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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염돈재 '노무현 국정원' 1차장 "정상적 임무를 불법행위로 처벌… 수감된 요원들 명예 찾아달라"

"정상적 임무수행을 불법행위로 처벌… 국정원 현실에 눈감은 판결"국정원 전직 요원들 1527명 '국정원장 등 사면·복권을 위한 전직 직원 모임' 결성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등 40여명 전직 간부 명예회복 운동"평생 국가에 헌신한 동료들 부당한 처벌… 분통이 터진다, 명예 되찾게 해달라"

입력 2022-01-03 15:43 | 수정 2022-01-03 16:33

▲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가정보원에서 일하다 퇴직한 전직 정보요원들이 '국정원장 등 사면·복권을 위한 국가정보원 전직 직원 모임'(전직 모임)을 꾸리고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과 40여명의 국정원 전직 간부에 대한 명예회복 운동에 나섰다. 현재 국정원 퇴직자들은 대략 6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전직 모임'에 참여한 인원 수는 12월 30일까지 1527명에 달한다. 퇴직자 중 상당수가 고령자인 것을 감안하면, 연락이 가능한 전직자들의 절반 이상은 모였다는 게 이 모임 측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본지는 '전직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을 만나 모임의 취지와 앞으로 활동계획 등을 물었다. 염 전 원장은 지난 1968년 정보부 공채시험에 합격한 뒤 주로 해외분야에서 근무했다. 노태우 대통령 때는 청와대 북방정책 담당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한·소간 국교가 없던 시절인 1990년 6월, 막후교섭을 통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한·소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03~2004년에는 국정원 제1차장을 지냈다. 총 30년간 국정원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염 전 원장은 국정원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염 전 원장은 "법원의 유죄 판결로 정보기관이 불법자금을 대통령에게 갖다바쳤다는 식으로 세계에 알려진 꼴이 됐으며, 정상적인 정보활동을 법원이 무리하게 판단해 처벌하는 바람에 국정원 전현직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요원들이 명예를 빼앗기고 퇴직 후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일갈했다.

▲ 염돈재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먼저 '전직 모임'을 결성한 배경부터 말해달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40여명의 국정원 간부들이 적폐청산 대상이 돼서 억울하게 영어의 몸이 됐다. 작년(2021년) 7월에는 남재준·이병기·이병호 3명의 전임 원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남 원장에겐 1년 6개월, 이병기·이병호 원장은 각각 3년,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작년 11월에는 원세훈 전 원장이 징역 9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원 전 원장은 다른 죄목으로도 형을 받아 수감기간이 총 14년이나 된다. 또 이분들 외에도 40여명의 국정원 간부들이 정당한 활동을 형벌로 돌려받아 구속됐다. 국정원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그리고 이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나서게 된 것이다. 전직들이 단기간에 뜻을 모아서 집단행동에 들어갈 수 있던 것은 이 분 원장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 1527명이 모였다는데 모임의 규모를 자평해본다면?
"올해 9월 구명운동을 위한 발기위원 모집에 들어가서 이틀만에 발기인 264명이 모였다. 12월 되니까 연말 정부 특사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12월 16일 전직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했는데, 5일만에 1527명이 모인 것이다. 국정원 퇴직자들이 대략 6000명 정도로 생각되는데, 이분들 중 상당수는 연세가 아주 많다. 1500명이 넘은 것은 연락이 되는 사람 절반은 모인 것으로 판단한다."

- 전임 원장 등을 처벌한 법원 판결에 대해 호소하고 싶은 것은 뭔가. 
"주로 국고손실죄라는 죄목으로 처벌을 내렸는데, 납득할 수 없다. 국고손실죄, 이것은 회계 관계 직원에게만 적용되는 범죄로, 법률용어로 신분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의 임명권자이지 회계직원이 아니지 않은가. 회계직원은 의무적으로 재정보증에 가입해야 하는데 원장은 가입할 의무가 없다. 이때까지 중앙부처의 장을 회계관계 직원으로 적용한 판례가 단 한건도 없다. 또 한 가지, 국고손실죄가 되려면 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국정원장들은 그런 인식이 전혀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이라 범법행위라던가 국고손실이란 인식이 없었단 얘기다. 예산전용 또한 각 부처에서 흔히 이뤄지고 그게 범죄로 단죄 받은 적 없다. 2015년에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각급 법원장 격려금으로 사용했는데 처벌받지 않았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특별활동비를 검사들에게 현찰로 격려금으로 준 사건, 그것도 문제없이 끝났다."

- 특활비의 용도를 문제삼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인가.
"특활비 또는 정보비란 것은 지출을 감춰야 할 때도 있고, 영수증 없이 처리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때 원장을 지낸 이종찬 원장은 공식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도 국정원 예산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이병기·이병호 원장은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현 원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대법원 판결은 정부기관에서 흔히 이뤄지는 예산전용을 중형에 처한 것인데, 그 첫 사례가 국정원이 됐다. 잘못된 판결이다. 이것은 적폐청산을 합리화하고 국정원을 무력화하기 위한 억지춘향식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법이 아무리 엄하더라도 관용이란 게 있는데, 국가에 큰 공헌을 한 이분들에 대해선 정상참작조차 안 됐다."

