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되면 감옥 나간다" 입단속한 김만배… 측근들에게 증거인멸 지시검찰, 김만배 증거인멸 시도 지적하며 추가 구속영장 요청… 재판부는 석방 결정 해당 재판부, 2월엔… "아들이 받은 50억, 곽상도에 직접 지급됐다고 판단 어려워"
  • ▲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 기간 만료일인 7일 자정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 기간 만료일인 7일 자정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성진 기자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가족과 측근들에게 증거를 없애라고 지속적으로 지시한 정황을 확인해 추가 구속영장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김씨를 석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확인 결과, 해당 재판부는 지난 2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로 드러났다.

    23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김씨가 구속 중에 변호인 접견이나 편지를 통해 증거인멸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김씨 아내는 지난해 7월 다른 가족과 통화를 하며 "(김씨가) 재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자신이 보낸) 편지에 무슨 내용들이 혹시나 있으면 폐기하라고 그러더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가족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팀이 재편돼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기 직전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올해 1월 검찰 조사에서 "재수사 때문에 폐기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구치소에서 나간 물건들은 기운상 안 좋으니 폐기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씨의 측근이자 '헬멧맨'으로 알려진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도 비슷한 시기에 대장동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김씨 변론을 맡았던 로펌 소속 변호사가 최씨에게 김씨 재판 관련 자료를 부탁했더니 최씨가 "저도 이번에 싹 폐기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씨가 김씨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최씨가 대장동 재판을 매주 방청하며 쉬는 시간에 김씨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는데 이때 증거인멸 지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 역시 지난해 1월 직원에게 "검찰 압수 수색 나온다고 (자료를) 다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검찰이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화천대유 관련 물건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아울러 최우향씨와 이한성씨는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면서 대화 내용을 수시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디지털 포렌식에 대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고 한다. 이들은 김씨의 대장동 범죄 수익 일부를 숨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김만배씨의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증거인멸 시도를 우려하며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김씨가 각종 범죄를 저지르면서 범행 실행 단계에서부터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까지 증거인멸을 했거나 시도했다"며 "실체적 진실을 가리려는 우려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만큼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김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검찰은 "심각한 증거인멸이 이미 저질러졌고, 또 다른 증거인멸 우려가 현저한 점에 비춰 법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 ▲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2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2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사진=공동취재단)
    "50억, 곽상도에게 직접 지급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김만배씨의 석방을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지난 2월8일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기도 했다.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재판부는 국회 부동산 특조위원으로 활동한 곽 전 의원의 의정활동이 대장동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도,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직접 지급됐다고 판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곽 전 의원의 몫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이 의원으로서 직무 관련성 부분은 인정될 여지가 있고, 이는 아들에게 지급된 돈을 피고인이 직접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며 "아들 계좌로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피고인에게 지급되는 등 사정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증거만으로 아들에게 지급된 돈을 피고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뇌물공여 혐의로 곽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김만배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퇴직금 50억원을 알선의 대가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김만배씨와 돈 문제로 언쟁을 벌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알선 대가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곽 전 의원 측은 "김만배씨가 이전보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술에 취해 후원금을 내라고 농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상도 전 의원에게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리자 당시 여론이 들끓었다. 김씨가 아들에게 건넨 50억원을 두고 "법원이 새로운 상속 방법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통령실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혐의를 무죄라고 본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불복하며 즉각 항소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지난 12일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6명은 이재명 대표를 도운 사람들"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는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 법조인 출신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