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경쟁자였던 임동호 측근 주모씨, 12일 한병도 전 靑수석 재판 증인 출석"'임종석이 공공기관 자리 마련했다며 출마 접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들었다"한병도 변호인 "이 중요한 얘기를 왜 이제서 하나" 묻자, 증인 "검찰이 안 물어봐서"
  •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5월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당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송철호 당시 후보의 경쟁자를 불러 '공공기관장 자리를 만들어놨으니 출마를 접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재판 증언이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이 나오자, 피고인인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측과 검찰 측은 모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에서는 한 전 정무수석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이 열렸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송 후보의 경쟁자로, 앞선 공판에선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경선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던 중 한 전 수석으로부터 "오사카 총영사는 안 되는데 A급 공기업 사장 자리는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12일 공판에는 이 증언을 뒷받침해줄 증인으로 사건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 울주군지역위원장이자 임 전 위원의 최측근인 주모 씨가 출석했다.

    당시 민주당 지역위원장 주모씨 증인 출석해 "임종석" 거론

    주씨는 공판에서 "임 전 위원이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인 2018년 2월12일 울산시당 상무위원회 도중 한 전 수석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봤으며, 통화가 스피커폰을 켜둔 상태에서 이뤄져 일부 대화를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주씨는 "한 전 수석이 '잘 생각해 봐라, 굳이 어려운데 출마하려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2~3명이 울산시당 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이 통화를 함께 들었다고 했다. 임 전 위원이 회의 도중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전화 좀 받을게요"라고 하며 회의실에서 위원장실로 갔고, 주씨 등은 궁금해서 임 전 위원을 따라갔다고 한다.

    주씨는 "발신인이 '한병도'로 저장돼 있었다"고도 말했다. 주씨는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기억하지만, 직접 '자리'라는 말은 못 들었다고 했다.

    "임동호가 회의에 다녀오더니 임종석이 불출마 권했다고 하더라"

    특히 주씨는 그동안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한번도 나오지 않은 증언을 이날 공판에서 내놨다. 주씨는 "임 전 위원이 한 전 수석과의 통화에 앞서, 당정청 회의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임 전 위원이 그 회의에 다녀온 뒤 울산의 한 호프집에서 지인 5~6명과 만나 "정회(停會) 시간에 임 전 실장이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임종석이) 자리가 다 얘기 됐으니 출마를 접어주면 좋겠다더라. 한병도가 전화할 거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주씨는 "임 전 위원이 당시 회의를 마치고 김영배 의원(당시 성북구청장)을 만났다"며 "임 전 실장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건 VIP의 뜻이다. 따르면 된다는 김 의원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는 증언도 남겼다. 주씨는 "한 전 수석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공판에서 말했다.

    "임종석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VIP 뜻이다"

    주씨의 증언은 법정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한 전 수석 측은 "지금 이야기는 임 전 최고위원과 주씨의 검찰 조사에서도, 5일 공판 임 전 최고위원의 증언에서도 한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라며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다. 

    검찰 역시 재판 말미에 "임 전 최고위원이 당정청 회의 때 임 전 실장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진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주씨의 증언에 대해 "이처럼 중요한 이야기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왜 얘기하지 않았냐"고 했다. 주씨는 "검찰 조사에선 묻는 것만 대답했다. 검찰이 안 물어봤다"고만 답했다.

    "임종석이 불러서 가보니, 이미 송철호로 다 결정됐더더라"

    주씨는 휴정시간에 조선닷컴 기자와 만나 "한병도는 임동호에게 공공기관장직을 제안한 게 친구로서의 배려라고 주장해 오고 있고, 임동호도 이와 비슷하게 결을 맞춰줬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종석이 임동호에게 '자리를 줄 테니 출마를 접으라'며 '한병도에게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한 뒤 한병도가 임동호에게 전활 걸어 직을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동호가 당정청 회의를 마치고 울산으로 내려와 킨타쿤테라는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임종석, 김영배와 나눈 이야기를 나와 지인 5~6명에게 해줬다"며 "그날 임동호는 '임종석이 정회 때 불러서 가 보니까, 이미 (송철호로) 다 결정 됐다. 얘기 다 끝났다. 결론 다 나 있으니까 그걸 따라라. 자리 하나 받고 출마 접어라. 송철호 혼자 내보내라. 넌 출마하겠다고 고집 부리지 말고 자리 하나 준다고 할 때 가라. 한병도가 연락할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동호는 임종석이 말한 '얘기 다 끝났다'는 걸 임종석과 문재인이 울산시장 후보로 송철호를 단수공천할 거란 뜻으로 받아들였다. 임동호가 임종석한테 그 얘기 듣자마자 바로 친한 김영배를 찾아갔는데, 김영배가 '그거 VIP 뜻이다. 동호야. 그 말 들어라. 안 그러면 네가 죽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영배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방선거가 끝난 뒤 청와대에 들어가 민정비서관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한 전 수석과 임 전 위원은 공공기관장직 얘기가 오간 건 '친구의 대화'였을 뿐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주씨는 "친구니까 감싸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얼마 전 통화할 땐 심경의 변화가 있는 것 같더라. 나더러 증인으로 나가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 "문제의 당정청 회의가 언제 있었는지 자료 제출해 달라" 

    그러면서 "한병도가 재판에서 '임동호는 자리를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던 사람'이라는 취지의 증거를 내놨는데, 그게 김영배가 써준 사실확인서였다. 임동호는 친구인 한병도를 보호하려고 이제껏 있었던 사실을 대충 대답해 왔는데, 한병도와 김영배는 임동호를 '자리 구걸하는 사람'으로 만든 뒤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임동호도 사실확인서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반응했다. 김영배에게 '이게 뭐냐'고 묻자 김영배는 '난 모르는데?'라고만 했다더라"고 했다.

    주씨는 "임동호가 공부는 많이 했지만 약삭빠르지 않다. 노무현 좋아해서 그렇게 사는 게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옆에서 보기 답답하다"며 "친구를 위해 한 증언이 임동호를 '자리 구걸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있다. 그런데 정작 친구라고 생각하는 김영배는 지난 5일 있었던 증인 출석에 앞서 임동호에게 전화해 '적당히 자르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그런데도 친구라고 하는 걸 보면 바보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2017년 10월13일 당정청 회의에 대해 증언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0월 13일'은 한 전 수석 변호인 측이 제시한 시점"이라며 "주씨 증언 취지를 보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전 최고위원을 다시 부른다고 언제 당정청 회의인지 기억하겠느냐"며 "그보다는 당시 당정청 회의가 언제, 몇 번 열렸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