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살 소식 접한 뒤 장관회의 때 일부는 北에 욕하기도""서훈, 해경 보도자료에 '가정불화' 등 반영 지시… 국방부 발표 문구도 직접 수정"
  •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피격 사건' 관련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서해 피격 사건' 관련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청와대 1차 안보관계장관회의 당시 참석자 중 일부는 고(故) 이대준 씨 피격·소각 사실을 접하고 (북한을 향해) 욕까지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을 지낸 A씨가 지난 19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해당 재판은 군사기밀정보 등의 유출 우려가 있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A씨는 이씨가 바다에서 실종된 초기 상황과 관련 "(청와대도) 해상 추락으로 알고 있었고, 월북 시도라고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이씨의 실종을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어 "실종 추정 시각에 조류가 남쪽으로 흘렀고, (이씨가) 대공 용의점이 없으며, 해상 추락으로 추정된다는 내용 등을 서훈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서 전 실장에게 실종자가 (북측에) '살려 달라'고 했다는 SI(특별취급첩보) 등도 보고했다"며 "보고 당시까지는 해상 추락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월북으로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청와대 1차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해 "서 전 실장 지시로 SI를 전부 출력해 참석자들에게 줬다"며 "불빛사진이 있는 PPT 자료 등을 통해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격되고 시신이 소각된 사실은 명백했다. 회의 참석자 중 일부는 피격 사실을 전제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SI상으로는 (이씨가) 살기 위해 북한군에 월북을 언급했을 수가 있어, 그것만으로 월북을 단정할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이씨 피격과 시신 소각 사실을 숨기려 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3일 오전 9시쯤 국가안보실 비서관회의를 열고 "남북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가 끝난 뒤에는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몰아가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오후 3시5분쯤 서 전 실장은 A씨를 통해 해경에 "보도자료에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 벗어놓고 실종'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 등을 담으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장성 진급 행사 참여로 2차 회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국방부에서 실종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혹시 모르니 해경도 실종 보도자료를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해경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해경 보도자료에 'CCTV 사각지대' '가정불화' 등을 반영하라는 서 전 실장 지시는 월북으로 몰아가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기밀에 부치기로 했던 이씨 피격, 시신 소각 내용이 그날 밤 언론에 보도되자 안보실은 국방부 등을 통해 이씨를 월북자로 단정지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24일 오전 8시쯤 열린 청와대 3차 안보관계장관회의 이후 이씨의 '자진월북'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A씨는 "국방부 발표 문구 등도 서 전 실장이 직접 수정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