체 정원 1만6367명 중 13.5%인 2212명의 단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그러나 외주화를 골자로 한 인력 감축안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서비스 저하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인력 감축안을 두고 사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6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파업 첫날인 지난해 11월30일 오후 6~8시 기준 운행률은 85.7% 수준으로 집계되는 등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시민 불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근무일 113일인데 출근 기록은 0… '타임오프제' 악용한 노조 간부들

    최근 서울시 감사위원회(감사위)는 노조가 구성된 서울교통공사 등 23개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6~7월 중 근로시간면제자제도 운영 현황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당 기관들에서는 △근로시간면제 연간 한도 초과 운영 △근로시간면제자 복무관리 미흡 △단체협약을 통한 유급 노조활동 과도한 보장 △중앙정부 대비 과도한 노조편향적 노동이사제 운영 및 업무추진비 부당 지원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간부들이 노조 활동을 핑계로 정규 근무를 하지 않은 사례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호선 잠실역이 근무지인 노조 간부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노조 활동시간을 제외한 정규 근무일수 113일이 편성돼 있었음에도 출근 기록이 0일이었다. 같은 기간 7호선 중계역이 근무지인 노조 간부 B씨는 정규 근무일수 94일 중 1일, 3호선 학여울역이 근무지인 C씨는 124일 중 2일, 2·6호선 합정역이 근무지인 D씨는 122일 중 9일만 출근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노조 측은 무리한 인력 감축 추진에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 간부들의 근무태만과 복무관리 소홀 등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과연 노조 측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서울시민들, 지하철 파업 소식에 분통… "전장연 잠잠하니 노조가 말썽"

    서울시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지난 7일부터 지하철 요금을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했다. 이 같은 요금 인상과 함께 지하철 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지하철을 이용하는 다수 시민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직장인 E씨(39)는 "전장연이 잠잠하니 이제는 노조가 말썽"이라며 "아무리 요금이 올라도 파업은 매년 이어지는 연례행사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씨는 "바쁜 출퇴근시간에 파업이 이뤄진다면 미리 준비해야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F씨(42·여)는 "파업은 당연한 권리로 이해된다"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파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대학생 G씨(23·여)도 "지하철로 통학하는데 지각하지 않으려면 좀 더 서둘러야겠다"며 "파업 때문에 이전에도 한 번 늦은 적이 있어서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시청역에서 만난 공무원 H씨(30대·남)는 "최근 노조 간부들이 출근 없이 월급만 받아간다는 뉴스를 봤다"며 "같은 공무원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H씨는 "시민들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면서 "왜 피해 보는 것은 항상 시민들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은 예상되는 서울지하철 파업과 관련해 "자정 노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노조 측이 시민들에게 파업을 이용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파업을 빌미로 시민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