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019년 11월27일… "경기도대표단 초청해 달라" 이재명 지사 직인 찍어 北에 공문쌍방울, 2019년 11월27일~12월18일 쌍방울 임직원 수십 명 통해 중국으로 달러 밀반출
  •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월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정상윤 기자
    쌍방울 측의 '방북 비용 대납' 시점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직인이 찍힌 방북 요청 공문 일자와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은 경기도의 대북사업 추진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추진이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일련의 과정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9년 11월27일 당시 이 지사의 직인이 찍힌 '민족협력사업 협의와 우호 증진을 위한 경기도대표단 초청 요청' 공문을 시행했다. 

    해당 공문 끝부분에는 "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대표단의 초청을 정중히 요청하는 바이며,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귀 위원회의 헌신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문의 수신처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위원장, 결재선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전결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방북 비용을 대납하게 된 경위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7월 당시 김 전 회장은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에 참석해 조선아태위 이종혁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등을 만나 남북경제협력사업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려면 3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받고 '경기도 관계자'들과 비용을 상의했다.

    또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방북 비용 대납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한 칼라스홀딩스 법인에서도 자금을 만들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2019년 4월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 대납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만들 당시, 김 전 회장의 전 매제이자 금고지기로 불리던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이 관여했고, 이 돈을 마카오로 밀반출한 후 송 부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다.

    현재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의 공모 여부를 따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과 관련 비용을 상의 후 전달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대납 사실에 연관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北에 '800만 달러' 송금… '007 작전' 버금가

    김 전 회장이 북한에 800만 달러(약 100억원) 이상을 송금하는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공소장을 보면 쌍방울은 2019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조선아태위의 송 부실장 등에게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이 대납했다는 300만 달러는 2019년 11월27일부터 12월18일까지 약 3주에 걸쳐 쌍방울그룹 임직원 수십 명을 통해 중국 선양으로 밀반출됐다. 

    이들은 개개인이 받은 달러를 화장품 케이스나 책 사이에 숨겨 출국한 뒤, 선양공항 화장실에서 대기 중이던 방용철 그룹 부회장이나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알루미늄 재질로 된 즉석 카레 포장지에 달러를 밀봉해 세관 검사를 피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는 경기도가 북측에 '방북 초청 요청' 공문을 보낸 시점과 일치한다. 경기도지사 직인이 찍힌 이 공문은 "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대표단의 초청을 정중히 요청"이라고 적혀 있는데, 2019년 11월27일 시행됐다. 이화영 당시 부지사 전결로 처리됐다.

    한편, 검찰은 지난 11일 해위도피 8개월여 만에 태국에서 귀국한 김 본부장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2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오랜 해외도피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다 최근 김 전 회장이 "국내로 돌아와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지시하자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