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2016년, 나노스 인수… 2017년 2월 100원→ 연말 2300원 '주가 22배 폭등'김행 "北 광물 개발, 사업 호재 띄워 주가조작… 한때 시총 5조, 코스닥 2위"北 리호남 "상장 또는 상장 준비회사 통해 투자… 이익 배분하는 게 좋다" 요구이스타항공 인수전도, 쌍용차 인수전도 쌍방울 참여… 그때마다 주가 급등락쌍방울, 북한에 총 850만 달러 전달… 그 중 300만 달러는 "이재명 방북 비용"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압송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쌍방울이 북한에 보낼 불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가 중심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2년 코스닥에 상장된 나노스는 휴대전화 카메라 모듈 부품인 광학필터와 홀센서 등을 주로 생산해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시작도 삼성의 한 부서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기대와 달리 실적은 좋지 못해 적자를 내던 나노스는 2016년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내리막길을 걷던 나노스는 쌍방울을 만나면서 사세가 역전된다. 광림과 쌍방울은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나노스의 새 주인이 됐다. 쌍방울은 2017년 2월 나노스 주식을 주당 100원씩 총 200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는데, 이 전환사채 평가액은 그 해 연말 기준 2325억원으로 22배나 뛴 것으로 조사됐다.

    쌍방울은 다 쓰러져가던 나노스를 인수한 것도 모자라, 불확실성이 가득한 기업에 200억원을 투자해 1년도 되지 않아 4450억원을 벌어 들인 것이다. 투자인지, 투기인지 모를 상황에서 그야말로 '횡재'였다.

    김행 "나노스 비정상적 주가 폭등, 대북송금 목적"

    쌍방울에 인수된 나노스의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김행 비대위원에 따르면, 나노스는 2018년 5월14일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해 코스닥 시총 3위에 올랐다. 이는 나노스의 기업가치보다 무려 47배나 많은 수준이다. 

    그 해 7월에는 시총 5조3501억을 기록해 코스닥 시장에서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기업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김 비대위원은 나노스의 비정상적인 주가 폭등과 관련 '대북송금이라는 목적을 위한 주가조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지난 2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와 비비안 등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들이 칡넝쿨처럼 엉켜 있다. 이들이 쌍방울 계열사에 들어올 때마다 공시를 띄우고, 계열사는 '이재명주'라고 해서 주가가 폭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쌍방울 대주주는 대북사업과 장밋빛 뉴스로 주가를 띄우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주가조작을 했는데, 이 때마다 이용된 뉴스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대북사업, 나승철 변호사의 나노스 사외이사 영입 등이 호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김성태가 北 접촉 때마다 쌍방울 주가 급등

    김 비대위원은 그 근거로 "2019년 5월21일 당시 944원이던 쌍방울 주식은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함께 북한연합회 관계자를 접촉하고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특구의 광물자원 공동개발 추진 약정서를 쓰면서 다음날 1225원으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가조작 움직임은 '북한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쌍방울은 2018년 12월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광물자원 개발의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호남은 남측 인사에게 "상장회사 또는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를 통해 북측 사업에 투자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사업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대화에서 나오는 회사가 바로 '나노스', 이익은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의미한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다.

    이스타항공·쌍용차 인수전 뛰어든 쌍방울, 주가조작 시도했나

    이외에도 쌍방울은 이스타항공과 쌍용자동차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에도 비정상적인 주가 변동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쌍방울은 파산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쌍방울은 120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인수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당시 인수전 참가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쌍방울 주가가 등락했고,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들이 수십억원의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쌍방울은 지난해 4월 쌍용자동차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쌍방울이 2021년 6월에 이스타항공 인수합병한다고 언론에 슬쩍 흘려 놓으니 2021년 6월8일 698원 하던 주가가 일주일 만에 1390원, 2배가 됐다"며 "2022년 4월에 또 쌍방울이 쌍용자동차 인수한다고 슬쩍 흘려 놓으니 2022년 3월30일에 629원 하던 주가가 일주일도 안 지나 2배가 또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 기간에 또 쌍방울 계열사 주식을 매도했다. 일주일 만에 주가를 2배로 만드는데 그게 주가조작이 아니고서야 가능하느냐. 금감원이 파악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의도대로 흘러간 주가조작 움직임… 이익은 북한으로

    쌍방울의 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8억원을 우회 후원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북행사에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한 쌍방울은 북한과의 사업 물꼬를 트기 위해 '밑작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전 쌍방울 회장은 북한 광물자원 개발 사업권을 독점하기 위해 2018년 12월~2019년 1월 직접 방북을 시도했으나 통일부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한다.

    그러자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통한 대북송금으로 방향을 바꿔,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비용을 대납하는 조건으로 총 500만 달러를 북측에 제공했다. 또 2019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항공편으로 총 300만 달러를 중국 선양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 밀반출한 돈이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다. 

    김 전 회장은 달러 밀반출 전인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한의 대남공작기관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대선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고, 리호남이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3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