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이나 정부 상황, 웃을 일 아냐”… 코미디언 출신 젤렌스키 대통령 인사 비판과거 소속사 시나리오 작가를 국가안보보좌관에, 소속사 PD를 국가정보국장에 임명전 하원의장 “희극을 만들겠다며 코미디언들이 정권을 잡았는데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 ▲ 지난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소재 나토본부에서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거듭된 나토 가입 좌절 때문인지 그의 얼굴빛이 어둡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소재 나토본부에서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거듭된 나토 가입 좌절 때문인지 그의 얼굴빛이 어둡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와 남부 일대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러시아군 1만여 명이 철수했지만 긴장이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우크라이나 안보가 취약해진 원인 중 하나로 현 정권의 인사정책을 지적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부 국경 병력 1만여 명 철수…아직 10만 명 남아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지난 25일(이하 현시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국경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 1만여 명이 한 달 간의 훈련을 끝내고 철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 성명을 인용해 “철수한 병력은 로스토프·크림반도 등에서 진행했던 훈련을 마치고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 1만여 명이 철수했지만 우크라이나 서부와 남부 국경 일대에는 아직도 수만 명의 러시아 병력이 주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9만3000여 명이던 국경 일대 러시아군 병력은 12월 하순 기준 10만4000명으로 늘었다.

    이를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려 한다며 규탄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나토가 지금처럼 군사적 긴장을 계속 고조시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내년 1월12일 러시아-나토위원회 회의 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는 외신들의 전망이 나온다.

    NYT “우크라이나 대통령, 국가안보 책임자에 같은 소속사 출신 코미디 영화감독 앉혀”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우크라이나 안보위기의 근본 원인이 현 정권의 인사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유명 배우였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치경험이 없고 신선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집권 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주요 직책에 자신의 연예계 지인과 가족들을 임명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의 탐사보도매체 ‘비후스’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예계 지인이나 그의 가족을 앉힌 직책은 30여 개에 달한다”며 “그 중에는 국방정보국의 러시아 동향분석 책임자도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연예인 시절 소속사인 ‘크바르탈95’ 스튜디오 소속 지인들을 주요 직책에 임명했다. 대표적 인물이 국가정보국장인 이반 바카노프와 셰르히 셰피르 대통령수석보좌관,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비서실장이다. 

    바카노프는 감독 출신으로 ‘크바르탈95’의 이사였고, 셰피르 수석보좌관은 ‘크바르탈95’ 소속으로 로맨틱코미디 영화와 TV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였다. 예르마크 실장은 변호사 겸 영화 제작사 대표 출신이다. 이들이 현재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젤렌스키 측근, 러시아 용병·스파이 체포작전 지연시켜 수십 명 놓치기도

    신문은 이들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사례도 소개했다. “공개정보조사그룹인 ‘벨링캣’에 따르면, 예르마크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해 매우 민감한 첩보작전을 보고받은 뒤 신중히 생각한 뒤 연기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수십 명의 러시아 용병과 간첩을 생포할 기회를 놓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그너 그룹’으로 대표되는 러시아 용병은 시리아·크림반도 등에서 불법 무력작전과 첩보작전을 실행해왔다. ‘푸틴의 그림자부대’로 불리는 이들은 러시아 정부가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여론 때문에 할 수 없는 ‘더러운 일’을 해치우는 존재로도 유명하다. 

    젤렌스키정권은 국가정보국의 첩보작전을 지연시켜 다 잡을 뻔했던 이들을 놓친 것이다.

    과거 지지자들의 목소리 “코미디언이 정권을 잡았는데 호러영화가 됐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내부, 특히 여권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 10월 하원의장에서 물러난 드미트로 라줌코프는 당초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자였다. 

    그런 그도 “최근 젤렌스키정권의 고위직 인사는 대통령과 그의 측근에 대한 충성심에 기초한다”며 “이런 인사정책은 대통령을 위해서 일하기에는 편하지만 군사적 위협이 닥쳤을 때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게 된다”고 경고했다. 

    라줌코프는 그러면서 “우리가 전문지식을 가지지 않은 분야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 또한 코미디언 출신인 전직 경제장관 티모피 밀로바노프는 젤렌스키정권을 가리켜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밀로바노프는 “젤렌스키정권 관계자들은 누가 악당이고 누가 영웅이며,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등 (국가 통치를) 드라마적 관점에서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라줌코프 전 하원의장은 젤렌스키정권의 정치를 가리켜 “우리는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왔는데, 결과적으로 공포영화를 보게 됐다”며 “하나도 웃기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