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검수완박 총력 저지→박병석 중재안 수용→합의 번복국민의힘, 민형배 위장탈당쇼 묻어주고 양향자 '폭로'도 무색케 해 당 내부에서도 쓴소리 이어져… "일이 안 되려니 총체적 난국"법조계 "저항의 끝이 민주당 날치기였어도 이기는 시합이었는데"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본회의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선 승기'가 채 가시기도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싸움에서 완패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실토했듯 "판단 미스"였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원안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덜컥 수용한 뒤 "정치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합의 번복 및 재협상 요구에 나섰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6대 중대범죄(부정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분야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남은 두 분야의 검찰 수사권도 중대범죄수사청이 발족하면 영구히 삭제되기 때문에 결국 유예기간만 뒀을 뿐 민주당의 원안대로 '검수완박'이 실현되는 것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이 합의문에 서명한 권 원내대표는 비판여론의 심각성을 간과한 듯 처음에는 "검수완박 원안에 맞서 강경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과거 그랬듯이 아무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180여 석의 민주당에 맞서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과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날 선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국민의힘이 합의 하루 전까지도 검수완박을 총력저지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던 만큼, 일선 검사들은 물론 국민여론은 중재안 '전면거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당선인과 '충분하고도 자세한 사전 교감' 없이 독단으로 중재안 수용을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권(권 원내대표)은 권대로 윤(윤 당선인)이 알아들었겠지, 윤은 윤대로 권이 알아서 하겠지, 의원들은 그들대로 권 원내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니까 수렴된 것이겠지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일이 안 되려니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개탄했다.

    권 원내대표는 주말 사이 국민적 반발이 겉잡을 수 없이 거세진 것을 인지하고 나서야 합의 사흘 만에 민주당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에 일시적으로 남기기로 했던 부패·경제범죄에 공직자·선거범죄를 추가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의 재협상안 역시 '박병석 중재안'에 기초한 것이어서 결국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과 다를 바 없는 결론으로 귀결된다는 평가가 따른다. 나아가 국민의힘의 뒤늦은 재논의 요구는 결국 '합의 번복·파기'로 비칠 뿐,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에 명분만 제공해준 꼴이 됐다.

    국민의힘이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연좌농성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동원해도 "국민의힘도 결국 한 패"라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정의당도 여야 합의 후에는 민주당 편으로 돌아섰다. 국민의힘은 결국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쳐버린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대표는 27일 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이 중재한 협의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며 "그런데 이제는 국민의힘이 어쨌든 합의안을 파기했고 정의당 입장이 4월 처리 입장인 만큼 필요하다면 이제는 필리버스터 중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또한 민주당에서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소신발언을 한 '민주당 내 민주당' 인사들과의 협치 활로도 스스로 끊어낸 꼴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 어렵게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낸 이상민·박용진·조응천·이소영·김병욱 의원과 민주당과의 투쟁에서 새 국면을 열어젖힌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폭로'도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어정쩡한 합의 번복으로 국민을 경악케 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쇼'를 자진해서 묻어준 것은 덤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끝까지 저항하다 날치기를 당하더라도 이기는 시합이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