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교사들 부업으로 킬러 문항 판매… 前 수능 출제위원이 킬러 문항 팔기도사교육으로 내모는 핵심 원인… "비싼 학원 못 다니는 흙수저는 울 수밖에"
  •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 있다.ⓒ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구가 적혀 있다.ⓒ연합뉴스
    교육부가 사교육 카르텔의 핵심으로 꼽히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올해 수능부터 배제하고 공교육 교육과정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일선 교사들이 대형학원에 킬러 문항을 만들어 팔고,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학원에 다니는 등 사교육의 폐해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한국경제는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교사인 A씨가 지난 5월 서울 대치동의 대형학원에 모의고사용 '킬러 문항' 3개를 약 100만원에 팔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대형학원에 문제를 판매하기 시작한 A씨는 매달 많게는 10개씩 문제를 팔고 있다. 월급이 300만원 안팎인 A씨는 "학교에서 받는 돈보다 킬러 문항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며 "나처럼 킬러 문항을 판매하는 교사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킬러 문항은 1개에 75만~200만원, 준킬러 문항은 10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학원의 수강료는 한 달에 200만∼300만원에 달한다.

    킬러 문항은 학교에서는 대비 자체가 어려워 사교육시장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다. 킬러 문항은 배점이 커 점수에 민감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낯선 문제에 대비하는 데 학원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비싼 학원에 다니지 않는 흙수저들은 아무리 혼자 노력해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 수능 출제를 담당했던 인사가 '수능 출제위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킬러 문항을 만들어 강남 대형학원 및 전국 입시학원에 판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통 수능 출제위원들은 강남 입시학원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강사 약력에 수능 출제진에 들어갔던 사실을 소개해 홍보하기도 한다. 이 같은 행위는 '출제 경력을 밝히지 않겠다'고 서약한 내용을 어긴 것으로, 수능 출제 경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렵다.

    교사가 내신 시험문제 출제를 앞두고 다른 과목 교사를 찾아가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국어 비문학 영역에서 과학·경제 개념이 포함된 문제가 킬러 문항으로 출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어 교사들이 출제를 앞두고 다른 과목 교사를 찾아가 설명을 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년차 교사 한모 씨는 "한 달에 걸쳐 대학 전공서적을 공부해 만든 문제를 학생들에게는 5분 안에 풀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현장에서는 수업시간이 '킬러 문항 풀이 시간'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적 반응까지 나온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은 제쳐두고 학원에서 나눠준 초고난도 문제집을 푸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을 1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올해는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 공교육 교육과정 위주로 수능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사교육 근절대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수능부터 킬러 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떻게 아이들한테 교육과정에서 전혀 다루지 않은 내용을, 교수도 못 풀 정도로 배배 꼬아서 이렇게 낸 문항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정말 공분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