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제5기 방심위 회계검사 결과 발표"상임위원, 근태 불량에 김영란법 위반 발견"
  • ▲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방송 내용과 인터넷 상의 불법·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독립기구로, 예산 전액이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방송통신심의원회(방심위)가 '비위' 의혹에 휘말려 논란이 일고 있다.

    방심위의 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집행(김영란법 위반)하고,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해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하는 불성실한 근태를 반복해온 사실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회계검사 결과 드러난 것.

    정연주 방심위원장 등은 음식값과 영수증 내역을 세세히 확인하지 않은 점과, 일반적 기준에 못 미치는 출·퇴근 상황은 자신들의 불찰이라면서도 사실과 다른 지출결의서가 제출된 건 비서들이 1인당 집행 한도를 기계적으로 맞추다 보니 벌어진 실수라는 입장이다.

    비서들 "불러주는 대로 업추비 사용내역 작성"


    그러나 방통위에 따르면 정 위원장 등은 '비서들에게 모임에 참석한 인원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비서들은 '불러주는 대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작성했다'는 상반된 진술을 해 방통위의 의심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정 위원장의 경우 △공공기관 중 최고 수준인 2억원 상당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지각하거나 조기에 퇴근하는 근태를 반복하고 △업무추진비 초과 지출 의혹이 일자, 이를 비서들의 탓으로 돌리는 등 직원들에게 전혀 모범이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방심위 수장으로서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비평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상임운영위원장 최철호, 이하 '공언련')'는 11일 배포한 성명에서 "방통위 자체 감사에 따르면 정연주 위원장은 1년 중 78일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고, 무려 270일을 조기퇴근했다"며 "이를 합하면 무려 348일간 거의 매일 '밥 먹듯이' 근무시간을 무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공언련은 "이광복 부위원장은 297일을 9시 이후 출근하고 265일을 조기퇴근했고, 또 다른 상임위원은 무려 288일을 조기퇴근했다고 한다"며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위원장 이하 방심위 고위 공직자들이 이 따위로 공직을 수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결같이 정신 나간 공직자들"이라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부도덕한 행태는 또 있다"며 정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조작한 의혹을 거론한 공언련은 "정 위원장은 '본인은 몰랐고 아랫사람이 다 했다'고 변명했으나 군색하기 짝이 없다"며 "대한민국 공직자 대부분은 김영란법상 접대 한도 금액이 3만원 이내임을 잘 안다. 공직자로 취임하면, 기관 내 담당자가 업무추진비 사용지침과 함께 김영란법 내용을 명확히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대를 지불하면서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하나? 금액 초과에 대해 당연히 스스로 인지하고 관련 규정을 준수했어야 했다"고 정 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꼬집은 공언련은 "KBS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정 위원장이 함량미달임은 KBS 사장 재직 시 여실히 드러났다고 한다"며 "이번 방통위 자체 감사를 통해 정 위원장의 무능력과 부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의 주요 공직에 잇따라 임명될 수 있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방심위, '친민주당 방송' 감싸는 '봐주기 심의' 남발"

    공언련은 상임위원들의 근태 문제 외에도 "방심위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 우호적인 편파방송을 감싸는 '봐주기 심의'를 해왔다"고도 지적했다.

    공언련은 "국가기관 민원 처리가 통상 15일 이내임에도 불구하고, 60일 이내 처리한 방송심의 민원은 2018년 54.4%에서 2022~2023년 12.4%로 현저히 축소됐다"며 "반면 통신심의 민원은 2018년 60.2%에서 2022~2023년 87.2%로 대폭 증가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는 '통신 87.2%' 대 '방송 12.4%'로 경악할 수준 차이"라고 지적한 공언련은 "이쯤 되면 방심위가 지난 6년간 편파·왜곡·날조방송을 수시로 해댄 공영방송사를 상대로 사실상 노골적인 봐주기 심의를 해왔다고 지탄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심의 내용"이라며 "12.4%의 심의 결과는 대부분 '혐의 없음'이나 제재 효과가 없는 단순 '권고'에 그쳤다"고 짚은 공언련은 "공영방송사들이 극단적인 편파·왜곡·가짜뉴스를 남발할 수 있었던 데는 방심위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가능한 셈이었다"고 주장했다.

    공언련은 "이번 방통위 자체 감사는 정 위원장이 매년 국가 예산 340억을 사용하는 방심위를 총괄 관리할 자격이 없음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방심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촌각도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정부는 국가 업무를 해태하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공문서 조작에 관여한 정 위원장 이하 관련자 전원을 즉각 사퇴시켜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동아일보와 한겨레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정 위원장은 MBC 시청자위원(2001~2003년)을 거쳐 KBS 사장을 역임(2003~2008년)한 뒤 2021년 8월부터 제5기 방심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KBS 사장을 지내면서 두 차례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역임(2005~2006년, 2007~2008년)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와 리영희재단 이사를 맡기도 했다.

    한겨레 논설위원 재직 당시 "현역 3년 꼬박 때우면 빽 없는 어둠의 자식들, 면제자는 신의 아들" 등의 글로 외국 국적자의 병역면제를 비판했으나 자신의 두 아들도 미국 국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설에 올랐고, KBS 사장 시절 이른바 '송두율 찬양'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해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