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투표지를 쓰레기봉투에… 후진국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헌법 유린" 6~7일 시민단체 3곳 고발… 선거법·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수사는 대선 뒤에
  • ▲ 지난 4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 투표소의 모습. ⓒ강민석 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 투표소의 모습. ⓒ강민석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노정희 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고발장이 검찰에 빗발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오전 노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3곳, 검찰에 노정희 등 선관위 관계자 고발

    법세련은 "유권자가 행사한 소중한 투표지를 입구가 훤히 열린 종이박스·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허술하게 이리저리 이동시킨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 부실이자 헌법 유린"이라며 "이런 위법한 절차를 결정한 노 위원장 등을 수사해 달라"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회원들도 노 위원장을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전날에는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으로 노 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대검 등에 접수된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에 배당될 전망이다. 해당 부서가 선거·정치범죄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수사는 이르면 대선 직후, 늦어도 다음달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7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 "위원장 및 위원 모두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표된 투표용지를 쇼핑백·바구니에 보관

    시민단체들의 고발 폭주 사태는 지난 5일 진행된 코로나19 확진자 및 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출발했다.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운영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항의와 불만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이날 진행된 확진자 사전투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아 별도 장소에서 투표한 뒤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기표된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보관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또 선거사무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 처리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선거의 4대 원칙 중 '비밀투표'와 '직접투표'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뿐 아니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특정 대선후보의 이름에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는 일도 생겼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유권자 3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아 큰 소란이 벌어지며 투표가 잠시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부산 연제구에서도 유권자 6명이 새 투표용지가 아닌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에게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받는 등의 소란이 일었다.

    6일 밤 보도자료 내고 실수 인정한 선관위

    선관위는 6일 밤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혼란과 불편드려 거듭 죄송'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제기된 논란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선관위는 "사전에 임시 기표소 투표 방법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선거인(투표하러 온 유권자)이 항의 또는 투표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며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지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종이가방 등 통일되지 않은 방법으로 투표소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확진 선거인에게 교부한 임시 기표소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들어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스스로 밝힌 실수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투표용지 뒷면에 투표자의 성명을 기재한 경우도 있었고, 협소한 장소를 투표소로 설정해 확진 투표자와 비확진 투표자의 동선이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