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인민위원회가 장악한 마을, 바로 MBC였다"보도국장에 날씨 중계차 PD 맡겨‥ 앵커는 조명창고로
  • 6년 전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도한 총파업에 불참한 기자들이 일제히 한직(閑職)으로 밀려난 사건을 두고 "마치 6.25 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온 인민군이 지주와 지식인들을 적발해 인민재판에 넘기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17일 배포한 <MBC에서 겪은 '꼬뮈니즘'..린민위원회의 추억>이라는 성명에서 "6.25 전쟁 당시 남한 마을을 점령한 인민군은 지역마다 인민위원회를 구성해 지주와 지식인들을 색출하고 이들을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인민재판에 회부했다"며 "인민재판에서는 판·검사나 변호사 없이 인민군 군정위원 주도로 재판부를 구성하고, 인민들 앞에서 그 죄상을 탄핵한 뒤 죽창질로 즉결 처형했다"고 되짚었다.

    "보통 인민위원회가 장악한 마을은 많은 사람들이 붉은 완장을 차고 다니고 마을 곳곳에 혁명을 부르짖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고 소개한 MBC노조는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장악한 MBC의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며 "식당 입구와 엘리베이터 홀, 로비 곳곳에 새로운 보도국 앵커 박성호와 손정은의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직전까지 보도본부장으로 일하던 오정환 본부장을 8층 보도국 사무실 한복판에 앉혀 놓고는 전화기 한 대와 종이명함 한 장만 주고 아무 일도 부여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MBC노조는 "당시 보도국장을 하던 문호철 국장에게는 날씨 중계차 PD를 맡겨 새벽마다 출근하게 했고, 배현진 앵커는 난방도 안 되는 조명 창고에 유폐시켰다"며 "반면 과거 김장겸 사장 때 특파원을 다녀오거나 좋은 보직을 했던 언론노조원 기자는 파업에 나선 동료 기자들 앞에서 '반성의 맹세'를 한 뒤, 최승호 사장이 들어서자 감사국으로 발령받아 파업불참 기자들을 조사해 해고하는 일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민군 앞잡이'처럼 더 가혹하게 경력기자 채용과 관련한 비리 여부를 캐물었다"며 "이들은 파업불참 기자 몰아내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는데, 그 첫 번째가 '정상화위원회'라는 조사기구의 발동이었다"고 밝힌 MBC노조는 "정상화위원회는 파업불참 기자들의 과거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해고와 정직 등 가혹한 징계를 상신했고, 정상화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을 내고 대기발령 장소를 정상화위원회 사무실로 지정했다"고 되짚었다.

    MBC노조는 "조사에 나와도 중징계, 안 나와도 중징계라는 식이었고, 조사과정에서도 '중징계 감이다. 윗선을 대라. 수사의뢰할 수 있다' 등의 겁박을 일삼았다"며 "정상화위원회 이후 이들은 파업불참 경력기자 50명을 몰아내는 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5년간의 채용이 모두 '채용 비리'라면서, 과거 직장에 공문을 보내 경력을 제대로 채웠는지 행실이 어땠는지를 문의하면서 공개적인 뒷조사를 했다"고 상기한 MBC노조는 "그리고는 채용을 무효화하겠다면서 인사위원회를 열고, 왜 이 회사에 남아야 하는지 소명하라고 의무에도 없는 일을 다그치고는, 같은 시기에 1년 차 이상 직원의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MBC노조는 "세상에 왜 입사 1년 차 이상 기자를 명예퇴직시키는가? 뒷문을 열고 토끼몰이를 하는 격이었다"며 "그렇게 해서 십여 명의 경력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됐고, 남은 기자들에게는 기자 자격이 없다면서 강제 전직 교육을 강행했다. 기자 자격이 없으니 영상편집이라도 배워 영상편집자가 되라는 것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MBC노조는 "이후 특파원 12명을 소환하고 그 자리에 기자회장 출신 3인이 워싱턴·도쿄·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받아 나갔다"며 "앵커도 기자회장 출신이 했고, 사장은 노조위원장 출신 2명이 번갈아 가면서 했다"고 지적했다.

    "박성제 사장 때 임원들 가운데 대여섯 명이 박 사장의 입사동기 기자들이었고, 해고자 출신들이 앞다퉈 본부장을 했다"며 "공로상·우수상이란 명목으로 시도 때도 없이 포상이 이뤄졌고, 누구는 1천만 원을 받았네, 누구는 2천만 원을 받았네 하는 '돈잔치'가 이어졌다"고 개탄한 MBC노조는 "공산주의가 별거인가?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회사를 만들어 그들의 선전 선동을 뉴스로 둔갑시켜 틀어댄다면 매우 비슷한 광경이 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MBC노조는 "이제 그들의 잔치는 끝났다"며 "공영방송이란 이름으로 '언론자유'의 속임수 아래 광포하게 군림하던 그들의 '해방구'는 막을 내려야 한다"고 성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