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전매체 ‘메아리’ ‘우리민족끼리’…“가쓰라-태프트 밀약 탓에 한일합병" 똑같이 주장
  • ▲ 2013년 10월 당시 미일안보협의회에서 '집단자위권'이 논의된 것을 두고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항의하는 반일단체 회원들.(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10월 당시 미일안보협의회에서 '집단자위권'이 논의된 것을 두고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항의하는 반일단체 회원들.(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지난 12일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한일합병과 분단, 6·25전쟁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북한 대외 선전매체들이 17일 을사늑약 체결 116주년을 맞아 같은 주장을 들고 나왔다.

    北 선전매체 ‘메아리’ 1905년 을사늑약 때와 지금의 미국 동일선상에 놓고 비난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메아리'는 17일 ‘뼈아픈 역사를 되새길수록’이라는 글에서 과거 고종의 특사로 활동했던 선교사 호머 헐버트 기념사업회의 자료를 인용하며 “을사늑약은 범죄적인 미·일 공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헐버트가 1905년 11월 고종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찾아 일본의 주권 침탈에 항의하는 견해와 함께 미국이 조선을 보호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려 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같은 해 7월 ‘가쓰라-태프트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미국 국무장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매체는 주장했다. 

    매체는 “미국은 ‘가쓰라-태프트 협정’을 통해 일본이 조선봉건정부의 국권을 함부로 유린하고 식민지로 만들도록 허용해 줬다”며 “불과 몇 달 전 미·일 침략자들이 어떤 꿍꿍이를 벌렸는지 알 길 없는 조선봉건정부였기에 그런 어리석은 발걸음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대에 찌들었던 조선봉건정부가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침략자인 미국에 의지해 국권을 되찾겠다고 한 것도, 조약 같은 것은 휴지장에 쓴 낙서로만 취급하는 미국이 당시 조선반도 문제를 놓고 그 어떤 신의도 없이 일본과 결탁한 것은 우리에게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매체는 당시 미국과 현재의 미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 “을사늑약, 일제의 강박과 미국 비호 아래 날조된 모략품”

    매체는 이어 “세월의 흐름 속에 드러나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일제에 의한 을사늑약의 날조, 다시 말해 조선봉건정부가 일제의 식민지로 굴러 떨어진 것은 미국의 검은 마수가 뻗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한일합병의 책임을 거듭 미국에 넘겼다.

    북한의 또 다른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또한 이날 기사에서 헐버트기념사업회 자료의 내용을 소개한 뒤 “조선은 사실상 일본의 지배에 놓여 있으며 일본인은 조선사람들을 일본에 종속된 존재로 여기고 있어 조선사람들에게는 어떠한 인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헐버트의 말을 인용했다.

    매체는 이어 “을사늑약이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불법문서이며 일제의 강박과 미국의 비호·두둔 아래 날조된 모략품, 사기협잡문서라는 사실은 미국인과 미국언론의 폭로를 통해 세계 면전에 드러나게 됐다”며 “역사는 절대로 감출 수도, 고칠 수도 없으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이처럼 17일 을사늑약과 한일합병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엮어 함께 비난한 것을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후보의 최근 발언을 떠올렸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민주·조지아)을 만나 “가쓰라-태프트 밀약 때문에 일제가 한일합병을 할 수 있었고, 해방 이후 한반도 분단, 6·25전쟁도 이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해 들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에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 후보는 동시에 한국이 성장하는 데는 미국이 큰 도움을 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지원·협력 때문에 (6·25)전쟁에서 이겨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고, 경제 지원·협력 덕에 오늘날 유일하게 개발도상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뤘다”고 치하했다.