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퇴임사…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 겸허히 받아들인다"김명수 집권 후 2017년 5345건 → 2022년 1만4428건… 장기미제사건 폭증민사합의 1심까지 평균 14개월 걸려… '차별적 재판 지연' 피해 심각 법조계 "성향 따라 판결이 달라… 법 잣대 왜곡되고 정치편향성 뚜렷"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DB
    사법부 수장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 만료된다. '김명수 사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요직에 대거 등용하고, 진보 정치인들의 재판을 무작정 지연시키는 노골적인 행위를 보였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명수 사법부의 '알박기 인사' '고무줄 재판' 등을 두고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시킨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기 동안 '좋은 재판'의 지평을 넓혔다고 자평하면서도 최근 문제로 제기된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사법부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여건 마련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면서 "'좋은 재판'의 믿음은 퇴임을 하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내내 사법부가 과거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지양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수평적 구조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자평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재판 지연 문제를 언급했다. "사법부의 저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은 "저의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은 2017년 5345건에서 2022년 1만4428건으로 무려 3배가량 증가했다.
  • ▲ 2018년 9월1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2018년 9월13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文정권과 코드 맞춘 '김명수 체제'… 법원 정치화 논란

    김 대법원장의 6년간의 행보 중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시키려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사법행정 권한이 사법농단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이를 탈피하고자 여러 개혁을 시도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의 판사 수를 감축함으로써 그들의 권한을 축소시켰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은 코드 인사, 편향 판결, 그리고 재판 지연 등으로 인해 '법원의 정치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우선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지낸 좌파 성향의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문재인정권에 불리하게 판결하거나 눈에 난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내는 등 직권남용 논란을 일으켰다. 

    김 대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을 임명제청했는데 이 중 6명은 법조계에서도 뚜렷한 좌파 성향을 보였다. 

    김선수 대법관은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김상환·오경미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고, 민유숙 대법관도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좌파 성향으로 기울었다. 

    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2018년 2월부터 3년간 재임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 등을 맡은 주요 재판부에 특정 부장판사들을 유임시켜 법원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보직기한인 3년을 넘겨 4년째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도록 유임했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는 6년이나 중앙지법에 근무하도록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도 박한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임성근 판사 사표 수리' 과정에서 드러난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여러 영향과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는데, 해당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권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김 대법원장은 이후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녹취록을 고스란히 접한 대부분의 국민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재판 지연'은 김 대법원장의 커다란 과오로 평가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사안이 복잡한 1심 민사합의 사건의 경우, 사건 판결까지 평균 420.1일이 소요됐다. 즉, 1심 판결을 받는 데만 1년이 넘는 셈이다. 이는 전년 처리기간인 364.1일보다 60일 정도 더 걸린다고 볼 수 있다. 또 소액사건을 제외한 민사단독 사건의 경우 사건 판결까지 229.3일이 걸리며 전년(225.9일)보다 사흘가량 길어졌다. 

    2심의 경우는 고등법원 332.7일, 지방법원 324.2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각각 29일(303.8일), 24일(303.1일)씩 늘어났다. 대법원에서 진행하는 민사소송 상고심 판결까지는 지난해 349.5일이 소요되며 238.9일이 걸렸던 전년보다 3개월 이상 늘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3심 대법원 판결까지 받기 위해서는 지난해 종결된 사건 기준 평균 1095일이 걸렸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은 1심 선고에만 3년1개월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1심 재판은 3년5개월째 진행됐으며,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1심 재판도 2년5개월이 걸렸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최강욱 의원의 재판은 대법원에서 1년 가까이를 끌다 최근에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다. 

    이에 비해 여당 인사인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은 1년,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 사건 등은 6개월 이내에 1심 선고가 끝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차별에 가까운 재판 지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관과 재판연구관 증원 등의 방법도 거론됐지만,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법조계 "김명수, 정치적 편향성 심각… 6년의 시간은 '흑역사'"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는 지난 6년의 '김명수 코트'를 두고 "한마디로 정말 악몽이었다"고 표현했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들은 재판이 너무 밀리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다"며 "예전에는 판사들이 재판을 빨리 하라고 변호사들을 다그쳤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되고 나서는 오히려 변호사들이 판사들한테 빠른 재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신속한 재판'과 '충실한 재판' 양자가 상충되는 것을 지혜롭게 균형을 맞췄어야하나, 말과 행동이 달라 결국 재판 지연으로만 이어진 흑역사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법조인의 시각으로 볼 때, '김명수 체제' 안에서 지나치게 정치적 판결이 많았던 것 같다"며 "특히 민주당 측 정치인에 대한 재판에서는 한없이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유독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하게 보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이란 말이 있다"고 전제한 최 변호사는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고, 먹줄은 굽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와 달리 김명수 대법원장의 6년은 정치적 사건 내에서의 법의 잣대가 굉장히 왜곡된 부분이 많아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했다"고 평가했다. 

    최 변호사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와 관련해서는 "이 후보는 법의 지배, 사법권의 독립, 소수 보호 등 3가지 철학을 강조했다"며 "결국 사법부가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국가는 기반을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이런 점을 볼 때 이균용 후보가 김명수 법원의 문제점을 잘 꼬집었다"고 언급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고등법원의 승진제도를 없애고, 법원장 추천제 등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는 여러 법조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시급한 '재판 지연' 등의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