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정율성 관련 기사 612건‥ '비판'보다 칭송박민식 장관 언급 전까지 6.25 참전 전력 거의 안 다뤄
  • ▲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지난달 광주 남구에 조성된 정율성로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정율성 기념사업 찬반 논란이 이어진 지난달 광주 남구에 조성된 정율성로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2002년부터 최근까지 '공산당 찬양'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1914~1976) 관련 기사를 600여 건 쏟아내면서 "중국 최고의 음악가"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 "중국 한류의 원조" 등의 수식어로 고인을 한껏 추어올린 반면, 그가 6.25 때 북한 인민군과 함께 '남침'했다는 어두운 과거는 지난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적하기 전까지 거의 다루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율성을 미화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공정언론국민연대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연합뉴스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한 이홍렬 공언련 공정감시단장(전 YTN 상무)은 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율성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숱한 의문이 불거졌으나 연합뉴스는 객관적인 확인 취재 노력은 게을리한 채 파문 확산을 막으려는 듯 정치적 공방 위주로 보도해 '물타기 보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단적인 예로 지난달 25일 <정율성 엇갈린 평가…연일 기념사업 찬반 논쟁>이라는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광주 태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일운동가로 포장해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광주시당의 주장과 '정율성 선생이 다양한 항일 전선에 참여했다'는 광주시 구청장협의회 입장을 같은 비중으로 배치해 단순한 정치적 논란거리로 처리했다"며 "연합뉴스는 정율성의 6.25 남침 역할은 외면한 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무렵부터 300여 건의 홍보성 기사를 쏟아낸 반면 정율성의 '친공 행적'에 대한 비판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또한 연합뉴스는 2021년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한국어 뉴스 배포 서비스를 대행하는 계약을 맺은 뒤, 중국을 띄우고 이념 공작을 돕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며 "지난 4월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동맹을 헐뜯는 신화통신의 기사를 그대로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까지 '정율성 비판 기사' 5꼭지 불과

    연합뉴스는 2002년 7월 24일 <정병호 교수, 평생 모은 최승희 사진 기증>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보훈단체, 사흘째 광주서 항의 집회…"정율성 사업 중단">이라는 9월 1일 자 기사까지 '정율성'과 관련된 기사를 총 612건(사진·일정기사 포함) 작성했는데, 지난달 22일 정율성의 '친공 행적'이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혁명음악의 대부"라는 중국의 호평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데 치중했다.

    같은 통신사인 뉴시스(484건)나 조선일보(54건)·한겨레(76건) 등 여타 일간지와 비교해도 연합뉴스의 정율성 관련 기사는 유독 많았는데, 정율성의 과거를 냉철하게 평가한 기사는 보기 드물었고 <中, 해방군가 작곡가 정율성 생애 재조명> <한국인이 만든 인민해방군가 中열병식서 울려퍼지나> <상하이엑스포, 중국 한류 원조 재현> <광주가 낳은 위대한 음악가 정율성을 아십니까?> 등 정율성의 친중·친북 행적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기사들이 다수를 이뤘다.

    2002년 9월 9일 작성된 <中해방군가 조선족 작곡가 일대기 영화화>라는 기사에서는 "그(정율성)는 조국의 암담한 현실과 끌어오르는 애국주의적 열정을 참지 못하고 가족이 피살된 후 바로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 군에 입대했다"며 정율성이 '중국인민해방군'으로 전향한 것을 '애국주의적 열정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미화하는 대목이 나온다.

    2005년 8월 10일 "광복 60주년을 기념한다"며 조선족 원로 음악가 A씨를 인터뷰한 연합뉴스는 "조선해방을 목적으로 참가한 조선의용군이 후에 중국인민해방군으로 변하면서 그도 한국전쟁에 조선인민군으로 참전, 한국군과 총부리를 겨누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며 정율성 등 6.25 때 남침한 조선족 출신 중국인민해방군을 옹호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율성의 '친공·친북·남침' 행적을 비판하는 소리를 담은 연합뉴스 기사는 <KBS, '정율성 다큐' 논란 끝 편성 연기(종합)> <KBS, 이승만 이어 '정율성 다큐' 논란> <이승만·정율성 다큐 공정성 논란> <나경원 "김학의 특검·드루킹 재특검 맞바꾸자"…與 "어불성설"(종합)> <정율성 기념사업 협력 합의, 생가 논란 불씨는 여전> 등 5꼭지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