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대질조사서 김성태 격앙…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 소리 높여이화영 "쌍방울 대북송금 모른다"… 기존 주장 유지하며 혐의 부인김성태·안부수·방용철 "이화영이 먼저 대납 제안해 쌍방울이 냈다"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지난 15일 수원지검에서 진행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4자 대질조사'에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질조사 내내 1968년생인 김 전 회장은 1963년생인 이 전 부지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김 전 회장은 격앙된 반응과 함께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며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5일 오후 5시부터 9시30분까지 약 4시간30분 동안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검찰, 2019년 1월 중국 선양 출장 사진 보여 주며 추궁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물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 출장에서 쌍방울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이화영)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대해 모른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안 회장에 이어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등을 차례로 불러 압박한 것이다.

    대질조사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 방 부회장 등 3명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대신 냈다"고 같은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 우리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또 "나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70세다" "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설득하다가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정상윤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화영, 대질조사 이후에도 진술 거부… 조서 서명도 안 해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이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안 회장과 방 부회장도 나서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며 김 전 회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 지시해 대북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질조사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대질조사를 추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은 16일에도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부지사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대질신문도 다시 추진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