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뉴스데스크, '재난방송'하면서도 편파적""박원순 '방재 소홀'은 패스…오세훈 책임론만 부각"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9일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9일 "비 피해가 커지면서 서울시는 대체 뭐하고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수해방지와 물관리를 위한 올해 서울시 예산이 작년보다 900억원 가까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MBC가 수도권 폭우에 대한 '재난방송'을 하는 와중에도 전임 서울시장의 '실정'은 덮고, 현 서울시장의 '책임론'만 부각하는 편파보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MBC 노동조합(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8일 '호우 특보'를 부실하게 전했다는 비판을 받은 MBC가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튿날 뉴스데스크에선 무려 38개의 리포트로 수도권 수해 소식을 전했다"며 "그런데 MBC는 재난방송을 하면서도 적나라한 정치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뉴스데스크가 '또 강남 물바다, 왜?'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서울시는 2015년 종합 배수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예산과 설계 문제가 반복되면서 하수관로 정비는 2024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입니다"라고 전한 대목을 소개한 MBC노조는 "뉴스데스크는 해당 리포트 문장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터뷰를 끼워 넣었다"며 "누가 봐도 오 시장 때문에 사업이 지연됐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3년 안에 완공하겠다던 계획이 무려 6년이나 늦어졌고, 사업추진 기간 7년 중 6년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임기간이었다"고 짚은 MBC노조는 "그런데도 담당 기자는 박원순 전 시장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수해방지 예산 896억원 깎여'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더했다"며 "앵커멘트 배경화면에 커다랗게 오세훈 시장의 사진을 붙인 이 리포트에서 성장경 앵커는 '서울시는 대체 뭐하고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고, 담당 기자는 오 시장이 수해 현장에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장면을 길게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수해 원인이 아니라 생수 전기 등 긴급구호에 대해 요청이 대부분이었다"며 해당 리포트의 제목과 구성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MBC노조는 비판했다.

    MBC노조는 "또한 이 리포트에서 담당 기자는 '올해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작년보다 896억원이나 줄어 논란'이라고 강조했다"며 "원래 얼마에서 얼마가 됐고, 왜 줄였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2020년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는 4202억원이었다"고 짚은 MBC노조는 "서울시는 배수 개선 사업이 마무리 단계라 공사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게 잘못인가?"라고 되물었다.

    MBC노조는 "이 리포트에는 수해 원인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사실 하나가 빠졌다"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당시 오세훈 시장이 거대한 지하 물탱크와 같은 '대심도 배수터널' 건설을 제안했는데, 박원순 전 시장 때 예산이 대폭 삭감돼 7개 터널 가운데 6곳이 건설되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시간대 SBS '8뉴스'와 KBS '뉴스9'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했다고 밝힌 MBC노조는 "뉴스데스크에만 '대심도 배수터널'도 '박원순 전 시장'도 나오지 않았다"며 "담당 기자와 박성호 뉴스룸국장은 정말 서울시 예산에 896억원이 더 있었으면 수해가 나지 않았다고 믿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번 MBC의 서울 폭우 보도는 지난해 폭설 보도 때를 상기시킨다"고 밝힌 MBC노조는 "지난해 1월 6일 서울에 폭설이 내려 최악의 퇴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을 때 서울시는 대설 예비특보와 오후 7시 대설주의보마저 무시하다 뒤늦게 제설차를 내보냈고, 안전문자는 상황이 악화된 다음에 발송했다"며 "이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개사과를 해야 했다"고 되짚었다.

    "그런데도 당시 MBC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당시 '우파인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를 이끄는 기간에 재난이 발생하면 현 MBC 보도국 간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성명을 냈는데, 지금 그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