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대 노총이 위탁운영하는 노동자복지관 2곳 조사"관행적 재계약, 사실상 '독점운영'… 질적 하락 우려돼""특정 단체 광고물 설치… 노동조합 건물 이미지로 고착화"
  • ▲ 서울 아현동 강북노동자복지관 전경. ⓒ서성진 기자
    ▲ 서울 아현동 강북노동자복지관 전경. ⓒ서성진 기자
    서울시가 수십 년째 양대 노총에 위탁해 운영해온 노동자복지관 2곳이 일반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원을 위해 편향적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19일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노동자복지관 민간위탁사업 운영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12월12일부터 지난 1월20일까지 서울시노동자복지관과 강북노동자복지관의 민간위탁사업 운영 전반을 살폈다.

    조사 중점 사안은 △민간 위탁 적정성 검토 및 재계약 추진 과정 등 적정 여부 △민간위탁금 등 예산 집행 적정 여부 △인사, 계약, 회계, 물품 등 복지관 운영 적정 여부 △수탁기관 관리 적정 여부 △건축·시설물 안전관리 실태 및 확인된 문제점 관련 사실 여부 파악 등이다.

    서울시노동자복지관은 1992년부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가 관리해온 곳이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2002년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가 맡으며 두 복지관은 각각 31년, 21년간 위탁운영됐다.

    서울시는 조사 보고서에서 "위탁사무는 공익적 목적을 지내고, 수혜 대상에 대해 편향적이지 않고 중립성을 띠어야 타당하다"며 "하지만 설립부터 현재까지 노동자복지관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근로자를 위한 복지시설로서 역할이 아닌 특정 노동조합단체의 사무실 및 지원시설로 상당부분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어 "복지관 외벽에는 '시'의 승인 없이 수탁기관인 특정 단체 서울지역본부의 옥외광고물(간판)을 설치해 일반근로자를 위한 이미지보다 노동조합 건물 이미지로 고착화돼 사실상 일반근로자의 이용과 접근 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는 특정 단체가 장기간 위탁을 맡으면서 독점과 다름 없는 형태로 운영된 점도 문제 삼았다. 

    "장기 독점이 가능한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수탁기관은 사업구조를 개선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 등의 유인이 적었다"고 평가한 서울시는 "민간이 효율적으로 복지관을 운영·관리하도록 주기적 평가와 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또 "수탁기관은 복지관 시설 운영, 복지 프로그램 제공, 예산 집행과 관리, 인사 채용, 물품 관리 등 위탁사무 전반에 걸쳐 책임성이 결여된 상태로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노동자복지관이 부실하게 운영되는데도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양대 노동조합과 민간 위탁 재계약을 추진해 질적 발전에 정체를 야기하고 다양화되는 노동복지 수요 충족과 취약계층 노동자 복지 강화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시 감사위원회(감사위)는 두 복지관의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수탁기관 산하 노동단체 등이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 사용 △입주 단체의 관리비를 부당 징수 후 부적절하게 운영 △노동자복지관 수탁사무 종사자 인사 채용 부적정 △근로계약서 지연 작성 등을 문제 삼았다. 

    감사위는 관계 기관으로부터 문제점과 관련해 의견을 듣고 법령과 규제에 따라 조치할 것을 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두 곳의 노동자복지관을 다른 민간단체에 개방하기로 하고 지난 7월 공개모집을 시행했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새로운 위탁기관이 선정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새 위탁계약이 시작되는 이달 24일까지 퇴거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노동자복지관은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 재위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