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권공화국' 비판에… 檢 출신 김종민 변호사 "도다리 근처에도 못 가""검찰 조직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돼… 언론과 권력의 유착은 없었는가" 반박
  •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검찰의 특권과 검찰공화국을 지적하는 언론을 향해 한마디하겠다. 같은 논리라면 먼저 '언론특권공화국'부터 지적해야 하지 않는가. 일부 검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검찰 조직 전체를 매도하는 건 밤낮 일한 죄밖에 없는 검사로선 억울하다."(김종민 변호사)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물러난 것을 계기로 다수 언론은 '검찰공화국이 됐다'란 프레임으로 윤석열 정부를 공격한다. 검사집단이 경찰마저 장악하려 한 것부터가 특권의식의 발로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20년간 검사로 재직했던 김종민 변호사가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언론을 향해 정면으로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검사 생활을 "광어·도다리도 아닌 '잡어' 신세였다"고 비유하며 "언론이 검찰 조직 전체를 매도하기에 앞서 스스로부터 돌아보라"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 악의 축 ' 검찰 출신으로서 오늘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칼럼과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 칼럼을 읽고 소회를 남기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똈다. 

    그는 "오늘 조선과 동아는 대표 논객 칼럼을 통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사태를 계기로 기다렸다는 듯이 강도높게 윤석열 정권과 검찰을 비판했다"며 "동의하는 부분도 적지 않고 특히 윤석열 정권이 인재풀을 넓게 활용하지 못하고 대검 사무국장 출신 인사기획관을 비롯해 검찰 일색으로 인사라인이 구축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0% 공감한다"고 밝혔다.

    "광어·도다리 근처에도 못 가… '잡어' 신세로 밤낮 일한 죄밖에"

    김 변호사는 이 글과 함께 '다음 차례는 검사들의 국회 대거 진출일 것'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양상훈 주필)과 '검찰 특권공화국에서 독립운동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칼럼(김순덕 대기자)의 캡처본을 업로드했다.

    이 두 칼럼은 윤석열 정부에 검사 출신의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그러나 김순덕 대기자의 '검찰 특권공화국'은 나처럼 평생 광어, 도다리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잡어' 신세로 열심히 밤낮 일한 죄밖에 없는 검사들로서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일류국가를 만드는 데 벽돌 한장 얹겠다는 꿈을 안고 검찰에 들어와 20년간 일했고 공직자로서 몸가짐을 바로 하겠다는 일념으로 골프채 같은 것은 잡아볼 생각도 안 했고 술은 다행히 할 줄 몰라 이리저리 불편하게 엮일 일 없이 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장 승진과 상관없이 역할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직에서 계속 일하려 했지만 '잡어' 출신으로서의 태생적 한계와 능력 부족으로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고 고검 검사로 용도폐기하니 어쩔 수 없이 검찰을 떠나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조직 전체 매도는 동의 못 해… 언론특권공화국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 변호사는 두 칼럼이 검찰이라는 조직 전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두 칼럼은 검찰의 특권과 검찰공화국을 말했지만 일부 검사들의 문제일 수 있지만 '검찰' 조직 전체가 문제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언론과 빗대어 "조선과 동아 같은 거대 언론 권력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언론과 권력의 유착은 과연 없었는가"라며 "고위 언론인 출신으로 총리, 장관, 국회의원으로 많은 분들이 역할을 했고 윤석열 정부에도 몇몇 분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칼럼 같은 논리라면 언론인이 행정부 고위직이나 국회의원으로 다수 진출한 것을 '언론특권공화국'이라고 스스로 비판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검사 출신은 정부나 국회에 진출하면 안 되고 언론인 출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논리적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오래 실무를 한 공직 경험에 의하면 언론인 출신 장관 등 고위공직자는 과연 직무수행 능력이 충분한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큰 틀을 읽고 판단하는 역량은 발휘할 수 있겠지만 디테일한 실무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이나, 교수 출신 장관들을 높이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 차원에서 그동안 언론인들은 너무 과도한 대접을 받았고 권력을 누렸다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요직을 독식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언론도 언론으로서의 정도만 걸어야 하고, 결코 권력을 얻기 위한 징검다리로 언론인의 지위를 이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른바 '언론권력'을 겨냥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수원지방검찰청(1995~1998년), 인천지방검찰청(1998~1999년), 서울지방검찰청(2003~2004년), 대구지방검찰청(2004~2005년) 등을 거쳐 20년 동안 검사로 일했다. 2015년 검사를 그만두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칼럼을 두고 네티즌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검찰의 나라라고 프레임 씌우는 게 비겁한 변명은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검사 출신 대통령이니 당연히 그 주변 인물에 검사 출신이 많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검찰공화국 타령 지겹다"고 반박했다. 한 네티즌은 "사법고시로 검증된 검사들이 국회의원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