- 댓글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국정원 원장과 간부들에 대한 처벌은 북한의 승리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의 사이버심리전 요원이 1000명 되는데, 미군 여중생 사망 사건·광우병·세월호 사건 때 큰 재미를 봤다. 국정원은 이같은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한 방어심리전을 하고 그중 하나가 댓글 작업인데, 이걸 정치개입이라고 판단해 버린 것이다. 또한 70만개 댓글 중 정치개입이라고 판단된 댓글은 2000여건, 0.0045%에 그쳤다. 적국인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욕하는 댓글을 달면, 그렇지 않다고 우리 대통령을 옹호하는 댓글을 다는 게 정치개입인가. 이 댓글사건에 국정원 원장 4명과 고위간부 40명을 구속해 국정원을 초토화시켰으니, 북한 입장에선 대성공인 셈이다. 결국 우리 법원이 북한의 70년 숙원사업을 성사시킨 셈이다."

- 처벌이 부당한 이유에 대해 부연해본다면?
"원장들 외에 형을 치른 국정원 간부가 40여명 된다. 원세훈 원장과 공범이라고 해서 유모 심리전 단장에게 실형을 줬는데, 정치개입이라고 판단된 댓글은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게 이유였다. 김모 국장은 반국가단체 간부에 대한 정보수집을 했다고 7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어떤 국장은 아직 수감 중인데, 전직 대통령 비자금이 미국에 있는데 11억달러가 넘고 그중 일부가 북한에 넘어간다는 첩보가 있어 그 송금설을 확인하려 하다가 2년형을 받았다. 그때 그 사안은 FBI도 내사하고 있었다. 불법자금이 북한에 이동하려 한다는 징후를 들여다보는 정보활동은 당연히 국정원이 해야 하는데 그걸 불법사찰이라고 한 것이다. 이러면 정보기관이 무슨 일을 하라는 건가. 정보요원들을 복지부동 무사안일로 만들 셈인가. 정보활동 중엔 심지어 '암살' 같은 일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활동을 '더러운 일'(Dirty Work)이라고 부른다. 그런 일을 하려면 자부심과 긍지는 기본이고, 마음대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멀쩡한 임무수행을 불법이라고 처벌한다면,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은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가. 사기가 저하돼서 일을 할 수가 없다."

- 검찰과 법원이 국정원의 현실에 눈감았다고 보나.
"앞서 말했듯 정보기관 활동 중에는 암살, 비밀공작은 물론 외국 선거에 개입하는 일도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한 것은 네이비실(미해군 특수부대)이 했지만 지휘한 것은 CIA다. CIA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더러운 일'을 하려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게 무엇보다 먼저다. 그런 게 없으면 유능한 사람들이 조직에 지원을 하겠나. 정보활동은 열 개 한다면 한두 개 성공한다. 위험한 일이고. 정보활동 자체가 비합법적인 일인데, 합법적으로 일 안했다고 감옥에 넣어버리면 뭘 하란 얘긴가. 특히 우리나라는 대북 대치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원장한테까지 죄를 물으면 직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 지난 30일 청와대 앞에서 석방촉구 기자회견을 하는데 전직 간부들 60여명이 모였다. 모두들 갑갑하고 분통이 터지니 그렇게 나온 것이다."

- 간부들이 문대통령의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평가해본다면? 
"12월 24일에 사면 발표가 있었는데, 국정원 직원은 한 사람도 대상이 못 됐다. 뇌물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나 내란선동죄 이석기 씨는 풀어주면서 정당한 임무수행을 하던 사람에겐  관용이 없는 것이다. 특히 이석기 씨를 가석방해줬는데, 이건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우리 요원들보다 종북세력을 더 중하게 대한다는 뜻 아니고 뭔가. 우리 전직 간부들은 30년 넘게 일했는데 처벌받는 바람에 연금이 절반 가까이 날아갔다. 자식들은 아직 커나가는데 한달에 160만원 연금 받아서 생활이 되나. 몇몇 사람들은 택배기사 일을 하면서 버틴다. 또 어떤 사람은 부인이 옥바라지를 하다 암에 걸리기도 했다. 이런 후배들을 보면 분한 마음이 치밀어 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 양지회 차원의 대응은 없나?
"양지회는 전직 직원들 복지와 친목 도모를 위주로 활동하는 단체인데, 양지회가 특정 정부가 하는 일을 문제삼고, 정치적 함축성이 있는 일을 자꾸 하는 것은 모임 성격상 적절치 않다고 본다. 작년에 국정원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양지회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직 모임이 결성돼 반대활동을 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덧붙이고 싶은 말씀.
"전직들 1500명 서명 명부를 가지고 있다가 청와대에 청원 제출하고, 법원 판결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기회를 봐 외신과도 접촉해볼 생각이다. 특히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데, 억울하게 감옥에 가고 처벌받은 전직 국정원 원장들과 간부들이 하루빨리 사면복권돼 명예를 회복해야 이 나라가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국정원을 이렇게 흔들면 국가 안보와 국가이익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 '국정원장·간부 사면·복권을 위한 국정원 전직 직원모임'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감 중인 전직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을 사면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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